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004033
"'노무현 구속하라' 집회 보도 안 나와... 그게 편향보도"
[원장님 지시·강조말씀①] 2009년 5월~2010년 6월 지방선거
14.06.17 10:38 l 최종 업데이트 14.06.17 10:38 l 박소희(sost)
16일 열린 국가정보원 대선개입사건 34차 공판(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이범균)에서 검찰은 원세훈 전 원장의 '원장님 지시·강조 말씀'을 상세하게 공개했다. 그가 2009년 취임 이후 전 부서장 회의에서 한 이야기다. 국정원은 이 발언을 요약·정리, 내부전산망에 게시했고 지난해 그 요약본 일부가 알려졌다.
이날 검찰은 원 전 원장의 말을 그대로 담은 녹취록도 제시했다. 국정원 내부전산망 게시 자료 역시 예전보다 자세했다. 검찰은 발언 하나하나를 들며, 그가 국정원의 정치관여와 대선개입을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원 전 원장은 대부분 "기억이 나질 않는다"고 말했다.
<오마이뉴스>는 검찰이 법정에서 공개한 '원장님 지시·강조말씀'을 2010년 6월 지방선거와 2011년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기준으로 크게 세 시기로 나눠 정리했다. 두 선거는 모두 트위터가 큰 영향력을 발휘한, 곧 국정원이 '사이버심리전'을 강조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2009년 5월부터 2010년 6월 지방선거 이전까지 원세훈 전 원장은 세종시 원안이나 햇볕정책 등 정부와 의견이 다른 세력들을 '적', '나라가 잘 되길 바라지 않는 사람들'이라고 비난했다.
▲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2013년 8월 1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국정원 댓글 의혹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청문회에 출석해 증인석에 앉고 있다. ⓒ 남소연
2009년 5월 15일
"편향보도 문제 이런 부분도, 지난번에 보수단체에서 '노무현 구속하라'고 장충체육관에 3000명 모여서 집회했는데 그건 보도 한군데도 안 났다. 봉하마을에서 30, 40명 모여서 반대한 것은 방송매체에 보도되고. 그런 것 자체가 편향보도란 말야. 그런 것도 좀 제대로 챙겨주시고.
강원랜드 노조 보면, 감독하는 사람들은 노조원이 될 수 없는데 노조에 들어가 있더라. 우리 공무원 노조 같은 데에서도 그런 것에 관심 많다. 여러 가지 잘못된 노사관행, 그런 부분도 전체적으로 시정하는 데에 관심 가져달라."
이에 대해 원세훈 전 원장은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 발언은, 원칙적으로 저런 얘기했다는 건 왜곡의 예를 들려줬다는 뜻"이며 "강원랜드 노조 발언도 기억 안 난다"고 말했다.
2009년 6월 19일
"대학에서 교수들이나 전교조까지 나서서 시국선언 한다는데 그게 정말 그쪽을 다 대변하는 게 아니다. 정치 발언을 할 위치에 있지 않은 사람들이 하는 경우도 많다. 제가 볼 때는 교수라든가 교사라든가 종교단체라든가 하려면 그 사람들이 그 단체 뒤에 숨지 말고 공개적으로 나서라 이거다. 정당을 자기가 만들어서 정치얘기를 해야지. 여러분이 그런 걸 다 정리하는, 맨 앞장서는 일을 해주셔야 한다. 지금까지도 잘하고 계시지만 분발해서 더 잘해 달라.
직장 교육, 그 다음 예비군 교육 등에서 쓸 자료를 필히 잘 만들어서 가지고… 그걸 만들어도 국정원 이름으로는 못할 테니까 외부 기관 이름으로 해서 학교나 군에 배포해서 정말 실질적인 교육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금 10년 동안 70억불 가까운 돈을 우리 정부에서 (대북) 지원했다. 뒤로 준 돈은 얼마인지 얘기할 것도 없다.
그런 돈을 줘서 지금 북한이 미사일 개발하고 핵 실험한다. 그런데 (사람들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란 사람은 햇볕정책 잘해서 (남북관계가) 잘 갔는데 이 정부 들어와서 긴장 강화시키는 바람에 북한이 핵 실험 하고 미사일도 발사했다고 한다. 그 돈을 누가 줘서 한 거냐 말이다. 그러니까 수세적으로 할 게 아니라 우리가 확실한 자료를 만들어서 공세적으로 (대응)해라."
