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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에서 4대강으로, 메뚜기 떼처럼 몰려간 연구자들
['가든파이브' 이주사]‘이명박 키드’ 학자들의 등장
김상철/이주정책사TF  |  webmaster@mediaus.co.kr  입력 2014.07.04  09:04:46

지난 2005년 5월 2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이기택 재판장)는 청계천 비리 관련 선고공판에서 특별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양윤재 전 서울시 부시장에게 징역 5년 및 추징금 1억 520만 3500원을 선고했다. 이 당시 재판부의 판결문을 보면 "고위 공무원으로서 재개발 관련 핵심 직위에 있던 중 거액의 뇌물을 받아 국민들의 신뢰를 훼손하는 등 죄질이 매우 무겁다"면서도 "그러나 전과가 없고 도시계획 전문가로서 교직과 공직에 있으면서 사회에 기여해온 점과 일부 뇌물을 돌려준 점을 감안"해서 감형을 했다고 언급했다. 이는 5000만 원 이상의 뇌물을 수수한 경우에는 징역 10년 이상 처하게 되어 있는 양형 기준을 어긴 것이다. 그리고 양윤재가 임대 사업자에게 60억 원을 요구한 부분에 대해서는 증거불충분으로 무죄를, 제자 명의의 대포 통장을 만든 것은 그 목적이 불법자금을 거래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전과가 없고, 도시계획 전문가로 사회에 기여했다는 감형 이유는 그야말로 실소를 부르지만 엄연히 금융실명제 위반인 대포 통장 개설에 대해서도 범죄 목적이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거한 것은 우습다(물론 검찰의 공소가 금융실명제 위반이 아닐 테다). 떠들썩했던 청계천 게이트가 이렇게 용두사미가 되었다. 논란이 되었던 을지로2가 5구역의 용적률특혜를 요구했던 미래로RED는 해당 부지의 사업권을 글로스타에 넘겼다. 글로스타는 부동산개발 투자회사로 ‘한빛미디어거리’로 불리는 청계스퀘어가든의 개발사다.
 
그런데 흥미로운 지점은 여기서 부터다. 법원에서 청계천게이트의 1심 판결이 나온 직후 서울시는 다시 청계천변 개발사업을 서두른다. 그리고 논란이 되었던 을지로2가 5구역의 개발자를 교체했다. 앞서 언급한 글로스타라는 회사로, 이 사회의 사장인 김수경은 2007년 대선당시 이명박 선거대책위원회의 청년본부 부본부장을 역임하고 2008년 총선 당시에 의령, 함안, 합천 선거구에 한나라당 후보로 공천신청을 했다. 다시 말해서 나쁜 개발사에서 좋은 개발사로 넘어간 것이 아니라, 법에 걸린 개발사에서 법에 걸리지 않은 개발사로 넘어간 꼴이며 궁극적으로 당시 서울시장인 이명박의 이해관계에서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조정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곳곳에서 자리 잡은 이명박 키드들
 
앞서 연재한 <순진한 박경리와 영악한 이명박> 글에서 청계천살리기연구회의 연속 심포지엄이 청계천복원의 사회적 정당성을 획득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지적하면서, 특히 지방선거가 있었던 2002년 5월에 개최한 ‘청계천 복원 심포지엄’을 언급한 바 있다. 해당 심포지엄은 당시 이명박이 총재직을 맡고 있던 아태환경NGO 한국본부와 청계천살리기연구회가 공동개최한 것이다.
 
이 심포지엄에는 그동안 청계천복원 과정에서 언급되지 않은 사람들이 다수 패널로 포진했는데, 논문발표는 이후 청계천복원추진단장이 되는 양윤재 서울대 교수, 서울시 시정개발연구원(현재는 서울연구원) 연구위원으로 있다가 서울시립대 교수로 재직 중이던 정창무 교수, 그리고 한양대 원제무 교수가 맡았다. 토론자로는 단국대 강명헌 교수, 한국환경기술진흥원의 튜재근 원장, 한국리츠산업진흥원의 오병호 박사,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의 황기연 박사가 이름을 올렸다. 흥미로운 것은 이 사람들 중 누구 하나 빼놓지 않고 이명박 대통령 시절에 4대강 사업으로 이어지는 토건개발을 주도했다는 점이다. 자세히 살펴보자.
 
