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을 ‘군수 수준’이라 비난했던 이명박의 경제점수
(서프라이즈 / 부천사람사는세상 / 2011-12-05) 


집권 4년 만에 최고 수준의 가계빚 달성

언론에서 떠들썩하게 ‘가계대출 사상 최대’를 보도하고 있다. 12월 4일자로 <연합뉴스>에서 심층 취재한 내용을 대부분의 언론사에서 받아서 보도한 탓이기도 하지만, 실제 문제의 심각성은 상상을 초월한다.

한국은행 자료를 보면 2011년 9월 말 가계빚(신용)은 892조 원에 달한다. 지난해 말 대비 45.6조 증가한 수치다. 이런 상황이라면 연말까지 올해 가계부채 증가액은 60조 원을 훨씬 뛰어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가계부채 증가액이 한해 60조 원을 넘었던 것은 2006년(62조)과 2010년(67조)에 이어 세 번째이며, 지난해 이어 연거푸 60조 원 돌파라는 신기록을 수립하는 셈이다.

경영학의 이론에는 ‘레버리지 이론’이 존재한다. 수익을 올리려면 일정 수준의 부채를 동원해야 한다는 것으로 부채 증가 그 자체가 때로는 긍정적인 기여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의 가계빚 증가의 내용을 보면 매우 심각하다. 먼저 악성으로 치닫는다는 점이 문제다. 적금을 해약하고 있다. 우리은행 적금해약 비율이 지난해 대비 65% 급증했다. 다른 은행도 비슷한 상황이다. ‘최후의 보루’인 보험 계약 해지 건수도 지난 7월 44만 건, 8월 51만 건, 9월 43만 건 등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지금 서민들은 다른 자산을 사기 위해서 빚을 내는 것이 아니란 의미다. 즉, 생계 그 자체를 하기 위해서 어마어마한 빚을 내고 있다는 의미다. 최초 가계대출 60조 원을 돌파했던 2006년도는 노무현 정부 당시였다. 그러나 그때의 가계대출은 지금과 상황이 다르다. 그때에는 부동산 구입용 가계대출이 주류를 이루었다. 결과적으로 같은 ‘대출’로 기록되나 그 내용은 전연 상이하다. 2006년은 자산의 증가를 수반한 대출이었다면, 지금은 비용을 충당하기 위한 대출인 셈이다.

더 큰 문제는 경기전망이 어둡다는 데 있다. 빚이 아무리 많더라도 경기가 상승국면이라면 심각성은 덜 하다. ‘레버리지’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년은 가장 낮은 경기 상승이 전망되는 상황이다. 수입을 늘려서 부채를 갚아나갈 상황이 아닌 것이다. 뿐만 아니라 부동산 경기는 오랫동안 경색돼 있고, 매매조차 되지 않는 상황이어서 그 상황의 심각성은 더 하다. 서민들은 옴짝달싹할 수 없는 지경이다.

한국은행이 지난 9월 말 내놓은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GDP대비 가계부채비율은 80%에 달한다. 독일, 프랑스는 60%이고 일본도 60%대이다. 브라질, 중국, 인도는 10%대다. 세계경제기구는 GDP대비 가계부채를 75% 이내로 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 이상이 되면 통제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는 분석이다. 우리는 이미 80%대다. 그리고 가계부채는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이것이 ‘경제를 좀 안다’는 이명박이 정권을 잡은 지 4년 만의 일이다.


노무현의 경제정책은 ‘군청 수준’, 비아냥댔던 이명박의 현실은

계간지인 <황해문화> 2011년 겨울호에는 이명박의 경제정책을 집중적으로 다루는 학자들의 논문이 다수 게재됐다. 그 가운데서 ‘토건국가의 시장만능주의 부동산 정책’이라는 제목의 글에는 아래와 같은 내용이 나온다.

2005년 6월 이명박은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군청 수준’이라고 비아냥댔다. 노 정부가 아마추어임을 강조하면서 자신이 프로임을 은연중에 과시한 발언이었다. 그는 2006년 11월에는 ‘내가 정권을 잡으면 무슨 수를 내서라도 젊은 부부들에게 집 한 채를 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는 말까지 호기 있게 했다. 그 얼마 뒤에는 ‘1가구 1주택은 국가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자신감 넘치는 태도와 거침없는 주장은 많은 국민들로 하여금 이명박 후보가 부동산 투기를 근절하고 모든 국민의 주거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획기적인 방안을 갖고 있다고 착각하게 만들었다. – 전강수 대구가톨릭대 교수

그의 자신감 넘치고 거침없던 말과는 달리 4년 만에 그는 국민들이 혐오하는 대상이 되었다. 시중에는 ‘임기 못 채운다’는 소리가 거침없이 들린다. 5백만 표라는 사상 최대의 표 차이로 당선된 대통령이었음을 고려할 때 그가 처한 처지는 당황스러울 정도다. 물론 그의 말과는 달리 젊은 부부들은 집을 갖지 못했다. 1가구는 1주택을 소유하지 못했다. 그리고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명박 정권 들어와서 가계는 사상 최고의 빚을 져야만 (집이 아닌) 생계를 영위할 수 있는 처지로 전락했다.

