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404261656071

[단독]‘존경하는 박근혜’ 글 쓰고 3800만원 받아…
권순철 기자 ikee@kyunghyang.com  입력 : 2014-04-26 16:56:07ㅣ수정 : 2014-04-26 17:13:04

친정부 활동이 공익활동인가?
공익활동사업 지원금 대상에 정치적 성향 보이는 보수단체 상당수 포함

정부가 공익활동사업 지원금을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정치성향이 짙은 민간단체에 지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정부는 지난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를 적극적으로 지지한 친정부 성향의 단체들에 보조금을 지원했다가 국회에서 지적을 받았지만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순수한 공익활동을 하는 단체에 지원돼야 하는 보조금은 여전히 보수우파 단체와 친정부 성향의 단체에 들어가고 있다.

안전행정부는 최근 비영리 민간단체 293곳에 132억7000만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안행부는 민간단체 1413곳으로부터 공익활동사업 신청을 받아 공익사업선정위원회에서 객관적인 심사과정을 거쳐 선정했다고 밝혔다. 안행부 관계자는 “15명으로 구성된 공익사업선정위원들이 사업 내용을 보고 판단했다”면서도 선정위원들의 명단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지난 2012년 6월 24일 한국전쟁 62주년을 맞아 서울시청앞 광장에서 애국단체총협의회 등 보수단체 주최로 종북정당 해산촉구 국민궐기대회가 열리고 있다. / 정지윤 기자

‘안보의식 고취’ 명목으로 지원금 받아

안행부가 선정한 비영리 민간단체 중에는 대선 때 보수정권 창출을 목표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를 지원했고, 최근에도 친정부 성향의 정치적 활동을 하고 있는 단체들이 상당수 포함됐다.

비영리민간단체지원법(제2조)에 따르면 비영리 민간단체는 ‘특정 정당 또는 선출직 후보를 지지·지원할 것을 주된 목적으로 설립·운영되지 아니할 것’으로 규정돼 있지만, 선정 과정에서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구체적인 사업 선정 내역을 보면 보수단체들의 연합체인 애국단체총협의회는 올해 ‘국가 안보의식 및 선진시민의식 고취활동’ 사업으로 4000만원을 받았다. 이상훈 전 국방장관이 상임의장을 맡고 있는 이 단체는 지난 2010년부터 매년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아 왔다. 지난해에는 5300만원을 수령했다. 

이 단체는 최근에는 재향군인회 등과 함께 한 일간지에 ‘임을 위한 행진곡’의 5·18 기념곡 지정에 반대하는 광고를 실었다. 지난해에는 헌법재판소 앞에서 “통합진보당은 종북정당”이라며 해산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자유총연맹, 재향군인회 등 30여개의 보수단체들로 구성돼 있다.

대선 때 박근혜 후보를 위해 SNS 활동 등 사이버 상에서 선거운동을 지원했던 한국통일진흥원은 ‘나라 사랑과 국가 안보의식 함양사업’이라는 명목으로 3800만원을 지원받았다. 이 단체는 ‘좌익’, ‘친북세력’ 척결과 안보를 강조하며, 보수논객들의 글을 통해 박근혜 정권을 옹호하고 있다. 이 단체는 총선과 대선이 있었던 2012년에 새누리당 후보에게는 유리한 글을 올리고, 문재인·안철수 후보에게는 노골적으로 조롱·비방하는 글을 올려서 일부 국회의원들로부터 지적을 받았다. 이 단체 홈페이지에 올라온 ‘존경하는 박근혜 후보님’이라는 기고문을 보면 “국가를 반석 위에 세울 철학으로 무장하고, 국민들의 걱정을 충실히 소화하고 새로운 희망을 주는 대통합의 정치를 위해서 헌신하는 모습이 참 좋습니다.(중략) 나라와 결혼했다는 그 모습이 느껴집니다(2012년 11월 2일)”라고 쓰여 있다.

