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642494.html
롯데, 하루 450톤 지하수 퍼내…주변침하 위험 있다? 없다?
등록 : 2014.06.15 20:24 수정 : 2014.06.16 14:54
2011년 5월 서울 송파구 잠실동 석촌호수 바로 옆 제2롯데월드 터에서 골조 공사가 한창이다.
[현장 쏙] 잠실 제2롯데월드 주변에서 18 무슨 일이?
지난해 11월 서울 송파구 잠실의 석촌호수 물이 크게 줄고 있다는 보도 뒤 인근 시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수위가 내려간 원인이 근처에서 짓고 있는 국내 최고층인 123층(550m)의 제2롯데월드와 연관이 있을 것이란 보도가 줄을 이었다. 일부 시민들은 지반 침하 등 극단적인 가능성까지 제기하고 있다. 시민들의 안전에는 이상이 없을까.
지난 11일 서울 송파구 잠실동 석촌호수는 평일이어서 그런지 조용했다. 호수 근처 롯데월드 매직아일랜드에서 놀이기구를 탄 사람들이 지르는 즐거운 비명 소리만 이따금 들릴 뿐이었다. 바로 옆 지하철 잠실역 주변이 국내 최고층인 123층(550m) 제2롯데월드 공사 등으로 공사판처럼 보이는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호수 수위는 크게 떨어졌던 지난해와 달리 평소 수위를 회복했다. 송파구청이 계측기로 조사한 석촌호수 수위 자료를 보면, 지난해 봄까지만 해도 4.3m 정도로 수위가 낮았지만 지난 2월27일 4.9m를 기록한 이후부터 현재까지 정상 수준(5m 안팎)을 유지하고 있는 상태다. 물이 줄어 수질이 악화되면서 생긴 악취도 사라졌다.
석촌호수 수위가 회복된 이유는 간단하다. 롯데 쪽이 줄어든 수위만큼 한강물을 끌어다 채워 넣었기 때문이다. 석촌호수의 취수 현황을 보면, 지난해 8~10월 석촌호수에 넣은 한강물의 양이 월평균 6만740t이었던 반면, 석촌호수 대량 물빠짐 보도가 나온 이후인 지난해 11월에서 올해 1월 사이 월평균 13만5800t으로 2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석촌호수는 평상시에도 증발로 물이 줄어들기 때문에 꾸준히 한강물을 끌어다 채워 넣고 있긴 했지만, 이렇게 많은 양의 물을 한꺼번에 넣는 것은 처음이다.
석촌호수 수위 회복에도 주민들은 여전히 불안감을 토로한다. 송파동의 한 빌라에 사는 정아무개(39)씨는 “지하수가 어딘가로 계속 유출돼 한강물로 호수를 채웠다는 얘기인데, 주변 건물 안전에 문제가 생기는 것 아닐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집 주변에 100층 넘는 초대형 빌딩이 들어서는 것 자체도 불안한데, 이런 일이 생기니 더욱 불안하다”고 말했다.
코앞 석촌호수 수위 낮아지며 “지반침하 전조” 주민불안 고조
구청, 한강물 끌어와 수위 회복 빌딩-호수 사이 지하수위도 상승
주민들 “어쨌든 유출은 계속돼”
롯데, 호수 수위변동 연관성 부인 “암반 견고해 빌딩붕괴 위험 없어”
■ 석촌호수 주변 안전할까?
주민들은 석촌호수 주변에 초유의 고층 빌딩을 짓는 일과 연관해 두 가지 지점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이 빌딩 자체가 무너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점과, 지하수위가 변화하면서 지반 성격이 바뀌고 이 때문에 땅이 푹 꺼지는 ‘싱크홀’이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점이다. <한겨레>는 이를 따져보기 위해 서울시와 송파구로부터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받은 각종 자료와 전문가들의 설명을 더해 의문을 풀어봤다.
주민들은 석촌호수 주변에 초유의 고층 빌딩을 짓는 일과 연관해 두 가지 지점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이 빌딩 자체가 무너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점과, 지하수위가 변화하면서 지반 성격이 바뀌고 이 때문에 땅이 푹 꺼지는 ‘싱크홀’이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점이다. <한겨레>는 이를 따져보기 위해 서울시와 송파구로부터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받은 각종 자료와 전문가들의 설명을 더해 의문을 풀어봤다.
제2롯데월드의 경우 지하수 유출량이 하루 평균 450t일 정도로 많긴 하지만 고층 빌딩을 지으면 지하수가 유출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땅을 깊게 파면 지하수가 샘솟아 우물을 만들 수 있듯이 빌딩을 높이 올리기 위해 지하수위보다 낮은 곳까지 땅을 깊게 파고 들어가면 지하수가 샘솟게 된다. 송파구청 쪽은 석촌호수 옆에서 공사중인 효성해링턴 타워도 하루 평균 40t의 지하수가 유출되는 등 주변 다른 공사장에서도 지하수가 유출된다고 설명했다.
완공된 건물에서도 지하수가 꾸준히 유출된다. 오래전에 완공된 제1롯데월드의 경우 하루 평균 410t(지난해 10월 기준)의 지하수가 유출되고 있다. 서울시청 관계자는 “지하철역을 지을 때도 지하수 유출이 상당하게 나타나는데, 공사가 끝난 뒤에는 안정화되고 그럴 경우 구조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롯데 쪽은 “제2롯데월드는 경암과 연암으로 이뤄진 견고한 암반 위에 들어서기 때문에 석회암 지반 지대에서 지하수 유출 때문에 발생하는 건물 붕괴 위험은 전혀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라고 밝혔다.
