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hani.co.kr/arti/society/area/635438.html

정부, 유족들도 방치하나
등록 : 2014.05.01 20:22

몸·마음 만신창이에 생활고·병고, 며칠이면 쌀독 바닥나는 사람도 
논란되자 “긴급지원 하겠다”

“아들, 딸 잃고 생계까지 막막한데 병원 가서 심리치료나 받으라니요. 종일 집안에 틀어박혀 눈물만 흘리고 있는 걸 정부가 알면서 하는 소리인지 모르겠습니다.”

세월호 침몰 당시 ‘늑장 구조’로 비판을 받고 있는 정부가, 이번에는 자녀를 떠나 보내고 생활고를 겪고 있는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도 ‘나 몰라라’ 하고 있다.

막노동판에서 날품팔이로 생계를 이어온 최아무개(경기도 안산시 단원구)씨. 이번 사고로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을 잃었다. 사고 당일 작업복 차림으로 일터를 나왔다. 딸을 살리지 못한 괴로움에 아내는 몸져누웠고, 간신히 딸의 장례를 치렀지만 최씨의 몸과 마음은 이미 만신창이가 됐다. 이웃들은 ‘아무리 그래도 산 사람은 살아야지’라고 다독여주지만, 일터에 나갈 생각은 엄두도 못 낸다. 며칠 있으면 쌀독이 바닥을 드러내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작 이런 슬픔과 고통을 안겨준 정부는 합동분향소만 덜렁 차려놓고 실질적 도움을 주지 않고 있다. 박경택 단원구 와동 동장은 며칠 전 위로차 최씨 집을 찾았다가 이런 고충을 들었다고 전했다.

같은 동 한아무개씨 사정도 마찬가지다. ‘홀아비 딸 바보’ 소리를 웃어넘기며 키운 외동딸이 끝내 차가운 주검으로 돌아온 뒤부터 하루종일 방안에 틀어박혀 답답한 가슴만 쥐어뜯고 있다. 한씨 역시 생계가 막막하지만 역시 일터로 돌아갈 생각도, 다시 일어설 마음도 모두 접었다.

홀몸으로 암투병을 하며 어여쁜 딸을 뒷바라지했던 이아무개(여)씨는 더 딱하다. 사고 소식을 듣고 차가운 바닷물 속에 갇혔을 딸을 찾아 전남 진도로 달려가 며칠씩 밤샘을 하는 바람에 병이 악화했다. 어쩔 수 없이 집으로 올라와 간단한 응급처치를 받고 아직도 간절하게 딸의 이름을 부르고 있다. 그러나 이씨도 정부에서 받은 도움은 없다.

박 동장은 “와동의 경우, 세월호 승선 학생 99명 가운데 29명만 돌아왔다. 나머지 70명은 숨지거나 실종된 상태다. 생계 곤란 가정의 희생자가 많아 유족 상당수가 엄청난 이중고를 겪고 있다. 탈진한 유족들은 당장 생계 곤란을 겪고 있어 실질적 도움을 요청하는 목소리도 높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범정부 사고대책본부’는 1일 오전 브리핑에서 “당장 생계가 곤란한 침몰사고 실종·사망 가족들을 위해 우선 1개월분의 긴급복지 지원을 하겠다”고 ‘뒷북’을 쳤다. 한편 안산시는 세월호에 승선했던 단원고 학생(325명) 가정 가운데 기초생활수급자와 한부모 가족, 차상위계층 및 생존자 가구 등 115명에게 100만~360만원을 지난달 29일 우선 지급했다. 그러나 이 긴급 생계비 지원은 ‘경기도 사회복지공동모금’과 ‘초록우산’ 등 민간 후원단체에서 도움을 받은 것이다.

안산/김기성 김일우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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