우선 양윤재는 2008년 이명박 정부에 의해 광복절 특사로 나와, 이명박 정부의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위원으로 복귀한다. 대통령 직속기관이라는 위상을 고려하면 사실상 이명박 대통령이 위로 차원에서 배려한 직위임을 가늠할 수 있다. 그래서 일까, 당시 민주당 김진애 의원의 폭로에 따르면 국가건축정책위원으로 재임할 시 진행된 ‘4대강 수변도 비전공모’의 심사를 진행하면서 ‘보를 철거해서 생태가 복원된 가상도’가 4대강 사업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당선작을 취소시켰다. 그 뒤 서울대에 복귀하려다 좌절되자 카이스트 초청교수라는 직함을 갖는다. 이후 2011년에는 4대강 친수구역 위원으로 발탁되어 사실상 청계천과 4대강을 잇는 핵심적인 고리 역할을 하고 있다.
 
정창무 교수는 해당 심포지엄에서 ‘(청계천 복원)이라는 프로젝트가 시행되면 향후 5년간 12조 3천억원이 투입돼 강남북의 지역 불균형 해소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아 청계천복원을 적극적으로 옹호했다.

▲ 청계천 키드’ 원제무 교수는 청계천을 주제로 하는 유화 개인전을 열고 여기의 수익금 1000만원을 ‘청계천 문화성금’이라는 이름으로 서울문화재단에 전달했다. ‘청계천 키드’라는 표현을 해당 소식을 전하는 서울문화재단의 공식 보도자료 제목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이 흥미롭다. (서울문화재단)

마지막으로 원제무 교수는 이명박의 서울시장 당선 이후 열린 공청회에서 특히 청계천 주변부 개발에 있어 고밀개발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강하게 역설했다. 실제로 “용적률이 낮으면 사업성이 없어 민간기업이 투자하지 않을 것이다. 재개발사업은 용적률 600% 수준이 되는 것이 좋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앞서 언급한 글로스타는 청계스퀘어가든을 지을 때 높이가 148미터에 이르는 등 난개발이 진행되었다. 이 계획은 2000년에 마련된 ‘도심부 관리 기본계획’을 전체적으로 수정하면서 가능했는데 이명박은 시장시설 ‘청계천 복원에 따른 도심부 발전계획’을 별도로 만들면서 기존의 기본계획을 뒤집었고 그 과정에서 원제무 교수 등 도시계획 분야 전문가들이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했다(과도한 용적률을 부과했던 이 도심부 계획은 2013년에 이르러서야 90미터 미만으로 도심부내 높이를 관리하는 내용으로 기본계획을 수정했다).
 
청계천에서 4대강으로
 
문제는 발제자 뿐만 아니라 토론자 전원도 모두 청계천 키드 혹은 이명박 사단이라 할 만큼 이후 행적에 있어 유사성이 있다는 점이다. 우선 강명헌 단국대 교수는 이명박의 싱크탱크로 유명한 바른정책연구원의 정책실장을 맡았던 인물이다. 강명헌 교수는 이후 2008년 이명박 정부의 출범 이후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으로 위촉되었다. 그리고 최근까지도 중앙은행의 금리인상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하면서 “기존 통화정책의 고수보다는 새로운 환경에 맞는 통화정책의 보완과 중앙은행 독립성에 대한 패러다임의 재정립이 필요할 것”(「나라경제」, 2014년 6월호)이라며 박근혜 정부의 저금리정책을 옹호하는 견해를 피력했다.

다음으로 류재근 한국환경기술진흥원 원장은 이후 한국자연환경보전협회로 자리를 옮긴다. 그리고 그의 이름은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 청사진인 <4대강살리기 마스터플랜>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 전문가 자문단의 일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환경부에 등록된 비영리법인인 한국자연환경보전협회는 설립목적으로 “자연환경의 실태 및 관리방안에 관한 조사연구, 자연환경교육 및 홍보활동으로 자연보전에 기여”를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 협회의 대표 자격으로 ‘한국습지경제연구회 회장이 된 류재근은 2010년 3월 전국환경단체협의회의 명의로 ’4대강 살리에게 대한 정치적 반대를 규탄한다‘라는 성명서를 내고 4대강 사업에 대한 찬성의사를 밝히는데 앞장 섰다.

