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navy.ac.kr/common/file/chungmugong1_01.pdf 

14. 이순신의 리더십 (2) 리더의 인격도야를 위한 방법 - '순수 감성'의 힘 기르기 
 
‘순수 감성’과 ‘이기적 욕망’은 서로 상반된 마음의 힘이다. 우리는 가끔 정의(正義)와 불의(不義)를, 또는 선(善)과 악(惡)을 구별하지 못해서 잘못된 행동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정의나 선을 행함으로써 오는 불이익이나 이해관계를 먼저 생각하는 ‘이기적 욕망’이 우리의 마음을 지배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이기적 욕망’을 극복하고 정의(正義)나 선(善)을 실천에 옳길 수 있을까? 필자는 이를 위해 ‘순수 감성’의 힘을 기를 것을 제안하고자 한다. ‘순수 감성’은 리더의 도덕적 주체를 정립시켜 줄 수 있는 힘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 시(詩) 짓기와 일기(日記) 쓰기를 통한 감성의 순화, 검명(劒銘)을 활용한 감성의 힘 굳세게 하기 " 

유치원,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우리의 교육 체계 속에는 음악, 미술, 시(詩), 체육 등 이른바 예술, 문학, 체육과 관련된 과목이나 과정이 포함되어 있다. 어떤 사람들은 바쁜 세상에 수능에도 관계없고, 실용성도 없는 그런 과목들을 무엇 때문에 배워야 하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이런 질문은 좀 과장하면 인간의 가치나 인간 사회의 구성원임을 포기하는 우문일 따름이다. 

예술, 문학 교육은 인간을 금수와 구별된 온전한 인간으로 만드는 전인(全人)교육의 중요한 수단이다. 유ㆍ불ㆍ도로 대표되는 동양의 전통사상에서는 인간을 선(善)한 존재로 간주한다. 일종의 성선설(性善說)이 동양의 주류적 인간관인 셈이다. 이에 따르면 인간의 본성은 선한데, 생리적 욕구체인 몸 중심의 무한한 이기적 욕망에 의해 그것이 왜곡되어 악한 행동이 유발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선한 본성이 무한한 이기적 욕망을 누르고 행위의 세계에 까지 발현될 수 있을까? 

이순신이 살았던 유학의 나라 조선의 양반 계층인 지식인들은 시(詩) 짓기가 생활화되어 있었다. 시 짓는 수준이 곧 한 사람의 지식과 교양을 가늠하는 척도였던 것이다. 『논어』에서 공자는 “시경(詩經)에 있는 삼백편의 시에 관통하는 정신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생각에 사악함이 없다’는 것이다(詩三百, 一言以蔽之, 思無邪也)”라고 하였다. 유학에서 시가 차지하는 위상과 역할을 가장 잘 표현한 말이 아닌가 생각한다. 바로 시는 인간이 지니고 있는 본래의 순수한 감성을 체험하고, 회복하는 중요한 수단이었던 것이다. 시를 쓸 때 경험하는 순수한 마음, 깨끗한 마음을 보존하고 길러내는 일 이것이야말로 인간이 이기적 욕구를 넘어 타인이나 인류 전체를 사랑할 수 있는 첩경임을 공자는 간파했던 것이다. 

그 충실한 실천가 이순신! 그의 시에는 언제나 임금과 백성과 나라를 걱정하는 애절한 마음이 가득차 있다. 다음은 이순신의 대표적 시인 한산도가(閑山島歌)이다. 

“한산섬 달 밝은 밤에 수루에 홀로 앉아 큰 칼 옆에 차고 깊은 시름하던 차에 어디선가 일성호가는 남의 애를 끊나니” 

시를 짓던 날은 아마도 음력 보름 쯤 되는 날이었을 것이다. 한국적 정서에서 달은 언제나 슬픔을 상징하고, 그리움을 투영하는 대표적 사물이었다. 임진왜란이 장기화되면서 이순신은 일본군과의 해상 경계인 견내량과 거제 외해의 물목을 가로막는 호남길목차단전략을 수행하며 한산도를 지키고 있었다. 바다의 최일선에서 나라와 백성의 안위를 책임진 수군 최고 책임자로서의 중압감과 고민 그리고 외로움과 슬픔이 절절이 스며있는 시이다. 

날씨가 흐리거나 비가 오는 날을 제외하고 보름이 되면 어김없이 둥근 달이 바다위에 떠올랐다. 그리고 그것은 어김없이 시상과 연결되어 시로 표현되었다. 

“한바다 가을 빛 저물었는데 찬 바람에 놀란 기러기 높이 떳구나. 가슴에 근심 가득 잠 못 이루는 밤, 새벽 달 창에 들어 활과 칼을 비추네.” 

