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media.daum.net/society/affair/newsview?newsid=20140601094109211
[단독] "유민봉 청와대 수석, 제자 논문 표절했다"
시사저널 | 김지영 | 입력 2014.06.01 09:01 | 수정 2014.06.01 09:52
유민봉 대통령비서실 국정기획수석비서관(차관급)이 성균관대 제자의 박사 학위 논문을 표절한 의혹이 불거져 파문이 예상된다. 유 수석은 1980년 성균관대 행정학과를 졸업한 후 1983년 제23회 행정고시에 합격했다. 그는 1984년 미국 유학길에 올라 텍사스 대학교에서 정책학 석사, 오하이오 주립대학교 대학원에서 행정학 박사 학위를 각각 취득했다. 그리고 1991년 3월 모교인 성균관대 행정학과 부교수로 임용됐다. 2000년 3월부터 성균관대 행정학과 교수로, 2008년 8월부터는 성균관대 국정관리대학원장 겸 행정대학원장으로 재직했다.
유민봉 청와대 국정기획수석비서관(사진)의 논문 표절 의혹이 불거졌다. 2009년 4월의 김영호 한국 교통대 총장 논문(위)과 그해 12월 발표된 유 수석 논문이 유사하다는 것이다.
2013년 1월부터 2월까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국정기획조정분과 간사를 맡았는데 박근혜 당선인의 신임을 받아 현 정부가 출범한 후에는 대통령비서실 국정기획수석비서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인사·행정 전문가인 유 수석은 현 정부가 출범할 때 정부 조직 개편을 주도했다. 유 수석은 대통령비서실 9명의 수석비서관 가운데 좌장으로 국정 과제 전반을 관할하는 막중한 직무를 수행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5월19일 세월호 참사의 후속 대책 가운데 하나로 안전행정부의 '안전' '인사' '조직' 기능을 안행부에서 분리해 '안전'은 국가안전처로, '인사'와 '조직'은 신설되는 행정혁신처로 이관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5월 27일 유 수석이 '조직' 기능을 안행부에 그대로 두겠다고 번복하면서 "정부 조직 개편안을 졸속 처리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2009년 성대 대학원장 시절 논문 표절 의혹
이런 와중에 유 수석이 2009년 성균관대 국정관리대학원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자신이 지도교수를 맡았던 제자의 논문을 표절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것이다. 유 수석은 < 한국행정연구 > 2009년 겨울호(제18권 제4호)에 '위계선형 모형을 이용한 조직의 구조적 특성이 공무원의 직무 만족에 미치는 영향 분석'이란 제목의 논문을 발표했다. 유 수석이 제1 저자에 버금가는 '교신 저자'로, 그의 성균관대 제자들인 류 아무개씨, 심 아무개씨, 김영호 현 국립 한국교통대학교(2012년 3월 충주대학교와 한국철도대학 통합 개교) 총장 등이 공동 저자였다. 논문 승인 날짜는 2009년 12월21일이었다.
문제는 유 수석의 논문보다 6개월 정도 앞선 2009년 4월에 발표된 김영호 총장(당시 법무법인 세종 고문)의 행정학 박사 학위 논문인 '조직 구조가 직무 태도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를 표절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는 점이다. 김 총장은 1976년 성균관대 행정학과를 졸업했다. 지도교수였던 유 수석의 4년 선배이기도 하다.
시사저널이 접촉한 복수의 대학 교수 및 학계 전문가들에 따르면, 유 수석은 김영호 총장의 박사 학위 논문 내용 가운데 크게 '연구 가설'과 '연구 자료' 등 두 부분을 표절했다. 우선 '연구 가설' 표절 의혹 부분을 들여다보자. 유 수석 논문의 연구 가설을 보면 '가설1: 조직 구조의 공식성이 높을수록 직무 만족은 높아질 것이다. 가설 2: 조직 구조의 집권성이 높을수록 직무 만족은 낮아질 것이다'라고 돼 있다( < 한국행정연구 > 제18권 제4호, 37쪽). 그런데 김 총장 논문을 보면 ' < 가설2 > 2-1: 조직 구조의 공식성이 높을수록 직무 만족은 높아질 것이다. 2-2: 조직 구조의 집권성이 낮을수록 직무 만족은 높아질 것이다'라고 적시돼 있다(김 총장의 박사 논문 80쪽).
