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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관진, 윤일병 사망 다음날 전모 알면서 사단장 징계도 안해
등록 : 2014.08.06 00:56수정 : 2014.08.06 07:31

국회 국방위원회 위원들이 5일 경기도 연천 육군 28사단 윤아무개 일병 사망사건 현장인 의무대 내무반을 찾아 조사를 벌이고 있다. 연천/국회사진기자단

윤일병 구타 사망 다음날 지속적 폭행 등 상세보고 하급책임자 징계로 그쳐 
새정치, 국방부 자료 공개

‘28사단 윤 일병 집단구타 사망 사건’과 관련해 당시 국방장관이던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윤 일병 사망 직후 ‘지속적인 폭행’ 사실 등을 포함해 사건의 상당한 전모를 보고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김 실장은 당시 이런 보고를 받고도 사단장에 대해선 아무런 조처도 취하지 않고 하급 군 책임자들만 징계하는 데 그쳐, 의도적으로 사건을 축소하려 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5일 국회 국방위원회 야당 간사인 윤후덕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국방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국방부 조사본부는 윤 일병이 숨진 다음날인 지난 4월8일 오전 이 사건과 관련해 1차적으로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김 실장에게 ‘중요사건보고’를 했으며, 곧이어 백낙종 조사본부장이 대면보고를 했다. 조사본부는 서면보고 문건을 통해 “병영부조리 확인 결과, 사고자(가해자)들이 사망자(윤 일병) 전입 후 지속적으로 폭행 및 가혹행위한 사실이 확인됨”이라고 김 실장에게 보고했다. 윤 일병이 전입 120일 만에 숨을 거두기까지 끊임없이 폭력에 시달린 사실을 사망 다음날 이미 확인했다는 뜻이다.

또한 조사본부는 가해자들이 윤 일병에게 “욕설을 하고 가슴·얼굴 등을 폭행했다”거나 “2차례에 걸쳐 엎드려뻗쳐 시킨 뒤 복부 폭행”, “사망자가 쓰러지자 ‘꾀병 부린다’며 뺨 폭행” 등 상당히 구체적으로 사건 경위를 김 실장에게 보고했다.

이 문건은 김 실장 이외에도 상당수 군 수뇌부들에까지 보고된 것으로 보인다. 문건에 나오는 보고선을 보면, “장관, 차관, 인사복지실장(인사기획관, 보건복지관), 군사보좌관, 합참의장·차장, 대변인”을 지정하고 있다. 문서대로라면, 김 실장과 백승주 차관, 최윤희 합참의장, 김민석 대변인 등은 이날 이후 윤 일병 사망의 직접 원인이었던 ‘폭행 치사’뿐 아니라 장기적인 가혹행위가 있었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던 셈이다.

김 실장은 보고 당일 철저한 수사 및 관계자 처벌과 재발방지 대책 수립을 주문했다. 특히 4월11~28일 기간 ‘전군 부대정밀진단’을 실시하라고 지시했다. 진단 결과는 각군 참모총장이 대면보고를 하고, 국방부 직속부대는 차관이 보고하도록 했다. 김 실장은 육군이 이 조사에서 가혹행위 3900여건을 적발했다는 사실도 미리 보고를 받았던 것으로 보인다. 군은 윤 일병 사건이 군 인권단체에 의해 폭로된 뒤에야 이런 사실을 언론에 공개했다.

김 실장은 사건 전모를 알고 있었음에도 장관 재직 시에 사건 관련 책임자들에 대한 징계는 미온적으로 대처했다. 김 실장은 사고가 발생한 지 보름이 지난 4월21일, 28사단 포병연대 연대장과 대대장, 본부포대장을 보직해임하는 데 그쳤다. 이순광 28사단장을 보직해임한 것은 김 실장의 후임인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지난 4일 대국민 사과를 발표한 뒤였다. 김 실장이 내린 징계 조처는 사안의 중대성에 비춰 보면 ‘솜방망이 처벌’이어서, 사건이 확대되는 것을 막으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살 수밖에 없어 보인다.

한편, 국방부는 5일 한민구 장관이 보고 누락과 은폐 의혹 등에 대한 감사를 지시했으며, 이에 따라 국방부 감사실이 이날부터 감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감사실이 직속상관이었던 김 실장까지 폭넓은 조사를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김외현 최현준 기자, 박병수 선임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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