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vop.co.kr/A00000749892.html
관련기사 : 세월호 참사 언딘, 해양구조협회 관련 기사  http://tadream.tistory.com/10388

해경, 언딘 특혜...수백억 구조·인양비용 몰아주기?
해경 통제속에 해양구조협회-언딘이 구조 독점...“정부든 보험사든 비용 다 받아”
정웅재 기자 jmy94@vop.co.kr 발행시간 2014-05-01 08:06:11 최종수정 2014-05-01 08:25:28

세월호 참사 후 해경의 구조 활동 등 정부의 대응은 이해할 수 없는 것 투성이다. 그 중심에는 민간업체 '언딘'의 구조활동 독점이 자리잡고 있다. 현재 세월호 침몰 현장 구조활동은 '민관군 합동구조팀'이 벌이고 있는데 민간 구조팀은 언딘이 독점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해경이 언딘에 특혜를 제공한 정황이 여러차례 드러난 바 있다.

언딘 바지선 '리베로' 투입을 위해 현장에서 투입 대기중이던 바지선 '현대보령호'를 그냥 돌려보냈고, 자원봉사를 하겠다며 전국 각지에서 달려온 UDT·SSU 등 군 출신 산업잠수사 등의 투입을 일주일 넘게 허용하지 않았으며, 심지어 1분1초가 아까웠던 17일에는 언딘 잠수사들을 먼저 투입시키기 위해 해군 SSU·UDT 등 최정예 잠수요원들의 잠수도 해경이 통제한 것으로 드러났다.

세월호 침몰, 정박해 있는 언딘 리베로 바지선
세월호 침몰, 정박해 있는 언딘 리베로 바지선
세월호 여객선 침몰 사고 11일째인 26일 오후 전남 진도군 관매도 인근 사고 해역에 수색작업을 위해 언딘 리베로 바지선이 정박해 있다.ⓒ양지웅 기자
 
인명구조 급한 시점에 한가하게 인양계약 체결
금액도 내용도 없는 이상한 계약서
"언딘 현장에 투입시켜 독점권 주기 위한 구실"

세월호 현장에서 언딘이 처음 등장한 건 지난 19일이었다. 이날은 민관군합동구조팀이 처음으로 선체 4층 내부에서 실종자 시신을 발견한 날이었다. 고명석 범정부 사고대책본부 대변인은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이 소식을 전하면서 언딘을 소개했다. 그는 "현재 계약된 잠수업체는 '언딘 마린 인더스트리'다. 이분들은 심해잠수를 전문적으로 하는 구난업체다. 수중 선체 수색, 조난 작업을 전문적으로 하기에 군경보다 능력이 있다"라며 언딘을 추켜세웠다.

언딘이 해경과 계약을 맺은 것으로 이해되는 브리핑 내용이었으나, 24일 '노컷뉴스'는 "언딘은 정부가 아닌 사고 책임 해운사인 청해진해운과 계약을 맺은 업체"라고 보도했다. 사고를 낸 회사와 계약을 맺은 민간업체가 구조활동에 뛰어든 셈이어서 논란이 일었고, 해경은 "정부에서 맺은 계약이 아니다", "저희들과는 상관없는 일이다"라며 선을 그었다.

과연 그럴까? 정말 해경은 언딘과 아무런 상관이 없을까? 언딘이 구조활동에 참여하게 된 경위를 보자. 16일, 목포해경은 청해진해운에 구난명령을 내린다. 해사안전법 43조, 공유수면 관리 및 매립에 관한 법률 6조, 수난구호법 19조 등에 근거한 조치로, 침몰한 세월호를 제거하라는 명령이었다. 즉, 전복해 침몰한 세월호가 다른 배들의 운항에 방해가 되고, 기름유출 등 2차 피해가 발생할 수 있으니 세월호를 인양하라는 명령을 청해진해운에 내린 것이다.

해경은 이 구난명령에 따라 청해진해운이 언딘과 구난계약을 맺은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언딘 특혜 논란이 계속되고 계약과정에 여러 의문이 제기되자 언딘 장병수 이사가 29일 진도 현장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중 계약 과정과 내용에 대해 좀더 구체적으로 밝혔다.