국민행동본부와 예비역대령연합회도 ‘헌법수호 및 국가안보 증진’과 ‘청소년 통일 및 안보의식 고취 캠페인 전개’ 사업으로 각각 4000만원과 3500만원을 받았다. 국민행동본부와 대령연합회는 특수관계 조직이다. 대령연합회의 초대 회장이었던 서정갑 국민행동본부장이 이 단체의 설립을 주도했다. 

불법폭력 경력이 있는 국민행동본부는 지원금 지급 대상이 아니라는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국민행동본부 서정갑 본부장과 회원들은 2009년 6월 대한문 앞에 설치됐던 고 노무현 대통령 시민분향소를 파괴하고 시민에게 가스총을 발사해 법원으로부터 위로금 80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이에 앞서 서 본부장은 경찰관 폭행·방조혐의로 실형을 받았다가 사면되기도 했다. 지난 2008년 촛불집회에 참가했던 6개 단체가 불법폭력 집회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보조금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지만 이 단체는 최근 6년 동안 계속 정부 지원을 받고 있다. 

안행부는 “기획재정부 지침에는 단체가 불법을 저지를 경우 보조금을 지원하지 못하지만 개인이 처벌받았을 경우에는 특별한 지침이 없기 때문에 지원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진선미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처벌은 서정갑 본부장 개인이 받았지만 국민행동본부 회원들과 함께한 행위였다”며 “개인이 처벌받았기 때문에 문제없다는 정부의 답변은 구차한 변명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서정갑 국민행동본부 본부장이 대한문 시민분향소에서 가져간 노무현 전 대통령 영정을 들어 보이고 있다. / 연합뉴스
 
비영리민간단체지원법 제정 취지 무색

나라사랑운동본부도 ‘범국민 나라 사랑 정신 및 보훈의식 함양’으로 6500만원을 챙겼다. 이 단체는 2012년에 안행부가 야당으로부터 편향적 안보교육을 했다고 비판받았던 안보교육용 강의자료를 만들었다. 이 단체에서 제작한 강사용 파워포인트(PPT) 자료를 보면 ‘절망과 기아에 허덕이는 민생고를 시급히 해결하고 국가 자주경제 재건에 총력을 경주한다는 공약을 앞세운 5·16 군사정변이 일어났다’는 등 유신체제를 옹호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 자료는 공직자와 예비군·민방위 대원 및 일반국민, 초·중·고·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안보교육에 활용됐다.

‘세대공감! 통일안보투어 및 통일한국아카데미’라는 사업으로 3800만원을 지원받은 선진화시민행동은 지난 대선 국면에서 ‘대한민국 선진화 전진대회’를 개최하고, 박근혜 후보를 초청하는 등 특정 후보를 지지했다. 박근혜 후보는 당시 축사에서 “나라를 걱정하시고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앞장서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 단체는 보수 성향의 서경석 목사가 상임대표를 맡고 있다. 

일부 보수단체들이 안보의식 고취 사업을 명목으로 국가 지원금을 타가고 있는 것이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은 “일부 민간단체에 보조금이 지원된 것을 보면 사업 선정과정에서 굉장히 이념적 잣대를 들이댄 것 같다”며 “이는 시민사회를 건전하게 발전시키는 것이 아니라 정권의 입맛에 맞는 단체를 육성하겠다는 뜻”이라고 비판했다.

지난 2000년 국회에서 비영리민간단체지원법을 제정한 것은 정부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곳에서 공익활동을 하는 민간단체를 지원해주자는 취지에서였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때인 2009년부터 정치성이 짙은 친정부 성향 단체들에 예산이 지원되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어려움 속에서도 진짜 공익활동을 하는 단체들에 그 돈이 돌아가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참여연대 안진걸 협동사무처장은 “시민단체 중에는 ‘물아껴쓰기 범국민 캠페인’을 하는 등 꼭 필요한 공익사업을 하는 곳들이 많이 있다”며 “일부 시민단체들은 회비가 잘 걷히지 않는 등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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