주변의 지반 침하 가능성은 어떨까. 박종관 건국대 교수(지질학)는 “공사를 진행할 때 지하수위가 떨어졌을 텐데, 터파기 공사를 마감하고 더 많은 물을 호수에 집어넣고 있는 상황이라면 주변 지역 지하수위가 상승 추세이거나 일정한 상태로 유지되면 괜찮다. 여전히 지하수위가 낮아지고 있다면 문제”라고 말했다. 박 교수의 조언에 따라 제2롯데월드 신축공사 현장과 석촌호수 사이에 설치돼 있는 3개의 지하수위계 측정치를 봤더니, 지난해 4월과 올해 4월 각각 ①지표 하 8.7m에서 7.0m, ②지표 하 8.2m에서 7.3m, ③지표 하 9.2m에서 7.7m로 상승중이다.
송파구청 오해근 생활환경팀장은 “밑을 받치는 지하층이 내려가면서 지하수위가 낮아질 경우에는 위험하다고 볼 수 있겠지만 지하수위가 상승하고 있다는 점에서 지반 침하 우려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올해 1월 추가로 설치한 지하수위계 한곳에서는 지하수위가 낮아지긴 했지만, 바로 옆에서 진행중인 효성해링턴 타워 터파기 공사가 원인이 아닐까 추정한다는 것이 롯데 쪽 설명이었다.
현재까지 파악된 데이터만 보면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그렇다고 완벽하게 안전하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제2롯데월드가 워낙 이례적으로 높은 건물이고 지하 6층(지하 35m)까지 땅을 판 뒤 건물을 짓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지난해 12월 전문가들을 불러 실시한 ‘석촌호수 수위 저하에 대한 전문가 자문회의 결과 보고’ 내용도 “주변 지역의 지하수위가 일정하게 유지돼 지반 침하 등 안전성에는 영향이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지만, “분석 자료의 근거는 롯데 쪽에서 제공한 것으로 신뢰성이 낮으므로 정확한 원인 규명을 위해 정밀조사를 벌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송파구청은 연구용역을 발주해 정밀 재조사를 벌일 계획이다.
박창근 관동대 교수(토목공학)는 “석촌호수에서 제2롯데월드 쪽으로 흘러가는 물 때문에 새로운 물길이 생기고, 그럴 경우 물에 토사까지 같이 쓸려 가면서 지반이 약화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석촌호수와 제2롯데월드 사이에 있는 도로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 3월 제2롯데월드 모습. 송파구청 제공
■ 여전히 불안감 자극하는 이유는?
사업자인 롯데 쪽뿐만 아니라 서울시 관계자도 “여러 가능성을 고려해야 하긴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시민들이 우려할 정도라고는 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롯데 쪽이 사실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설명하지 않으면서 시민들의 불안감을 오히려 자극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사업자인 롯데 쪽뿐만 아니라 서울시 관계자도 “여러 가능성을 고려해야 하긴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시민들이 우려할 정도라고는 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롯데 쪽이 사실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설명하지 않으면서 시민들의 불안감을 오히려 자극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롯데는 이 모든 분석의 바탕이 되는 제2롯데월드 건설과 석촌호수 수위와의 연관성 자체를 부정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문화방송>(MBC) 보도에서 김종천 롯데물산 사업총괄이사는 “석촌호수 수위 저하와 공사 현장과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고 판단하고, 자연증발량(의 영향)이 더 많은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강물을 채워 넣고 그에 따른 비용까지 롯데 쪽에서 부담하고 있는 상황이 드러나면서 뭔가 숨기는 것 같은 느낌을 주면서 주민 불안감을 증폭시켰다.
송파구청 관계자는 “지난해의 경우 석촌호수 물이 줄어든 게 분명 제2롯데월드 공사 때문인 것 같았는데, 롯데 쪽에서는 자신들과 아무 상관 없다는 식으로 답하며 책임을 회피하려 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하지만 지난해 12월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 의뢰해 산소·수소 동위원소 분석 결과 제2롯데월드 지하 6층에서 채취한 유출 지하수와 석촌호수의 물이 동일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하지만 롯데 쪽은 여전히 석촌호수의 물이 제2롯데월드에서 유출된다는 것은 “추측”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도광수 롯데건설 기술사는 “과거에 잠실은 한강물이 흐르던 매립지다. 한강물의 성분과, 한강 주변 암반지대 위에서 흐르는 지하수의 성분은 큰 차이가 없다. 동위원소 분석만으로 석촌호수 물이 제2롯데월드 쪽으로 빠진다고 단언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석촌호수의 물이 줄어든 것과 제2롯데월드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는 롯데 쪽 주장이 사실이라면 더욱 불확실성은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럼 도대체 왜 석촌호수 물이 이례적으로 줄었다는 것인가”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없고, 결국 안전 문제도 미궁 속으로 빠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위험사회>의 지은이 울리히 벡 독일 뮌헨대 교수는 <한겨레> ‘창간기념 특별대담’(5월16일치 2·3면)에서 기후변화, 세계 금융불안, 유전자변형식품 등을 예로 들며 “과학이 발전하면서 역설적으로 누구도 확실한 답을 갖기 어렵다”고 말했다. 벡 교수는 그렇기 때문에 모든 정보가 공유돼 신뢰가 구축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벡 교수는 “인간의 지식은 제한되지만 우리는 참여를 통해 새로운 신뢰를 만들어낼 수 있다. 스스로 결정을 내린 (시민들은 그 결정에 따른) 위험요소를 수용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롯데물산은 지난 9일 롯데월드타워의 저층부 판매시설 등에 대한 임시 사용승인 신청서를 서울시에 제출한 상태다.
음성원 기자 e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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