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greenpostkorea.co.kr/news/articleView.html?idxno=39648

[강은 생명이다]'라인강' 경제와 생태계, 하모니의 구현
환경TV 4대강 정상화 대안 모색 기획 - ③라인강 편
신준섭 기자  |  sman321@eco-tv.co.kr  승인 2014.08.04  09:27:26

▲ 자전거를 타고 라인강변을 즐기고 있는 시민들 모습 22조원이란 천문학적인 돈을 들인 4대강 정비 사업이 완료된 지도 벌써 3년째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사업 시행 이후 '녹조라떼'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강에 독성 녹조가 만연하기 시작했고, 생태계 또한 과거 4대강과는 다른 모습으로 변해가고 있다. 미래 세대에게 물려 줄 자산인 4대강에 대해 사람들의 불만과 의혹이 커지는 이유다. 이에 환경TV는 독일에서 최근 진행되고 있는 주요 강들의 재자연화 사례를 통해 향후 4대강이 나가야 할 길을 조망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 글 싣는 순서
①'엘베강' 홍수 방지위해 댐대신 자연화 선택
②'엔츠강' 도심 하천조차 사람보다 생태계에 무게 둬
③'라인강' 경제와 생태계, 하모니의 구현

[환경TV뉴스 - 본] 신준섭 기자 = 독일의 전체 강 길이를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5000㎞에 달한다고 한다. 그만큼 다양한 강들이 존재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독일 사람들에게 가장 대표적인 강을 꼽으라면 대부분의 경우 주저없이 꼽는 강이 있다. 바로 라인강이다. 취재 마지막 날, 취재진은 과거 서독의 수도였던 본(Bonn)을 관통해 흐르는 라인강과 마주했다.

본과 인근 도시인 보른하임(Bornheim)의 중간 접경 지역에 위치한 선착장에 도착하자 강을 건너기 위해 수송용 페리를 기다리는 차량들이 줄을 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 옆으로는 라인강 옆 자전거도로의 벤치에 앉아 햇살을 쬐고 있는 시민들과 백조·청둥오리 등 여러 종의 새들이 눈에 들어 왔다.

본의 시민들을 포함, 백조나 오리가 이곳 선착장 주변에 모여드는 이유는 비단 라인강의 풍취를 즐기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라인강 주변에 자라난 수양버들 사이로 형성돼 있는 강변이 쉴 공간이 돼 줘서다. 낚시용 의자를 강변에 펼치고 앉아 강물에 물을 담그고 책을 읽는 이들의 모습을 간간이 발견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현장에 동행했던 독일연방자연보호청(BfN)의 수변생태계 및 수질담당자인 토마스 엘러트(Tomas Ehlert) 박사는 "이 지역은 인위적인 손을 대지 않은 지역"이라며 "앞으로도 이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 본을 관통하는 라인강 강변에서 낚시 의자를 놓고 물에 발을 담근 채 책을 읽고 있는 본 시민 모습
 
◇물류 중심지 라인강, 재자연화 쟁점은
 
1960년대부터 2000년대에 들어설 때까지만 해도 라인강의 최대 쟁점은 수질이었다. 물 속 영양분이 과도하게 많아지는 부영양화와 라인강변 농지에서 흘러 드는 축산 폐수·화학 비료 문제 때문이었다. 하지만 수질 문제는 더 이상 라인강에서 큰 문제가 아니다. 이미 연어도 회귀할 정도의 수질을 확보했다.

엘러트 박사는 "폐수 등의 문제는 이미 상당 부분 해결된 상태"라며 "97%의 국민들이 배출물질 규제를 잘 지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질 문제가 해결된 현재, 라인강의 쟁점은 재자연화다. 약 1320㎞ 길이의 라인강은 네덜란드, 프랑스, 벨기에, 스위스 그리고 독일까지 5개국이 이용하는 물류 거점이다. 독일 내 물류량 중 10%가량이 강을 통해 이동하는데, 이 중 80%가 라인강을 이용할 정도다. 하루에만도 200척 안팎의 물류선박들이 지나다닌다.

문제는 유럽연합(EU)이 오는 2027년으로 규정한 재자연화 가이드라인을 라인강에 적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 경우 물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국내 경제계의 지적도 있었다.

홍수 문제 역시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숙제다. BfN에 따르면 라인강의 수위는 건기와 우기에 최대 10m까지 차이가 난다. 엘베강처럼 대규모 홍수 피해를 낸 최근 사례는 없지만 언제나 홍수 우려가 있다는 게 현지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 같은 쟁점도 재자연화와 함께 해결할 수 있다는 게 독일 정부의 입장이다.

엘러트 박사는 "재자연화는 경제적 피해 없이도 가능하며 홍수 문제도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다"며 "다만 녹색당의 활약과 같은 정치권의 도움이 매우 필요하다"고 부언했다.

▲ 라인강의 재자연화 대상 15개 구간
 
◇효과 보기까지 최대 20년 걸리는 재자연화, 독일은 선택했다
 
그렇다면 독일 정부의 재자연화 정책이 홍수 방지 등의 효과를 보기까지는 얼마나 걸릴까. 적게는 5년에서 길게는 20년까지 걸린다는 게 재자연화 사업을 시행하고 있는 실무진들의 계산이다. 독일 정부는 이 기간을 인내해줬고, 일부 지역에서 그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 15년간 라인강 재자연화 사업을 맡아 수행해 온 Planungsbüro Koenzen의 대표이사이자 지질학 박사인 우베 퀜젠(Uwe Koenzen)은 "15년전 이 지역에서 상류로 80㎞ 구간에 재자연화를 실시했다"며 "지금 해당 구간의 수위는 물류용으로만 사용했던 때보다 2~3m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그가 주목하는 부분은 생태계 회복과 홍수예방, 그리고 물류를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대안이다. 퀜젠 대표는 이러한 관점에서 독일 내에 흐르는 라인강 구간을 모두 15구간으로 나눴다. 전체 강을 하기보다 해당 구간의 특정 지역만 재자연화 하더라도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게 그의 구상이다. 이 구간만도 200㎞에 달한다.

퀜젠 대표는 "우리 회사를 포함, 500명의 관계자들이 이 문제를 고민하고 이 작업에 매달리고 있다"며 "결과는 5년에서 20년까지 걸리지만 이는 우리가 아닌 다음 세대를 위해 꼭 해야 할 작업"이라고 강조했다.

▲ 우베 퀜젠 대표이사가 수행한 라인강 재자연화 구획 사례
 
라인강의 기적도 무색하게 통일 후 급격히 쇠퇴했던 독일 경제를 20년도 채 되지 않아 본 궤도에 올려 놓은 독일 정부 역시 그의 관점에 동조했고, 해당 사업은 2009년부터 계속해서 진행 중이다.

다만 오랜 기간 동안 사업이 시행되도록 뒷받침하는 것 이외에도 꼭 고려해야 할 점이 있다는 게 독일 정부 관계자의 제언이다. 한국이 4대강 사업 이후 추진코자 하는 재자연화에서 꼭 고려해야 하는 조언이기도 하다.

BfN의 엘러트 박사는 한국의 4대강 사업 이후 강 회복 문제에 대해 "재자연화에는 2가지를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데 자연에 돌아갈 수 있는 이익과 지역민들의 이익이다"라며 "좋은 계획이 있어도 지역 주민들이 원하지 않으면 할 수 없다. 때문에 정부의 역할은 지역 주민들과 계속해서 대화하면서 해결 방안을 찾는 것이다"라고 충고했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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