이 같은 발언에 대해 원세훈 전 원장은 "(이 발언이) 녹취록에야 있겠지만, 그런 말을 했던 기억은 없다"고 말했다. 다만 국정원에서 안보교육자료를 만들라고 지시한 일은 있다고 했다. 그는 이 자료를 다른 기관 이름으로 배포하라는 부분 역시 기억나지 않고, 그런 사례가 있는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또 "국정원이란 조직은 김대중 정부 때에도 햇볕정책을 반대한 조직"이라며 햇볕정책 비판은 불법 정치관여 지시가 아니라 안보와 관련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2009년 9월 18일
"조금만 잘못하면 우리가 큰일 하는 데에 지장이 된다. 그렇게 일해선 안 된다. 공무원 노조가 9월 20일에 전부 투표를 한다. 그런 거 때문에 활동하는데 어디 구청장이랑 얘기하고 그런 게 민주노총으로 나가고 해서 문제가 된 거다. 이런 것 할 때에도 바로 우리가 나설 것인지 아니면 쿠션을 갖고 할 것인지 판단하면서 일해줘야 한다. 무조건 가서 부딪치고, 터지고 이런 식으로 하는 건 일 하는 게 아니다. 정말 치밀하게 해야 한다."
(기자 주 : 당시 공무원노조는 노조 통합과 민주노총 가입 찬반 투표를 앞두고 있었다. 이때 공무원 노조 쪽은 국정원이 지자체에 압력을 넣는 등 투표를 방해했다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원세훈 전 원장은 이번에도 "발언한 것은 기억나질 않는다"고 말했다. 당시 국정원 직원이 공무원노조 관계자 징계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서울 양천구청장을 만났다는 내용 등도 "세부적으로 알고 있는 위치가 아니다"라고 했다.
2009년 10월 16일
"지금 보면 대통령께서 여러 가지 일을 하고, (취임 후) 1년 반쯤 지나면서 국정지지도가 50%대까지 간 것도 우리 국정원이 제대로 활동하면 그렇게 된다. 여러분들이 활동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국정지지도가 올라갈 수도 있고, 내려갈 수도 있다. (정부를) 흔들려는 걸 자꾸 따라가지 말고, 선제적으로 홍보해야 할 일은 홍보해라. 우리처럼 조그만 나라가 G20 들어가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국정지지도 향상도 국정원 업무냐'고 물었다. 원세훈 전 원장은 "지금 북에서 하루에도 다섯 번, 열 번씩 온·오프라인으로 대통령을 폄훼한다"고 답했다. 그는 살짝 격앙된 목소리로 "'우리민족끼리' 이런 걸 보면 계속 왜곡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활동들을 국정원에서 잡아내고 사이트나 트위터 계정 등을 폐쇄하는 일이 "왜곡된 것 바로잡기"라며 국정원이 할 일이었다고 했다. 그 활동들이 자연스레 국정지지도 올리기 효과를 낳을 수 있는 것이지 노골적인 대통령 홍보활동은 아니란 얘기였다.
또 기억 안 난다는 걸 전제로, 자신이 말한 '홍보' 얘기는 "국정원이 직접 한다는 게 아니라 지부장들이 이런 걸 지역에서 알리고, 예를 들어 청와대 등에 관련 자료를 만들어 보고하라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2009년 11월 20일
"여야 등거리를 하겠다는 입장에서, 야당이라고 우리가 없는 일 만들어 공격하면 안 되지만 국민이 여야 만드는 이유가 뭐냐? 국민 의사가 많이 반영된 게 여당이고, 지지가 적은 게 야당 아니냐. 그러면 많은 국민들이 원하는 쪽으로 우리가 일하는 게 맞는 거다. 정치적으로 편드는 게 아니라 정부가 하는 일이 국민 다수가 원하는 것이다. 그런 건 여러분들이 자신 있게 해야 한다. 똑같이 중간에, 그런 게 어딨냐.
(정부가) 잘못하면 (국민들이) 여러분을 평가하는 게 아니고, 선거 때 평가한다. 근데 여러분들이 앉아서 평가를 하고 있으면 국민들이 종합평가를 할 수 없다. 여러분들은, 부서장들은 이 정권하고 밖에 더 하겠냐. 여러분들 위치에서 다음에도 길게 (일)할 것 같냐. 한다면 정무직으로나 참여하는 것말고는 일할 기회가 없다. 마지막이라는 각오를 갖고 일해야 한다."
