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6614
유튜브 민심만 바라보다 무너진 미래통합당
[유튜브 저널리즘⑤-1] 상위 20개 중 16개가 ‘보수’채널, 지지자 결집 효과적이지만 중도층 확장 어려워
금준경 박서연 기자 teenkjk@mediatoday.co.kr 승인 2020.04.18 09:03
“특히 유튜버 여러분의 많은 참여를 바랍니다.” 차명진 전 후보의 페이스북 글이다. 그는 총선을 앞두고 징계가 예고되자 기자회견을 열겠다고 하며 유튜버들을 찾았다. 논란이 된 그의 세월호 참사 관련 막말은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를 통해 먼저 공개되기도 했다.
[관련기사 : 2020 유튜브 저널리즘]
16대 대선 이래 ‘인터넷’은 선거의 중요한 변수가 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 당선 당시 영국 가디언이 “세계 최초의 인터넷 대통령, 로그인하다”는 기사를 쓸 정도였다. 이명박 정부 때 치러진 선거부터는 SNS가 부각됐다. 당시 카카오톡, 페이스북, 트위터가 ‘카페트’라 불리며 선거판의 변수로 떠올랐다.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는 기성 미디어의 영향력을 압도해 선거 국면을 주도하기도 했다.
21대 총선은 유튜브가 전면에 등장한 첫 선거다. 시사주간지 시사IN이 실시한 2019년 대한민국 신뢰도 조사 결과 신뢰하는 언론매체 1위는 JTBC, 2위는 유튜브였다. 2017년만 해도 유튜브의 신뢰도는 0.1%에 불과했는데 2년 사이 상황이 반전됐다. 지난해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와 한국언론진흥재단이 공동으로 조사한 결과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진보, 보수성향이 강할수록 유튜브를 이용하는 비중이 높았다.
▲ '유시민의 알릴레오' 콘텐츠 갈무리.
▲ '신의 한 수'에 출연한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
선거 기간 정치시사 유튜브 콘텐츠를 중심으로 한 정치 공세가 연일 쏟아졌다. 유튜브에서 입지를 다져온 보수 채널들은 후보자 관련 의혹, 코로나19 대응 비판, 차이나 게이트 등 끊임없이 이슈를 만들어 냈다. 정치인에게도 유튜브는 ‘필수’가 됐다. ‘유튜브를 통한 정치인의 자기표현’ 연구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20대 국회의원 297명 가운데 81.8%인 243명이 유튜브 계정을 개설했다. 선거 국면에 돌입하자 후보자들이 대거 유튜브 채널을 만들고 홍보했다. 코로나19로 대면 선거운동이 어려워지면서 후보자의 유튜브 주목도가 더 높아졌다.
후보자가 언론에 배포하는 ‘보도자료’도 과거와 달리 유튜브 콘텐츠를 적극 홍보하며 자화자찬했다. “웹드라마를 공개해 이색선거운동으로 참신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송영길) “유튜브채널인 ‘강남워크맨 김한규’는 구독자수 3만 명을 훌쩍 넘기며 인기몰이 중”(김한규) “오세훈 미래통합당 광진을 후보의 딸 오주원씨의 유세 연설이 유튜브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오세훈) “ 정태옥 후보, 유튜브 영상 ‘비둘기 댄스’ 화제”(정태옥) 등이다.
상위 20개 중 16개가 보수채널
미디어오늘이 유튜브 분석 사이트 소셜러스의 정치사회 분야 유튜브 채널 랭킹 가운데 시사토크 중심의 채널 상위 20곳의 순위를 낸 결과 16곳이 보수성향 채널로 나타났다. 기존의 인터넷 서비스가 ‘진보’ ‘친민주당’ 성향이 강세였던 데 반해 유튜브는 보수 중심의 기울어진 운동장이 됐다.
가장 많은 구독자를 확보한 채널은 ‘신의한수’로 구독자가 123만명에 달했다. ‘신의한수’는 미래통합당 행사 때마다 초청을 받고, 미래통합당 지도부에게는 주요 방송사와 더불어 인터뷰 필수 매체가 됐다.
