일간워스트, 일베충 ‘농약 치는’ 기발한 방법
등록 : 2014.01.08 15:23 수정 : 2014.01.08 15:54
인터넷 커뮤니티 ‘일간워스트’ 화면 캡쳐.
일워, 열흘만에 게시글 4만건 넘어 ‘돌풍’
‘일베’ 도배 막는 독특한 가입법 화제, “518은숭고한희생” 말 써야 가입 가능
두번째 ‘일베 대첩’ 예상…아직 신경전 수준
진중권 “닉 만들어 은밀히 활동할 생각”
‘일베충 박멸’을 내건 일간워스트(일워·www.ilwar.com)사이트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이 사이트는 문을 연 지 열흘만인 1월8일 기준으로 게시글 4만건을 넘어섰다. 사이트 로고 모양부터 일간베스트(일베)를 패러디한 ‘일워’는 시작부터 일베와의 전면전을 선포해 화제를 모았다.
회원 가입법도 독특하다. 일워 사이트에 가입하려면 “518광주민주화운동은숭고한희생이었다”는 말을 받아써야 한다. 광주 민주화 운동을 부정하는 일베 회원들이 일워에 여러 아이디로 가입해 게시판을 도배하는 행동을 막기 위한 가입법이란다. 7일 이 사이트가 내세운 기발한 ‘일베 차단 가입법’이 알려지자 동시 접속자가 폭증해 이 사이트는 30분 동안 서버가 마비되기도 했다.
2012년 대선 즈음 진보적인 성향의 커뮤니티와 일베 이용자들이 서로 상대방 커뮤니티를 오가며 자신들의 게시글을 도배하는 ‘일베대첩’이 일어났다. 다른 커뮤니티를 쉬지 않고 공략해 서버에 부담을 지우는 ‘일베 디도스’에 대항해 ‘오늘의 유머’ 등 진보적인 성향의 커뮤니티들이 연합군을 형성하기도 했다.
일워가 시작되면서 인터넷 커뮤니티에 두번째 대첩이 있으리라는 예측이 퍼졌다. 일베 게시판에는 미리부터 ‘일워 폭파’ ‘일워 분탕 준비중’ 같은 제목의 글들이 올라왔다. 진보논객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지난달 30일 자신의 트위터에 “일워가 개장하면 ‘닉’을 하나 만들어야겠다. 은밀히 활동할 생각”이라는 글을 남기며 분위기를 달궜다.
그러나 일워와 일베의 ‘대첩’은 아직은 신경전 수준이다. 새로 개장한 일워 사이트가 외부 공격으로 잠시 서버가 다운된 것을 제외하고는 눈에 띄는 전면전은 없었다. 일워 운영자가 쓴 ‘개장기’를 보면 “노고무현(노무현 대통령을 지칭), 운지(자살을 의미) 등 일베 회원들이 주로 쓰는 말을 금칙어로 지정하고 전직 대통령을 비하는 합성 이미지까지 사전에 걸러내는 방식으로 게시판을 열었다. 일베 회원들은 자신들이 게시판을 도배한다고 생각하겠지만 사실 다른 게시판 이용자에게는 일베식의 게시물이 아예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윌워는 자신들의 사이트에 가입하는 것을 ‘귀농’, 일베충을 잡는 것은 ‘농약친다’고 부른다. 운영자가 밝힌 개장기를 보면 이 사이트는 일베들의 게시판 이용 속성을 파악해 사전에 방충망을 친 셈이다.
일베를 차단한 일워가 ‘일베 대항’ 사이트가 아닌 자체적인 커뮤니티 문화를 꽃피울 수 있을까? 일워는 베스트글을 ‘풍작’이라 부르며 회원들을 ‘농민’이라 하는 ‘농촌 컨셉’ 사이트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또한 이 사이트는 모든 말을 ‘농’ ‘쥐’ ‘닭’으로 끝맺는 농체, 쥐체, 닭체를 사용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일베에서 고 노무현 전대통령을 비아냥대기 위해 모든 말을 ‘노’로 끝맺는 데서 착안한 것이다. 일베에서는 ‘민주화’를 부정적인 뜻으로 쓰지만 일워에서는 게시판을 이용하는 사람이 게시글을 비추천할 때는 ‘민영화’라는 버튼을 누르도록 되어 있다.
일워 사이트는 철도파업 당시 “빨갱이 커뮤니티 만들어서 비추 버튼 이름을 ‘민영화’라고 짓자”는 한 트위터리안의 아이디어로 시작됐다. 일워 개발자 이준행씨는 ‘충격’ ‘경악’ 등 온라인 기사에서 흔히 쓰이는 단어를 실시간으로 집계해 인터넷 미디어의 속성을 분석하는 사이트 ‘충격 고로케’의 개발자이기도 하다. ‘충격 고로케’는 아이티(IT) 기업을 다니며 퇴근뒤 1시간 동안 짬을 내서 만들어본 것이란다. 그는 <한겨레>의 전화 통화에서 “예상보다 회원수가 너무 늘어 놀랐다. 어제 서버를 하나 더 늘렸다. 개장 초기에는 특정 사이트 회원들의 공격성 글이 절반을 차지했지만 지금은 백에 하나로 줄고 커뮤니티로 발전을 도모하고 있는 단계”라고 밝혔다.
남은주 기자mifo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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