달은 이순신의 시 뿐만 아니라 일기에도 어김없이 등장하는 단골 손님이다. 음력 15일은 달의 모양이 가장 큰 보름이다. 15일을 전후하여 군영에 다급한 일이 없을 때면 일기에 어김없이 달이 등장하면서 나라 걱정,어머니 걱정에 대한 상념이 투영된다. 

“달빛은 배 위에 가득차고 혼자 앉아서 이 생각 저 생각에 온갖 근심은 가슴을 치밀어 자려야 잠이 오지 않다가 닭이 울어서야 어렴풋이 잠이 들었다.”(계사년 5월 13일) 

“달빛은 뱃전에 비치고 정신도 맑아져서 잠을 이루지 못하는 사이에 어느덧 닭이 울었다.”(계사년 7월 15일) 

“이 날 밤 바다의 달은 밝고 맑은 것이 잔물결하나 일지 않았다. 물과 하늘이 한빛인데 서늘한 바람이 건 듯 분다. 홀로 뱃전에 앉았으니 온갖 근심이 가슴을 치민다.”(계사년 8월 17일) 

또한 달과 더불어 일기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상념의 대상이 어머니였다. 생신 날이나 설날 또는 군무가 한가한 때이면 어김없이 어머니에 대한 소회가 일기에 보인다. 

“이날은 어머님 생신이건만, 적을 토벌하는 일 때문에 가서 축수의 술잔을 드리지 못하게 되니 평생 유감이다.”(계사년 5월 4일) 

“촛불을 밝히고 홀로 앉아 나랏일을 생각하니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도 나이 여든이나 되신 병드신 어머니를 생각하며 뜬 눈으로 밤을 새웠다.”(을미년 1월 1일) 

“맑았으나 동풍이 크게 불었다. 동쪽으로 가는 배가 도무지 내왕하지 못했다. 오랫동안 어머님 안부를 듣지 못하여 답답했다.”(병신년 8월 12일) 

자연의 아름다운 경관은 마음의 감성을 순화시킨다. 또한 어머니를 그리고 임금을 생각하며, 나라의 앞날을 걱정하는 마음을 촉발시킨다. 자연은 공평무사(公平無私)하여 사적인 욕구가 없다. 어머니를 그리고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 또한 사적인 욕구가 없다. 이순신은 자연을 매개로 한 시 쓰기를 통해 부단히 마음의 감성을 순화시켰으며, 일기쓰기를 매개로 어머니를 그리워하고, 나라를 걱정하는 반성 작업을 통해 순수 감성의 힘을 키워나갔다. 

나아가 검(劒)에다 명(銘)을 새겨 감성의 힘을 더욱 굳세게 하였다. 이순신이 평소 마음의 결의를 다지기 위해 애용했던 검명(劒銘)은 두 문구가 남아있다. 

“석자 칼로 하늘에 맹세하니, 산과 강이 떠는 도다(三尺誓天, 山河動色).” 

“한 번 휘둘러 쓸어버리니, 붉은 피가 산과 강을 적시도다(一揮掃蕩, 血染山河).” 

첫 번 째 검명(劒銘)에서 날이 새파랗게 선 칼을 두고 하늘에 맹세한다는 것은 곧 목숨을 걸고 결의한다는 것이요, 두 번째 검명(劒銘)에서 한 번 휘둘러 그들의 피가 산과 강에 물들도록 한다는 것은 맹세의 구체적인 내용이다. 왜군에 대한 이순신의 무한한 적개심과 나라의 원수를 갚고자하는 결의와 각오가 묻어나는 비장한 검명(劒銘)이다. 

마지막 노량해전은 단 한 척의 왜선도 단 한명의 왜놈도 본국으로 돌아가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평소의 맹세를 실천하기 위한 것이었으며, 이순신은 죽음으로써 이 맹세를 지키고자 하였다. 

타인을 위한 희생과 봉사, 나라와 백성을 위한 죽음! 무한한 욕구로 가득찬 생리적 욕구체로서의 인간에게 이것이 어떻게 가능한가? 유학의 나라 조선에서 태어난 이순신은 시 짓기와 일기 쓰기, 검명의 활용 등을 통해 감성의 힘을 기를 수 있었지만 가치 다원화, 진리 다원화 시대를 살아가는 요즈음의 우리들은 과연 어떻게 금수(禽獸)와 구별되는 인격을 만들어 갈 수 있을까? 바야흐로 ‘감성의 순화’, ‘순수 감성 회복하기’, ‘감성의 힘 기르기’ 가 리더 자질 함양의 중요한 화두임을 제2의 이순신을 꿈꾸는 리더들에게 다시 한번 강조해 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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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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