이에 대해 원세훈 전 원장은 "정책에 관한 얘기를 하면 했지, 정치 얘기는 안 했다"며 "기억에 없다"고 말했다. 또 이 발언은 정치 개입하라는 뜻으로 얘기한 것 같지 않다고 했다.
2009년 12월 18일
"세종시 문제 여론 좀 바꾸라고 얘기하면, 현장에 나가보고 '이렇답니다.' 이런 식으로 하는데 뭐가 바뀌겠냐. '세종시 좀 찬성해주세요, 4대강 찬성해주세요.' 이런다고 되는 문제가 아니다. 심리전도 하고 해서 지금 좌파들이 앞으로 잘 나가는 국정 발목 잡는 일을 차단시키는 데에 더 앞장서주길 바란다. 대통령 국정지지도도 그렇지만 세종시 수정안 케이스도 많은 분들이 수정 원한다. 여태까지 4대강 문제도 반대가 많았는데 대통령이 국민과의 대화한 이후에 찬성이 많아졌다. 이런 것 자체가 대통령이 말씀하신 것보다 우리가 지부에서 적극적으로 움직여서 바뀌고 있다고 보인다."
이와 관련해 원세훈 전 원장은 국정원 내부전산망에 올라온 '원장님 지시·강조말씀' 자료는 부하 직원이 작성한 회의 자료를 그냥 읽는 수준의 얘기가 많았다고 말했다. 자세한 내용을 파악하고 있던 게 아니었다며 "심리전 얘기도 자료에 나오는 걸 있는 그대로 말했을 뿐"이라고 했다.
2010년 1월 22일
"'세종시가 블랙홀이 되어서 다른 지역들은 다 나빠진다'는 식으로 말을 만드는 사람들은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사람들이다. 그냥 가서 쓸데없이 말하는 놈은 한 대씩 먹여버려라. 진짜 그렇게 끌려 다니지 말고 확실하게 해라. 그런 사람들은 나라가 잘 되지 않기를 바라는 사람들이니까 같이 갈 필요가 없다."
원세훈 전 원장은 이 발언 역시 "기억이 없다"고 했다.
2010년 2월 13일
"세종시 등 주요 국정현안이 지나치게 정치적으로 해석되고 좌파의 선전·선동으로 국민들이 오해하는 부분이 많다. 본 사업을 국민들에게 바로 알리는 일에 본 부서는 물론 지부에서도 많은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나서주길 바란다."
검사는 이 같은 녹취록과 '원장님 지시·강조말씀' 자료도 제시했다. 자료에는 원세훈 전 원장이 세종시 수정안 등 국정 홍보를 지시했다고 쓰여 있었다. 원 전 원장은 자료에 나오는 '홍보'라는 표현의 의미가 조금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부장들의 경우 기관장 모임 때 '이런 얘기가 있다'고 해달라는 뜻에서 얘기했다"고 했다. 원 전 원장은 또 검사가 제시한 자료와 자신이 회의 때 참고한 자료가 다르다고 했다. 그는 "제가 본 자료는 더 상세하다"며 "이 자료는 직원들이 회의 내용을 요약한 것 같다"고 말했다.
2010년 3월 19일
"우리 직원이 자기도 만나선 안 될 사람들이 껴있는 데에 앉아서 이 얘기 저 얘기 하다가 잡혔다. (이 일이) 작은 것 같지만, 좌파들은 좋아서 국정원하고 원장이 업무 범위에 벗어났다며 국정원법 위반으로 고발했다. 그렇게 하면 우리가 정작 할 일을 못하잖아요. 문제될 건 없지만 그래도 왜 일을 하는데 그런 식으로 하나. 가능한 숨어서 하고, 조정이 필요하면 간부들이 나서라.
지난번에 광주도 지부장이 시장한테 얘기했음 국정원이 어쨌다 소리가 안 나왔다. 연기군도 말야. 위원장 만나러 간 자리에 군의원 두 명이 있는데도 같이 떠들어버리니까 군의원들이 엉뚱한 얘기한 것 아니냐."