두 논문의 연구 가설이 거의 동일함을 알 수 있다. 유사한 부분도 발견됐다. 유 수석 논문의 연구 가설에 '연구 문제: 조직 구조의 복잡성과 직무 만족은 어떤 관계인가?'라는 부분이 나온다. 이는 김 총장 논문의 연구 가설 '2-3: 조직 구조의 복잡성이 낮을수록 직무 만족은 높아질 것이다'라는 부분과 유사하다.
생각의 단위 명제·데이터 동일·유사
'연구 자료'에서도 표절로 의심을 살 만한 부분이 발견됐다. 유 수석은 자신의 논문에 김 총장 논문의 설문조사 데이터를 그대로 인용했다. 유 수석은 자신의 논문 41쪽에서 '2)자료 수집: 자료는 중앙행정기관 47개 부·처·청·위원회를 대상으로 2009년 3~4월 약 1개월간 설문조사한 것이다(김영호, 2009). 자료수집은 회수율과 성실한 응답을 얻기 위해 각 행정기관의 인사담당관의 협조를 얻어 기관마다 무작위로 30부씩 총 410부의 설문지를 배포했고 이 중에서 1161부의 설문지가 회수됐다(82.3%의 회수율)'고 밝혔다. 이는 김 총장 논문 89쪽에 게재된 ' < 표4-1 > 설문지 배포 및 회수율' 데이터를 그대로 인용했다는 것이다.
유 수석과 김 총장 논문을 비교·검토한 한 대학교수는 "유 수석이 김 총장 논문을 인용했다고 출처를 밝혔어도 박사 논문 데이터를 그대로 차용한 것은 정황상 표절에 가깝다"고 지적하며 "만약 데이터를 인용할 경우에는 유 수석이 자신의 논문에 어떤 방식으로 데이터를 가공 내지 재가공했는지 설명했어야 한다. 하지만 유 수석은 이를 설명하지 않은 채 데이터를 그대로 갖다 썼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표절'의 기준을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 연구 논문 조작 사건을 계기로 과학기술부는 2007년 2월 8일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을 마련했다. 이 지침에 따르면 표절은 타인의 아이디어, 연구 내용·결과 등을 정당한 승인 또는 인용 없이 도용하는 행위다. 이를 더 구체화한 것은 교육인적자원부가 2008년 2월22일 설정한 '논문 표절 가이드라인'이다.
이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①여섯 단어 이상의 연쇄 표현이 일치 ②생각의 단위가 되는 명제 또는 데이터가 동일하거나 본질적으로 유사 ③타인의 창작물을 자신의 것처럼 이용 ④남의 표현이나 아이디어를 출처 표시 없이 쓰거나 창작성이 인정되지 않는 짜깁기 ⑤연구 결과 조작 ⑥저작권 침해 가능성이 높은 저작물 등 ①~⑥ 경우에는 '중한 표절'로 파면·감봉 등 중징계를 할 수 있다. 또한 ⑦자신의 저작물이더라도 과거와 구분하지 않은 중복 게재, 주요 내용의 자기 표절, 공유 영역에 속한 저작물을 부당하게 사용하는 행위는 '경미한 표절'이다. 다만 논문 표절 등 연구 부정행위 문제가 발생한 경우, 표절 등에 대한 최종적인 판단 권한은 해당 학회지를 발행한 학회 또는 대학에 있다.'