▲ 4대강 살리기 마스터플랜 PPT 자료. (국토해양부)

오병호 한국리츠산업진흥원 소속의 박사는 이후 KDI 국제정책대학원 초빙교수로 자리를 옮기는데 이후 인천에서 유치한 녹색기후기금(GCF) 유치의 경제적 효과를 분석하는 작업을 수행했다. 해당 경제적 타당성분석보고서는 재정부가 인천발전연구원과 KDI 국제정책대학원에 발주한 것으로, 오병호 교수는 KDI 보고서 집필의 책임을 맡았다. 흥미로운 것은 기금 유치의 경제적 효과를 산정하는데, 인천발전연구원은 연간 1,917억원으로 평가한 반면 KDI 보고서는 3,812억원으로 분석해 차이가 2천억원 가량 발생했다는 점이다. 이는 KDI 보고서가 기금 유치에 따른 간접효과로 ‘GDP에 미치는 효과’로서 2,543억원을 추정했기 때문이다.

▲ 오병호 교수가 주도한 GCF 기금의 경제적 효과를 보도한 조선일보 인터넷 판을 캡쳐한 화면. 인천발전연구원은 1,917억원으로 상이하게 추산했지만 오병호 교수가 추산가 3,812억원의 경제 효과만이 크게 부각되었다. (연합뉴스)

뿐만 아니라 정부가 우리나라의 정책 중 개발도상국의 정책수립에 도움을 제공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행하는 ‘경제발전협상모듈화사업’에서도 ‘하천정비 및 관리정책’을 담당하여 집필하였다. 이 보고서는 크게 우리나라의 다목적댐 중심의 수관리 정책에 대한 홍보와 더불어 청계천복원 사례를 중요하게 부각시키고 있다. 
 
“국내에서 청계천 복원은 단순한 하천복원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역사와 문화의 복원에도 힘을 썼다. 청계천 복원사업의 의의는 친환경적 하천 개발의 선구적 모델이라는 점에서 가장 큰 의의를 갖는데, 청계천을 물이 흐르는 자연하천으로 복원하고 수변을 생태공원으로 조성함으로써 시민들에게 하천과 휴식공간을 제공하는 동시에 서울시를 환경친화적인 생태도시로 변화시키는 기반을 마련하였다. 이러한 점은 하천정비 및 개발 사업을 통해 개발도상국이라는 도시이미지가 개선될 수 있음을 시사하며 하나의 관광자원으로 활용이 가능함을 시사한다.“(기획재정부, <2012 경제발전경험모듈화사업: 하천정비 및 관리정책>(국문요약본), 87페이지)
 
‘가든파이브’가 지워진 이유
 
최소한 인적 구성의 측면에서 이토록 완벽하게 세팅된 팀제의 운영은 보기 힘들다. 청계천복원이라는 과정에 일사불란하게 공동작업을 하다가, 다시 4대강 사업으로 집결하는 모습은 가히 벌이나 개미와 같은 군집생태계를 연상케한다. 하지만 이와 같은 토건사업의 이너서클들, 특히 학교나 연구기관에서 둥지를 틀고 있는 연구자들은 정권의 부침과는 상관없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공고히 유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각기 다른 배경에서 추진된 사업들에 있어 동일한 이해관계를 관철시킨다.
 
박경리 선생이 청계천 추진과정에서의 실망을 담아 던진 글에 대해 당시 서울대학교 조경학과 교수이자 한국조경학회 회장이었던 임승빈은 <동아일보>에 반론을 게재했다. 그 글을 통해서 박경리 선생의 글이 “수십만 조경인의 가슴에 큰 못을 박았”다고 엄살을 핀 후, “공사비만 놓고 보더라도 청계천의 조경공사비는 약 420억원으로 총공사비의 8% 남짓이다”고 반론했다. 이 임승빈 교수는 이명박의 최측근이었던 최시중과 박영준을 구속시켰던 파이시티 인허가 특혜 시비에 있어 당시 서울시 심의기구인 ‘도시계획위원회’의 위원이었다. 그리고 파이시티 사건 당시 도시계획위원회에는 황기연 교수, 원제무 교수 등 낯익은 이름이 보인다.
 
이렇게 토건세력들이 매뚜기 떼처럼 청계천복원과 주변부 개발, 4대강 사업과 수변개발 등을 몰려다니면서 이권을 추구할 때, 가든파이브에 쫒겨나 거지꼴이 된 청계상인들의 처지를 눈여겨보거나 문제제기한 전문가는 없었다. 나올 수 이익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면 가혹한가?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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