20위권에 들어간 보수 유튜브 채널의 면면을 보면 보수 진영에선 진성호·고성국·이봉규·배승희·황장수·조갑제·강용석 등 보수 평론가 그룹과 홍준표·이언주 등 현역 정치인, 인터넷 매체 기반의 펜앤드마이크TV·뉴스타운TV 등 채널로 나뉜다. 진보진영에서는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알릴레오’를 간판으로 내세운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채널과, 나꼼수 출신의 김어준(딴지방송국), 김용민(김용민TV) 등의 채널이 이름을 올렸다.
▲ 정치시사 유튜브 채널 구독자 20위 현황. 자료=소셜러스 구독자 순위에서 시사토크 채널 분류.
▲ 정치시사 유튜브 구독자순 20위 채널의 등록영상수. 자료=소셜러스 구독자 순위에서 재가공.
▲ 정치시사 유튜브 구독자순 20위 채널의 총 조회수. 자료=소셜러스 구독자 순위에서 재가공.
이 같은 유력 정치시사 채널의 콘텐츠는 ‘시사토크’ 장르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송해엽 군산대 미디어문화학과 교수는 “라디오 청취자는 오랜 시간 진행자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진행자와 친밀한 사이인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며 “유튜브 정치 콘텐츠는 토크 라디오와 같은 포맷을 갖고 있다. 정치가 주는 재미뿐만이 아니라 진행자의 퍼스널리티에 익숙해지고 친밀감을 갖게 되는 게 인기의 한 가지 요인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 채널의 선거 콘텐츠는 후보자 소개와 시사토크로 나뉜다. 진보성향 주요 채널들이 현안에 대한 토크 못지않게 후보 소개 콘텐츠를 다수 올리는 반면 보수 채널들은 시종일관 현안을 문재인 정부와 연계하는 ‘공세적’인 내용이 많았다.
보수 채널들은 ‘코로나19’와 ‘선거’를 연결짓는 데 집중했다. ‘의사 양심선언! 정부가 코로나 검사를 막고있다!’(신의한수) ‘우한폐렴 346명! 중심 못잡는 문재인의 이상한 행보!’(진성호방송) ‘우한코로나 이후 한국안보의 지옥문이 열린다’(펜앤드마이크) 등 정부가 방역을 못 한다고 주장하고, 허위정보를 유포하고, 음모론을 제기하는 내용이다. 특히 가로세로연구소는 대구 영남대학교병원에서 폐렴 증세를 보이다 숨진 청소년과 배우 문지윤 사망을 두고 코로나19 감염 가능성을 제기했다.
현안과 무리하게 연결짓는 콘텐츠도 눈에 띈다.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 이후부터는 ‘문재앙코로나 잊고~ N번방 집중하세요’(가세연) ‘여권 N번방 딱 걸렸다’(신의한수)‘와 같은 콘텐츠가 나왔다. 맥락은 빼놓은 채 좌파들이 텔레그램을 많이 쓴다거나, 여권 인사가 n번방과 관련 있다는 의혹 제기다. 배승희 변호사 채널에서 민영삼 평론가, 배승희 변호사는 성착취 피해자 지원 정책을 두고 “‘2030 여자들, 이 표를 의식한 거 아니냐?’ 이런 비판을 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강성 지지층 결집 효과적, 중도층 확장 어려워
보수 유튜브채널이 많은 구독자를 확보하고,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면서 이슈를 주도하고 있지만 선거에 영향을 미친다고는 보기 힘들다. 선거는 중도층 외연 확장이 관건인데 구독자 기반에 개인맞춤형 알고리즘 중심으로 추천되는 유튜브 콘텐츠 특성상 콘텐츠 유통이 ‘집토끼’에 국한된다는 한계가 있다.
송경재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센터 교수는 “정치시사 콘텐츠가 인기라고 보는 것 자체가 정치적인 생각인 거 같다”며 “전체 유튜브 이용자 중 시사 콘텐츠를 시청하는 사람은 소수다. 기껏해야 신의한수, 알릴레오 정도가 규모가 크다”고 했다. 그는 “비례정당 투표에는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지만 지역구 유권자들에게까지 정보가 유통될 확률이 떨어지기에 총선이나 지자체장 선거에는 영향이 미미하다”고 했다.
▲ 차명진 미래통합당 후보자가 출연해 세월호 참사 관련 막말을 한 '가로세로연구소' 갈무리.