본지는 이 가이드라인을 토대로 대학교수를 비롯한 학계 전문가 4명에게 유 수석 논문의 표절 여부를 확인해달라고 의뢰했다. 그 결과, 유 수석 논문의 '연구 가설'과 '연구 자료' 등은 가이드라인 가운데 '②생각의 단위가 되는 명제 또는 데이터가 동일하거나 본질적으로 유사'한 경우에 해당한다는 답변을 받았다. 이는 '중한 표절'로 파면·감봉 등 중징계를 할 수 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유 수석이 표절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김 총장의 논문도 이미 발표됐던 다른 논문들을 표절했다는 의혹이 짙다. 김 총장이 자신의 박사 학위 논문 작성을 위해 표절한 의혹을 사고 있는 논문은 시사저널 취재 과정에서 드러난 것만 10편이나 됐다. 2001년 6월 발표된 연세대학교 보건학과 김 아무개씨의 박사 학위 논문 '병원 종사자의 조직 구조 및 조직문화 인식과 조직 갈등 경험, 조직 몰입 간의 관계'를 비롯해 2003년 12월 발표된 영남대학교 행정학과 주 아무개씨의 박사 학위 논문 '조직 구조·문화가 조직 효과성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 등이었다. 문장이나 문단이 100% 동일한 경우도 수두룩했고, 접속사나 어미 등만 바꿨을 뿐 완전히 동일한 경우도 적지 않았다. 심지어 그림이나 각주, 오자까지 똑같은 경우도 있었다. (→'오자에 각주까지 그대로 옮겨 썼다' 기사 바로가기)
유 수석과 김 총장 논문의 '연구 자료'가 동일함을 알 수 있다. 위는 김 총장 논문의 '연구 자료', 아래는 유 수석 논문에서 김 총장 연구 자료를 인용했음을 적시한 대목.
"유 수석, 제자 논문 부실하게 심사"
이는 앞서 언급한 '논문 표절 가이드라인' 가운데 ①~⑤에 해당하는 것으로 '중한 표절'이다. 이에 대해 김 총장은 5월29일 본지 기자와 만나 "내가 평생 학문을 한 사람은 아니니까 논문을 쓰다가 유사하게 쓸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럴 의도는 없었지만 학문적으로 엄격히 따지면 잘못된 부분이 있을 수 있다"고 밝혀 표절을 일정 부분 시인했다. 김 총장의 표절 의혹 논문에 대한 유 수석의 책임론도 제기됐다.
학계의 한 인사는 "유 수석이 지도교수로서 논문의 표절 여부를 인지하지 못했다면 이는 지도교수로서 지도 의무를 성실히 수행하지 않은 것"이라며 "만약 유 수석이 김 총장의 논문 표절을 묵인했다면 윤리적인 책임뿐 아니라 명백한 범죄행위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김 총장의 논문이 향후 '표절 논문'으로 최종 결론이 내려진다면, 유 수석은 '표절 논문'을 다시 표절한 모양새가 된다.
김 총장의 표절 의혹 논문을 김 총장이 직접 썼는지도 의문이다. 대필 의혹까지 불거지고 있다. 김 총장은 제18회 행정고시를 통해 공직 생활을 시작했고, 1991년부터 총무처 과장, 장관 비서실 등, 2000년부터는 행정자치부에서 근무했다. 이후 중앙인사위원회 사무처장을 거쳐 2008년 3월부터 2009년 1월까지 이명박 정부의 초대 행정안전부 1차관을 역임했다. 공직을 떠난 직후 법무법인 세종의 고문으로 있었고 2010년 9월부터 2013년 10월까지 대한지적공사 사장을 거쳐 지난 3월부터 한국교통대 총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김 총장이 문제의 박사 학위 논문을 제출했던 시점은 행정안전부 차관을 그만둔 지 3개월이 지난 2009년 4월이다. 그런데 박사 학위 논문에 필요한 설문조사 데이터를 수집했던 때와 논문을 제출했던 시점이 2009년 4월로 거의 일치한다. 김 총장의 논문엔 이렇게 쓰여 있다.
