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news.hankooki.com/lpage/society/201405/h2014050203345521950.htm
[세월호 참사] "뭐라도 하지 않으면 견딜 수없어…" 광장으로 거리로
시민들 "여러 문제 그냥 넘겨온 것이 미안하고 답답"…
청년들 피해 키운 '가만히 있으라' 종이 들고 침묵 행진…
전국 153곳 추모 촛불집회
광주=안경호기자 khan@hk.co.kr, 박소영기자 sosyoung@hk.co.kr, 김관진기자 spirit@hk.co.kr
입력시간 : 2014.05.02 03:34:55
검은 옷을 입고 마스크를 쓴 청년 100여명이 4월 30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침묵 행진을 하고 있다. 이들은 세월호 침몰 당시 선내에 방송된"가만히 있으라"는 문구를 적은 피켓과 노란 리본을 맨국화를 든 모습으로 사고 책임자들을 질타하고 희생자들의 넋을 기렸다. 류효진기자 jsknight@hk.co.kr
1일 오후 7시 서울 청계광장. 어둠이 내리면서 30여개의 촛불이 켜졌다. 광장 한 켠에 설치된 대형 화면에는 세월호 침몰 참사 관련 동영상이 비쳐졌다. 촛불을 든 사람들은 가만히 고개를 숙였고, 지나던 행인들도 하나 둘 광장으로 모여 들였다. 촛불은 10여분 만에 200여개로 늘었다.
배가 침몰하는 동안에도 "가만히 있으라"는 선내 방송을 믿고 따르다 목숨을 잃은 어린 학생들, 그들을 내버려 둔 채 구조하러 온 해경 보트를 타고 배를 빠져 나온 선원들, 그리고 원칙도 체계도 없이 우왕좌왕하다 생명을 살릴 귀한 시간을 날려 버린 당국…. 이 어이없는 참사를 목도하고 충격과 슬픔에 빠져 있던 시민들이 "이제 가만히 있을 수 없다,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된다"며 하나 둘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서고 있다.
이날 초등 3학년 딸과 함께 청계광장에 나온 주부 황모(42)씨는 "미안하고 안타까워 뭐라도 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어 나왔다"며 "무책임하고 무능한 정부가 반드시 법적 책임을 져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단원고 희생자들과 같은 고교 2학년 아들을 둔 간호사 석주연(41)씨는 "그동안 우리사회에 여러 문제가 드러나도 그냥 넘겨온 것이 미안하고 답답하다. 정치권과 정부를 심판하는 데 이렇게라도 힘을 보태기 위해 나왔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명동 등지에서는 검은 옷을 입고 흰 마스크를 쓴 청년들이 거리를 행진했다. 명동성당에서 시청앞 서울광장 쪽으로 걷던 이들 손에는 '가만히 있으라'는 글귀가 적힌 종이 한 장과 노란 리본을 단 국화 한 송이가 들려 있었다. 이들의 말 없는 행진에 행인들도 하나 둘 동참했고, 길목의 상점들도 음악 볼륨을 낮춰 뜻을 같이 했다.
침묵 행진을 제안한 용혜인(24ㆍ경희대 정치외교4)씨는 '가만히 있으라'는 피켓을 들게 된 것에 대해 "이번 사고에서 피해를 키웠던 그 말, 강요된 교육을 상징하는 그 말 한마디가 대한민국 전체에 던지는 의미가 크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행진은 광장을 거쳐 보신각까지 이어졌다. 서울광장 합동분향소에서 분향을 마치고 행진에 동참한 홍정민(22)씨는 "사고 후 말도 안 되는 수습 과정을 보며 분노해 페이스북에 글을 쓴 뒤 거기서 끝내지 말고 실천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가만히 있으라'라는 피켓을 들고 역설적으로 움직인 것처럼, 우리는 가만히 있지 않겠다" 고 말했다.
1일 서울 마포구 합정역과 망원역 사이 가로수에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는 노란 플래카드가 20여개 걸렸다. '형과 누나들 가족 품으로 돌아오세요' '원칙도 상식도 집어삼키는 사회에서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요'라는 글귀 아래에는 실명이 적혀 있었다.
세월호 참사 직후 경기 안산시에서 시작돼 전국으로 퍼진 추모 촛불 집회도 더욱 확산되고 있다. 현재 서울 28곳을 비롯해 전국 153곳에서 촛불 집회가 진행되고 있다. 세월호 참사 서울시민 촛불네트워크는 3일 오후 6시 청계광장에서 대규모 촛불 집회를 열기로 했다.
광주에서는 추모 횃불이 등장하기도 했다. 지난달 30일 오후 민주노총 광주지역본부 소속 조합원 500여명이 광주역 광장에서 열린 노동자결의대회를 마친 뒤 세월호 희생자 추모 촛불 행진을 하던 중 대인광장 교차로에서 횃불 30여개를 밝혔다. 이들은 '우리 아이들을 살려내라', '모이자! 5월 8일 금남로. 심판하자 박근혜'라고 적힌 플래카드와 손피켓을 들고 행진했지만 정권 퇴진 같은 구호는 나오지 않았다. 주최측은 "시민의 안전이 위협받는 이런 썩어 빠진 사회를 반드시 바꾸겠다는 결의를 모아 횃불을 들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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