"16일 사고 당시 뉴스를 보고 모두 구조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실종자가 발생했고 저희는) 인천 해양경찰 본청으로 갔다. 이런 사고가 나면 (인명)수색뿐만 아니라, 인양·부양 등을 생각해야 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 그래서 인천 해양경찰 본청으로 가니 목포로 옮겼다고 해서 목포 해양청으로 긴박하게 투입하게 됐다."

세월호 침몰, ‘시신 인양지연’ JTBC 보도 해명하는 장병수 언딘 이사
세월호 침몰, ‘시신 인양지연’ JTBC 보도 해명하는 장병수 언딘 이사
언딘 마린 인더스트리는 29일 오전 진도군청 민원봉사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JTBC ‘언딘, 시신 인양 지연’ 관련 보도에 대해 해명하고 있다.ⓒ민중의소리
 
다음은 이후 계약과정과 계약내용에 대한 장 이사의 설명이다. "언딘팀이 구조 요청을 받아서 급파하게 되고 동시에 최초 생각과 같이 해당 배를 부양시키기 위한 계획에 따라서 청해진 감독관과 교신을 해서 약식으로 2장짜리 계약서를 썼다. (계약 내용엔) 금액도 없고 일단 언딘이 해난 조난 작업에 적극 참여하겠다, (청해진해운이) 동의하겠다는 내용이다. 계약은 17일 회사 재무부장이 자기가 상식선에서 약식 계약서를 만들어 청해진본사로 가서 약식에 따른 서명을 받게 됐다."

일단 이 과정에는 이해가 안 되는 대목이 여럿있다. 우선, 해경은 290명에 달하는 승객들이 세월호와 함께 바닷속에 갇힌 상황에서 배를 인양하라는 명령을 내린 것이다. 세월호 사고 중앙구조본부 관계자는 "선박 침몰 사고가 발생했을 때 통상적으로 내리는 조치"라고 말했다. 당시 해경 등 정부 당국의 인식의 안이함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언딘이 청해진해운과 맺었다는 '금액도 없고 구체적 내용도 없는 계약'도 이해가 안 되기는 마찬가지다. 구난업계 관계자들은 일련의 과정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경남지역에서 15년간 구난업에 종사해 온 ㄱ씨는 "배가 침몰하고 있다고 하자, 그럼 그 주변에 장비와 인력을 갖고 있는 구난업체 누구나 그리고 어민 등 누구나 구조활동에 뛰어들 수 있다. 이건 계약이 필요한 일이 아니다. 계약이 없어도 누구나 구조활동을 할 수 있다. 그리고 구난(인양)은 인명 구조를 한 다음의 문제다. 세월호 사고 실종자 가족들도 인양은 절대 안 된다고 반대하고 있었다. 그럼 인명구조가 먼저고 구난은 다음 문제다. 그리고 구난은 시간적으로 얼마든지 여유있게 해도 관계 없는 일이다." ㄱ씨는 결국 "언딘과 청해진해운이 맺은 계약은 언딘을 현장에 투입시켜 독점권을 주기 위한 구실"이라고 말했다.

청해진해운이 언딘 선택했을까
해경은 왜 진도와 가까운 구난업체들을 동원하지 않았을까
언딘 본사 판교...인천-목포 거쳐 진도로 17일 오전 잠수사 2명 불과

청해진해운이 직접 언딘을 선택한 것인지, 청해진해운과 언딘이 계약을 맺는 과정에서 해경은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은 것인지도 의문이다. 해경은 해양사고에 대비해 전국 구난업체의 인력과 장비를 파악해 리스트로 관리하고 있다. 그런데 해경은 이번 사고에서 인양 장비인 해상 크레인을 수배한 것외에 민간 구난업체를 동원하지 않았다.

한 구난업체 관계자는 "배가 침몰하는 상황에서는 이것 저것 따질 것 없이 사고 지점에서 가장 가까운 구난업체에 긴급 구난지시를 해야 한다. 우리가 길을 가다가도 약한 사람이 강한 사람한테 당하고 있으면 신고를 하지 않냐. 그럼 현장에서 가장 가까운 파출소에서 출동하는 거고...해경에서 현장에서 가장 가까운 구난업체를 동원해 구조활동도 하고 구난활동도 해야 하는데 그걸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부산에서 목포까지는 228마일, 인천에서 목포까지는 238마일"이라며 "그런데 언딘은 수도권에 있는 업체 아니냐"고 반문했다. 실제, 해경에서 2011년 작성한 전국 구난업체 현황을 보면, 전국에 39개의 구난업체가 있는데, 부산에는 7곳, 진도에서 가장 가까운 완도와 목포에도 6곳의 구난업체가 있다. 이 업체들은 잠수인력과 잠수장비 등을 갖추고 있다. 해경은 이번에 이런 업체들을 동원하지 않았다.