그러면서 그는 “선거 기간 크게 주목을 받는 영상이 하나는 나올 것 같았는데 그러지도 않았다. 선거 쟁점 자체가 부각되지 않아서 이슈가 되지 않은 거 같다”고 했다. 미디어오늘이 구독자수 기준 1위부터 20위까지 정치시사 유튜브 채널의 동영상 조회수 순위를 20위까지 낸 결과 선거 90일 이내에 제작한 콘텐츠 가운데 순위권에 들어간 콘텐츠는 하나뿐이었다. 후보자들의 유튜브 콘텐츠 역시 ‘트렌드’가 될 정도로 크게 주목을 받은 경우는 없었다.
정주식 직썰 편집장은 유튜브 전략에 실패한 정당으로 미래통합당을 꼽았다. 그는 “51% 이상의 지지를 받아야 하는 정당은 유튜브 민심에 귀를 기울일수록 손해일 수 있다. 반면 10~20% 정도의 지지가 목적이면 상황이 다르다”며 “미래통합당은 유튜브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때문에 구독자들 정서에 지나치게 주목한 면이 있다. 차명진의 문제 발언도 이 같은 맥락에서 나왔다고 본다”고 했다.
▲ '손혜원TV' 화면 갈무리.
정주식 편집장은 “반면 열린민주당은 유튜브 덕에 탄생했다고 볼 수도 있다. 조국 사태, 비례정당 창당 여부 등을 놓고 민주당 지지자 내에서 강한 목소리를 내는 그룹이 있었고, 정봉주 전 의원, 손혜원 의원이 이들의 요구를 충족시켰다. 열린민주당 입장에서는 중도층에게 어필할 필요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더불어민주당의 성공은 미래통합당과 달리 당 차원에서 유튜브 내의 강한 요구를 무조건적으로 반영하지 않은 결과이기도 하다”고 했다.
극단화된 유튜브, 무엇을 할 것인가
유튜브 속 콘텐츠는 점점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송해엽 교수는 최근 연구를 통해 유튜브 시스템이 야기하는 ‘필터버블’의 심각성이 크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그럼에도 주의해야 할 부분은 매우 보수적 성향을 지닌 사람은 유튜브에서 접하는 뉴스가 일반 여론과 일치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나타난다는 것”이라며 “일부에게서는 필터버블과 같은 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고 했다.
정주식 편집장은 “유튜브에서는 반대로 스피커가 구독자의 영향을 받기도 한다. 구독자의 성격이 분명하고 요구도 명확하기 때문에 점점 더 그들의 수요에 맞는 말을 하게 돼 극단적인 말이 늘어난다. 유튜브에 큰 비중을 두고 활동할수록 구독자를 외면하기 어렵다”고 했다.
▲ 유튜브 채널 '신의 한수' 갈무리.
유튜브 내에서 불거지는 문제가 확대 재생산되는 데는 기성 언론의 문제도 있다. 하버드 법대 요하이 벤클러 교수팀이 2016년 미국 대선 이전 1년 6개월 동안 온라인에서 유통된 뉴스 200만개를 분석한 결과, 허위정보 그 자체보다 이를 퍼 나른 전통 언론에 문제가 컸다는 결론을 내렸다. 모든 허위정보가 유권자들에게 영향을 미친 게 아니라 폭스뉴스 등 보수 매체들이 정당한 의혹인 것처럼 보도했던 내용이 계속 살아남아 유포됐다는 내용이다.
이봉우 민주언론시민연합 모니터팀장은 이 같은 예로 ‘차이나 게이트’를 들었다. 유튜브 속 설득력이 떨어지는 극단적인 주장이 기성 언론에 보도되고 미래통합당의 대응으로 이어졌다. 이봉우 팀장은 “보수 유튜버들은 정치적인 목적도 있겠지만 신념에 차 있는 경우도 많다. 이런 콘텐츠를 수용하는 독자가 늘어날수록 오히려 기성매체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 유튜브에 편입된 시민들을 기성매체의 영향력으로 끌어올 수 있어야 한다. 시민사회도 마찬가지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송해엽 교수도 “유튜브에서 만들어지는 극단적 내용을 확대 재생산하는 모습보다는 해당 내용에 대한 팩트체크를 중심으로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수많은 개인 채널이 지배적인 지형에서 전통 언론사가 할 수 있는 역할”이라고 했다. 유튜브 저널리즘의 시대, 역설적으로 전통 언론의 역할이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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