(기자 주 : 국정원은 2009~2010년 몇 차례 광주에서 '불법 정치 개입' 논란이 불거졌다. 공무원노조 통합에 개입하고 이명박 대통령을 비판하는 설치미술작품을 철거해달라는 것 등이었다. 이 회의에서 원 전 원장이 어떤 일을 언급한 것인지는 법정에서 드러나지 않았다. 2010년 초에는 국정원 충남지부가 충남 연기군 면장·농협조합장 등에게 세종시 수정안 지지를 회유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한편, 참여연대와 불교관련 시민단체들은 2010년 2월 조계사 행사에 국정원이 개입했다며 원 전 원장과 국정원 직원 권아무개씨를 검찰에 고발했다)
원세훈 전 원장은 국정원 정치개입 논란을 빚었던 사례를 언급하며 '하지말라'가 아니라 '가능한 숨어서 하라'고 한 것도 '정치개입 지시'가 아니라고 했다. 참여연대 등을 '좌파'라고 표현한 근거가 뭐냐는 검찰의 질문에는 "일반적인 표현이다, 좌파는 뭐 생각이 또 다른 사람들은 있는 것이니까" 정도로 답했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의 고발 얘기를 꺼낸 까닭은 직원들이 불법 논란을 낳을 행동은 하지 말라는 취지였다고 밝혔다.
2010년 4월 16일
"선거는 여야 문제만이 아니다. 이번 지방선거에선 북에서 '2012년 정권을 바꿀 수 있도록 다 모으라'고 아주 구체적으로 지침이 내려왔다. 근데 우리 반대세력 비밀 같다고 했지만 그것도 안 맞는 게 거기 보면 민주당은 '대세'라고 했는데, 지금 보면 (민주노동당과) 같이… 어떻게 민노당한테 서울시의원 자리를 13개나 주냐. 민노당은 '대세'에 안 들어가잖아. 그렇게 모으라는 건 김정일이 지령이다.
'희망과 대안(2010년 지방선거 즈음 활동한 정치운동단체, 박원순 서울시장이 공동운영위원장)'이든 뭐든 만들지만 어쨌든 선거에서 단일화하라는 것이다. 북한 지령대로 움직이는 건 결국 종북단체 아니냐. (단일화로) 이쪽(정부·여당)은 입을 하나밖에 못 쓰게 하고. 일반 국민들이 보면 다수가 반대를 하는데 한나라당만 어떤 정책에 찬성하는 걸로 보인다. 그거 다 이용당하는 일인데도 모른다. 여러분이 확실히 중심을 잡아 달라."
원 전 원장에게 검사가 "이 발언대로라면 '희망과 대안'이 종북단체냐"고 물었다. 그는 "제 판단이 아니라 북한 지령문에 다 포함돼 있다는 걸 얘기해줬다"고 답했다. '왕재산 사건' 검찰 수사결과 발표에도 '민노당을 중심으로 진보대통합정당을 만들라'는 북 지령이 담겨 있었다고 덧붙였다.
또 검사가 "발언만 보면 제도권 정당, 특히 제1야당까지도 종북단체인 것처럼 흠집내지 않았냐"고 질문했다. 원 전 원장은 "여태까지 민주당을 종북단체로 생각해본 적이 한 번도 없다"고 대답했다. '대세'란 말은 '대한민국 세력'이란 뜻이라고 설명했다.
2010년 5월 20일
"이 적이 과연 우리 편이냐, 우리나라 구성원이냐는 걸 의심을 해야 한다. 국민들에게도 그걸 알리는 게 국정원이 할 일이다. 우리 적이 아닌 게 아니다. 초계함 지나가는 것을 (북한이) 어뢰를 써 침몰시킨 일을 대응하기 전에 우리 내부에서 '대통령이 책임져라'고 한다. 우리나라 10년 동안 정권을 잡고 있던 사람들 입에서 나올 말이냐.
국민들에게 진짜 안보의식을 여러분이 제대로 갖춰줘야 한다. 어떻게 해요? 그런 사람들이 잘못됐다는 걸 알려야 할 여러분 책임이 있다. 6월 2일 지방선거도 있고, 그달은 호국보훈의 달이기도 하고, 국민들이 이번 천안함 피격사건을 계기로 안보의식을 바꾸도록 우리 원 전체가 해야 한다."
이에 대해 원 전 원장은 "안보의식 강화는 국정원이 당연히 해야 할 일"이란 취지에서 한 발언이라고 했다. "야당 의원이 천안함 피격을 두고 문제 제기를 한다고 '그들이 적이고, 우리나라 구성원이 아니다'라고 알리라는 건 노골적으로 야당 의원 낙선 운동하라는 뜻 아니냐"는 검사 질문에는 고개를 저으며 강하게 부정했다. 그는 "당시에 야당도 정부 발표가 맞다고 했다"며 "확인해보면 알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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