반면, 언딘은 본사가 경기도 판교에 있다. '민중의소리'가 30일 언딘잠수사에게 확인한 결과, 언딘은 17일 고작 잠수사 2명과 지원인력 3명 등 5명이 투입된 게 전부였다. 이 잠수사는 16일 쉬고있던 중 회사로부터 연락을 받고 집이 있는 경기도에서 자가용을 타고 진도까지 내려왔다고 말했다. 만약 16일 사고 직후, 해경이 평소 관리하고 있던 구난업체들 중 사고해역에서 가까운 업체들만이라도 효과적으로 동원했다면 좀더 체계적으로 민간잠수사들의 힘을 빌릴 수 있었다. 그러나 해경은 이 선택을 하지 않은 것이다.

그리고 이후 해경이 자원봉사를 온 UDT 동지회 등 민간잠수사들을 통제하면서 언딘을 현장에 우선 투입한 것을 고려하면, 청해진해운이 아니라 해경이 처음부터 언딘과 연결고리를 갖고 있으면서 언딘을 현장에 투입한 것 아니냐는 추론이 충분히 가능하다. 여러가지 정황 또한 그런 추론을 뒷받침 해주고 있다.

인명구조는 비지니스가 아니다
해경 통제와 언딘 독점이 구조를 비즈니스로 만들었다

언딘잠수사는 '민중의소리'와 통화에서 "현장에서 아이들 생각만 하면서 구조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 해경-언딘 특혜 의혹에 대해 불쾌감을 나타냈다. 이어 "일부 사람들이 (현장에서) 배제됐다면서 (언딘에) 질투심을 느끼는데, 그 사람들이 배제됐다고 말하는 건 이걸 비즈니스라고 보는 거다. 구조단계에서는 비즈니스라고 보면 안 된다"고 말했다.

맞는 얘기다. 구조는 비즈니스가 아니다. 아무 잘못 없는 어린 아이들 목숨을 구하는 일이, 팽목항에서 울다 지쳐 이제 눈물마저 말랐을지 모를 실종자 가족들에게 아이들을 찾아주는 일이 비지니스가 돼선 절대 안 된다.

그런데 '비즈니스'란 얘기를 나오도록 만든 건 해경의 통제와 언딘 독점 때문이다. 16일 세월호 침몰 직후, 전국에서 민간잠수사들이 현장을 찾았다. 해경 말대로 취미활동으로 스킨스쿠버 정도를 해서 현장 투입이 어려운 이들도 있었지만, 군에서 잠수를 하고 제대 후 직업적으로 잠수를 하는 산업잠수사들도 있었다. UDT동지회는 "목포에서 자체적으로 바지선 동원이 가능하다"면서 해경에 바지선 투입 허가를 요청했으나 해경으로부터 기다리라는 말만 들었다고 한다. 현장에서 대기하던 현대 보령호 바지선은 사고해역에서 대기하다가 돌아갔다. 이후 언딘의 바지선 '리베로'가 투입되면서 해경이 언딘 바지선으로 교체하기 위해 현대 보령호 투입을 허가하지 않았다는 얘기가 나왔다.

수난구호법에 따르면 구조본부장(세월호 사건의 경우 해경청장)은 민간의 자원과 인력을 동원할 수 있고, 사고현장에서 구조활동을 한 민간은 나중에 국가에서 실비 보상을 받을 수 있다. 인양을 하게 되면 선사가 가입한 보험 형태에 따라 보험회사에서 비용이 지급되거나 선주가 인양비용을 대야 한다.

선박보험을 다루는 보험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보험사로부터 지급받는 보험금이 배를 인양해서 수리하는데 드는 비용보다 적으면 선주는 인양을 포기할 수 있다. 그런데 세월호는 인양을 할 수밖에 없다. 여객선 항로에 있어서 인양할 수밖에 없고, 대형참사이기 때문에 사고원인 조사를 위해서도 인양할 수밖에 없다."