노 대통령을 ‘군청 수준’이라고 거침없이 혹평했던 이명박은 그렇다면 어떠한 수준의 정책 결과를 내놓았는가. ‘도청 수준’일까, 아니면 그토록 좋아하는 미국, 일본 수준일까? 그렇지도 못한 듯싶다. 군청 수준에도 훨씬 못 미치는 결과를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거침없이 내뱉던 말과는 달리 이 정권 들어와서는 부동산을 가진 사람이나, 갖지 못한 사람이나 불행하다. 그리고 그 불행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부동산 가진 사람들은 집값이 오르지도 않고, 집을 내놔도 매매가 되지 않아서 불행하다. 이명박은 이들을 위해서 집요할 만큼 규제를 완화하고 세제를 완화했지만 오히려 집값은 점진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주변에 그의 확언을 믿고 집을 구매한 사람들이 많다. 가장 큰 피해자들이다. 집 없는 사람들은 톡톡히 설움을 당했다. 주택자들을 위해서는 수 없는 대책을 내놓았지만 ‘전세입자’들을 위해서는 특별한 조치가 없었다. 전, 월세 상한제도를 도입할 것처럼 액션을 취했지만 립서비스였다. 대신에 전, 월세 대출을 잘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했다. 이는 세입자를 위한 정책인가, 아니면 집주인을 위한 정책인가.


더욱 불편한 진실, 내년이 우려되는 이유

이 정권이 결코 드러내고 싶지 않아 하는 대목이 있다. ‘주택담보대출자의 80%가 이자만 내고 있다 – 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 中’는 사실이 그것이다. 집을 가지고 있지만 상당 부분 대출을 받은 ‘하우스 푸어’들은 지금 원금을 상환하지 못하고 있다. 만일 거치기간이 만료돼 원금까지 상환해야 하는 상황이 도래한다면 끔찍할 것이다. 상당수는 원금을 상환할 형편이 못 된다. 앞서 봤듯이 이미 가계대출이 급증해 기존 이자 갚기도 급급한 지경이다. 그들은 ‘급매’를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거래되진 않는다. 왜냐하면 다른 가계들도 최대의 가계빚에 노출돼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가슴 아프지만 ‘급급매’를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같은 이유로 거래되지 않을 것이다.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서울부동산정보광장> 통계를 보면 2006년 서울시 아파트는 12만 건 매매되었다. 2007년은 6만 건, 2008년은 6만 건, 2009년은 7.6만 건, 2010년은 4.5만 건, 2011년 12월 현재까지는 5.3만 건 매매가 체결되었다. 은행에서는 대게 3년 거치를 허용한다. 최고 거래가 많이 이루어진 2006년에 대출을 받아 집을 산 가계가 한 차례 타 은행으로 대출을 갈아타고 다시 원리금이 도래하는 시기가 2012년이다. 2006년 이후 가장 많이 거래된 2009년의 대출 가계의 원리금이 도래하는 시기가 2012년이다. 내년의 가계빚이 우려되는 더욱 불편한 진실이다.

각종 전망치들이 내년의 경제성장률이 사상 최저에 해당하는 암울한 수준임을 예언하고 있다. 즉, 봉급쟁이들은 급여가 안 오르고 인센티브 보너스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더더군다나 그들은 이미 생계형 가계빚에 시달리는 형편이다. 그들은 빚을 내 집을 구매할 상황이 아니다. 앞서 보았듯이 2006년과 2009년에 대출로 집을 구매한 많은 가계들은 원리금을 갚던지, 다른 은행으로 갈아타던지 아니면 ‘급급매’로 집을 내놔야 할 것이다. 원리금을 갚긴 어려울 것이다. 가계부채를 엄격하게 관리하라는 지시가 내려올 것이므로 ‘갈아타는 대출’이 예년처럼 쉽진 않을 것이다. 급급매 또한 어려운 상황이다.

군청 수준의 정책을 폈다던 노무현 군수(?) 시절에도 내년이 이토록 암울했던 적 없었고, 가계들이 군수 욕을 했지만 이토록 살기 팍팍했던 적 없었다. 국민들에게 각종 장밋빛을 선사하고 화려하게 취임한 이명박은 그러나 집권 4년 만에 가계를 파탄 냈다. 사상 최고 수준의 가계빚이 그 증거이며 내년이 되면 더더욱 빚에 내몰리게 되는 가계들이 그 증거이다. 가계는 빚에 숨 막혀 하는데 ‘국익’을 위한다는 이명박은 민생법안은 외면한 체 뜬금없이 한-미 FTA를 날치기시켰다.

그것을 날치기하면 야당에서 2012년도 예산안 보이콧할 것이 뻔히 예상되는 상황에서 날치기를 감행했다. 도대체 무슨 이유 때문이었을까. 날치기를 강행할 수밖에 없었던 그의 머릿속이 궁금하다. 과연 국민이 들어 있기는 한 걸까? 지금 국민들은 사상 초유의 가계빚에 힘들어한다. 이명박의 임기는 이제 1년 남았다.

부천사람사는세상


Posted by civ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