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634666.html?_fr=mt1

빗물인가, 눈물인가…빗속에서 2시간 기다려 조문
등록 : 2014.04.27 17:07수정 : 2014.04.27 22:58 

27일 오후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도 경기도 안산시 고잔동 올림픽기념관에 마련된 세월호 희생자 임시합동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이 우산을 쓴 채 인근 고잔초등학교 운동장을 메우고 있다. 이날까지 닷새 동안 합동분향소에는 16만여명이 찾아와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했다. 안산/이정용 기자 lee312@hani.co.kr
 
안산 분향소 추모객들 발길 이어져…닷새 만에 16만명 다녀가
“이 많은 아이들의 영정을 가까이서 보니 가슴이 터질 것 같아”
 
정현숙(53·서울시 은평구)씨는 27일 오후 2시30분께 눈물을 닦으며 경기 안산 올림픽기념관(체육관)에 마련된 세월호 희생자 임시 합동분향소를 걸어나왔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지만, 우산을 써야 한다는 생각도 잊은 채 비를 맞으며 눈물만 훔쳤다. 서울에서 두 시간을 승용차와 전철을 번갈아 타고 안산에 와, 또다시 두 시간을 줄을 서서 기다려 세월호 희생자들을 조문하고 나오는 길이었다.
 
그는 “아이들의 영정을 가까이서 한꺼번에 보니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 화장도 하고 데이트도 하고 싶었을 텐데 차가운 바닷물 속에서 고통스럽게 죽었을 거라고 생각하니 너무 가슴이 아팠다”고 울먹였다.
 
지난 23일 올림픽기념관에 임시 합동분향소가 차려진 이후 첫 일요일인 27일, 안산은 하루 종일 비와 눈물이 뒤섞였다. 임시 합동분향소부터 고대 안산병원까지 1㎞가량의 인도는 조문객의 우산으로 가득 메워졌다. 26일부터 조문객들이 늘어나면서, 임시 합동분향소에 들어가려면 근처 고잔초등학교 운동장에 늘어서 있는 줄을 7~8바퀴 돌아야 할 정도다. 27일까지 임시 합동분향소를 찾은 조문객은 16만명을 훌쩍 넘었다.
 
현재 희생자 143명의 영정과 위패가 있는 임시 합동분향소는 28일 밤 12시까지만 문을 연다. 29일 오전 10시부터는 단원구 화랑공원에 설치되는 합동분향소에서 조문객들을 맞는다.

27일 오후 3시부터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 문을 연 세월호 희생자 추모 ‘합동 분향소’에서 시민들이 조문을 하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주말부터 임시 합동분향소와 단원고 주변 곳곳에는 실종자의 생환을 기원하는 노란 리본이 달리기 시작했다. 임시 합동분향소 건너편의 한 세탁소에는 잠긴 유리문에 ‘○○아 돌아와줘. 엄마와 우리들이 기다리고 있어’, ‘세탁소 아주머니 힘내세요. 아들 돌아올 거에요’라는 쪽지가 붙었다. 행인들은 이 쪽지를 보고 “아이고, 이 집 아들인가 보네”라며 탄식과 눈물을 쏟아냈다.
 
단원구 고잔동 안산문화광장에서는 세월호 침몰사고가 있었던 16일부터 켜졌던 촛불이 이어지고 있다. 16일 저녁 8시 처음 단원고 앞에서 안산의 시민사회단체가 주최해 시작됐던 ‘안산시민촛불 기원·추모제’ 참가자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장소를 안산문화광장으로 옮기고부터는 매일 저녁 8시 2000명이 촛불을 들고 있다. ‘애들아, 미안해, 잊지 않을게, 끝까지 밝혀줄게.’ 참가자들은 촛불 행사 마지막에 함께 이렇게 외치고 촛불을 잠시 끈다. 꺼진 촛불은 다음날 저녁 8시에 다시 밝혀진다.
 
서울에서도 27일 오후 3시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 세월호 희생자 합동분향소가 마련됐다. 분향이 시작되자마자 500명 가까운 추모객들이 모여들었다. 줄을 선 조문객들은 대부분 침통한 표정으로 말을 아껴, 옆 사람과 속삭이는 소리까지 들릴 정도로 조용했다. 조문을 하는 시민들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리던 홍은주(36)씨는 “가까운 곳에 분향소가 생겨 일부러 찾아왔다”며 “나라가 (이번 사고 대응 과정에서) 참으로 무심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추적추적 내리는 빗속에서도 4시간 만인 오후 8시 현재 5000명에 가까운 시민들이 분향소를 찾았다. 조문객의 연령층도 20~30대, 자녀와 함께 나온 40~50대, 노인 등 다양했다. 분향소 바로 옆에 설치된 ‘소망과 추모의 벽’에는 “얘들아 미안하다 지켜주지 못해서. 뜨거운 눈물이 가슴을 울린다”, “어른들이 미안하다”는 등의 내용의 글귀가 적혀 있었다. 시민들이 쓴 글 중에는 “국민 지켜주지 못하는 정권은 당연히 퇴진돼야” 같은 비판도 있었다.
 
안산/김일우 기자, 음성원 기자 coo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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