세월호는 선박보험(메리츠화재 77억원, 해운조합 36억원)과 여객보험(1575억원)에 가입해 있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세월호는 100% 전손(전부손실)처리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그렇게 되면 선주가 선박보험금 113억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보험금은 선주가 인양비용 등 사고 수습에 쓰게 된다.

위에서 언급한 15년 경력의 구난업 종사자 ㄱ씨는 "구조 구난활동을 하게 되면 정부가 주던 보험사가 주던 어차피 비용을 다 받는다"고 말했다. 구조활동을 독점하고 있는 언딘은 구조활동 비용은 정부에서, 향후 인양을 하게 될 경우는 보험사 또는 선주로부터 비용을 받게 된다는 얘기다.

해경=한국해양구조협회=언딘으로 이어지는 고리
구난업체 관계자 "유착 말고는 다른 말로 설명 안돼"

세월호 침몰, 구조·수색 부진 사과하는 김석균 해양경찰청장
세월호 침몰, 구조·수색 부진 사과하는 김석균 해양경찰청장
김석균 해양경찰청장이 30일 오후 진도군청 범정부사고대책본부 브리핑실에서 해경 관련 각종 논란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민중의소리
 
그렇다면, 해경과 언딘의 관계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해경-언딘 특혜 의혹의 핵심고리에는 '한국해양구조협회'라는 단체가 있다. 2012년 수난구호법이 개정되면서 한국해양구조협회 설립 근거 조항이 마련됐고, 이에따라 2013년 협회가 창립됐다. 당시 수난구호법 개정안은 새누리당 이병석 의원(경북 포항, 현 국회부의장)이 대표발의했다.

이 협회의 정관을 보면 협회 인사권, 사업계획승인, 예산 등의 협회 운영 전반의 권한을 해양경찰청장이 갖고 있다. 수난구호법에 의해 탄생한 법정법인으로서 해경청장의 통제를 받는 사실상의 해경조직인 셈이다. 그런데 이 협회 부총재가 언딘 김윤상 대표다.

해양구조협회 회원은 7000명 가량이다. 협회 정관에 따르면, 해양 수색구조·구난 등에 관심이 높은 사람, 구조·구난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선박 및 장비를 보유한 자, 기타 총재가 회원으로서 적합하다고 인정하는 사람이 회원이 될 수 있다.

회원사들 중 언딘 외에 구난업을 하는 곳이 또 있을까? 사실상 없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해양구조협회 관계자는 기자가 '언딘 외에 구난업을 하는 회원사가 몇 개냐'고 묻자, 옆에 직원에게 "기잔데 언딘 말고 다른 데 있냐고 물어보는데, 언딘 말고 어디 있냐? 모르냐? 몇 군데 된다고 할까"라고 물었다. 수화기 너머 직원들끼리 나누는 소리가 다 들렸다. 잠시 뒤 이 관계자는 "한 3~4군데 되는 모양입니다"라고 답했다. 그러나 그 업체들이 어디인지에 대해서는 "민감한 문제라서 곤란하다"면서 알려주지 않았다.

사실상 '해경-해양구조협회-언딘'의 모양새인 셈이다. 현재 세월호 사고현장에 투입되는 민간세력으로는 언딘외에 해양구조협회가 유일하다. 황대식 해양구조협회 구조본부장은 지난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다음과 같은 공지를 올리기도 했다.

'공지) 진도 팽목항 세월호 구조본부
민간 심해잠수사. 산업잠수사 중 표면공급식 잠수활동이 가능한분 지원요청 합니다.'

황 본부장은 '민중의소리'와 통화에서 "25일 10명을 투입했다"고 말했다. 자원하여 온 UDT동지회 등 민간잠수사들은 일주일 가량 대기시키면서 제쳐두고, 한국해양구조협회에서 잠수사를 모집해 현장에 투입한 것이다.

세월호 구조현장의 민은 해경과 깊은 연관이 있는 '해양구조협회와 언딘' 외에는 없다. 해경의 언딘 특혜 의혹의 배경은 결국 해경과 한국해양구조협회, 그리고 언딘의 얽히고 설킨 관계 때문 아니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한 구난업체 관계자는 "유착 말고는 다른 말로 설명이 안 된다"고 말했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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