'본 연구는 조직 구조와 조직 성과(특히 직무 태도) 간의 관계에 대해 설정한 가설들을 경험적으로 검증하기 위해 설문지법을 이용했고, 조사 대상자는 현재 정부 조직에 근무하고 있는 공무원을 대상으로 했다. 실증 연구를 위해 47개 정부 조직을 대상으로 설문조사가 이뤄졌으며, 이는 2009년 3~4월까지 약 1개월에 걸쳐 실시됐다. 각 기관에 30부씩 총 1410부의 설문지 배포 후 1161부의 설문지가 회수돼 82.3%의 회수율을 보였다.' 김 총장이 설문지 1161부를 회수하고서 며칠 지나지 않은 시점에 박사 논문을 제출한 것이다.
이에 대해 학계의 한 인사는 "(김 총장이) 데이터 수집과 거의 동시에 학위 논문을 제출하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연구 방법 특성상 데이터 분석 이후 가설을 만들고 논문을 작성할 수 있는데 그 기간이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을 정도로 짧았다는 것이다. 김 총장의 논문을 누군가 대신 작성해준 것 아니냐는 대필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에 대해 김 총장은 "그건(대필 의혹은) 무책임한 얘기다. 2000년 이후 조금씩 구상하고 준비했다가 (2009년 1월) 차관 그만두고 나서 쓴 논문이다. 대필은 과한 얘기다"라고 부인했다.
학계 관계자는 "유 수석이 행안부 차관을 마치고 불과 세 달 정도 지난 시점에 김 총장에게 학위를 준 것도 의심을 사는 대목인데, 논문 심사도 제대로 수행하지 않았다면 지도교수로서 학생 관리 및 지도 책임을 방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별도로 유 수석이 석·박사 학위 논문을 남발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유 수석은 지도교수로서 지금껏 모두 18명의 석·박사 학위 졸업생을 배출했다. 그런데 국정기획수석으로 성균관대를 휴직한 상태였던 2013년 8월에 박사 학위 1명(양 아무개씨의 논문 ''우리성'에 대한 심층적 이해와 측정 도구의 개발 및 적용'), 지난 2월엔 석사 학위 1명(정 아무개씨의 논문 '팀장의 리더십 유형에 따른 부하 직원의 조직 몰입에 관한 연구')을 배출했다.
청와대 근무 중에도 석·박사 2명 배출
박근혜 대통령이 인도·스위스 및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일명 다보스포럼) 참석을 마치고 1월23일 서울공항을 통해 귀국해 유민봉 청와대 국정기획수석과 악수하고 있다. © 연합뉴스
대학교수가 휴직계를 내고 공직자로 가더라도 논문 지도는 계속할 수 있다. 하지만 유 수석처럼 국정 전반을 관할하는 국정기획수석비서관 일을 하면서 그것이 가능했겠느냐는 것이다.
유 수석이 인수위 간사와 국정기획수석으로 재직하면서 대학원 석·박사 학위를 배출한 사실을 잘 알고 있는 대학교수들은 "학위 남발이자 학위 논문을 양산하는 대표적 사례"라고 지적했다.
유 수석이 2002년부터 현재까지 단독 연구 논문을 발표하지 않은 점도 논란을 낳고 있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이 제공하는 학술연구정보서비스(RISS) 검색 결과, 유 수석은 2002년 이후 모두 18편의 논문을 학술지와 학술대회에서 발표했다. 모두 공동 연구 결과였다. 앞서 언급했던 유 수석의 제자인 류 아무개씨와 심 아무개씨 등이 공동 저자였다. 한 대학교수는 "교수가 단독 연구 논문을 반드시 발표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학자로서의 양식 문제"라고 밝혔다.
시사저널은 유 수석의 입장을 듣기 위해 유 수석의 청와대 집무용 및 개인 휴대전화로 여러 차례 연락했으나 받지 않았다. 이에 '논문과 관련해 질문할 게 있다'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도 보냈으나 회신이 없었다.
김지영(팀장)·조현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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