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hani.co.kr/arti/politics/assembly/650350.html?_fr=mt2

유족이 믿었던 박영선 왜?
등록 : 2014.08.07 22:24수정 : 2014.08.07 22:31

담판 전후 ‘극과 극’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위 사진 오른쪽)가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와 7일 오후 국회 귀빈식당에서 세월호 특별법을 논의하다 “이런 식이라면 협상의 여지가 없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박 원내대표는 7·30 재보궐선거 전 김재원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가 야당의 특별법안을 카카오톡으로 퍼뜨린 것을 문제삼았는데, 이 원내대표는 이에 발끈했다. 이날 오후 여야 원내대표가 특별법 처리에 합의한 뒤 이 원내대표가 밝은 표정으로 박 원내대표를 안내하며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아래 사진)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여야 세월호 특별법 합의]
“특검 추천권 여지없다 판단 조사위라도 챙기려 불가피 결정”
박 원내대표, 단독합의 해명 유족들 “배신감에 땅을 친다”

세월호 참사 99일째인 지난달 23일,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세월호 유족들과 함께 하루 종일 빗속을 걸었다. 이튿날 서울광장에서 열리는 ‘세월호 참사 100일 추모 문화제’에 참석하러 경기 안산에서 서울까지 걸어서 올라오는 유족들의 아픔에 공감하고, 진상규명의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진정성이 있다고 믿었던 박 원내대표가 7일 자신들과 상의 한마디 없이 새누리당과 특별법에 합의를 하고 나자, 유족들은 배신감을 숨기지 않았다.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원회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새정치연합은 새누리당의 세월호 국면 탈출 시도에 들러리를 섰고, 그 정점엔 박영선 원내대표가 있다는 점에 가족들은 땅을 치고 있다”며 이런 심정을 토로했다.

박 원내대표는 ‘불가피한 결정’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한겨레>와 만나 “야당에 특별검사 추천권을 줄 여지가 있는지 여러 경로로 새누리당에 타진했으나 도저히 뚫을 수 없었다”며 “그렇다면 진상조사위원회 구성 때 여당 쪽 추천 인사보다 야당·유족 쪽 추천 인사들이 더 많이 들어가도록 하는 것이 중요했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그동안 여당은 유가족들의 진상조사위원 추천권을 2명만 주자고 했고, 우리는 3명으로 하자고 했다”며 “그토록 버티던 새누리당이 오늘 유족 추천을 3명으로 하자고 물러서기에 합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의 한 측근은 “상설특검법을 박 원내대표 본인이 법사위원장으로 있을 때 만든 것이기 때문에 특검 추천 때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 같다”며 “이 때문에 진상조사위원을 한명 더 확보하는 선에서 합의한 것 같다”고 말했다.

실리적 차원에서 박 원내대표가 맞는 결정을 했다고 하더라도 그가 ‘소통의 절차’를 무시했다는 비판은 불가피해 보인다. 야당은 그동안 여당과 협상을 벌이면서 유족들과 의견 조정을 해왔는데, 정작 결정적 국면에 이르자 이들의 뜻을 반영하지 않은 채 덜컥 합의를 해버렸다. 세월호 특별법 협상을 맡아온 전해철 태스크포스(TF) 간사, 특별법안을 만든 우윤근 정책위의장, 김현미 세월호 국조특위 간사 등 이 문제와 관련된 핵심 인물들도 합의 내용을 알지 못했다고 한다. 한 당직자는 “다음주 교황 방문을 맞아 세월호에 대한 관심이 다시 끓어오를 때 그 에너지를 모아 다시 한번 특별법 투쟁을 할 수 있었다”며 “왜 이렇게 빨리 합의해줬는지 이해가 잘 안 간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의 ‘야당다운 선명성’에도 생채기가 났다. 세월호 특별법 여야 합의 소식이 알려지자, 당장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엔 “박영선도 별로 다른 게 없다”, “야당이 끈기가 없으니 매번 새누리당에 당한다” 등 야당 지지자들의 비판이 폭주했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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