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newsface.kr/news/news_view.htm?news_idx=4218

민주, 찬스때마다 ‘자살골’…한나라 구하기 ‘1등 공신’
갈팡질팡, 당내 민주주의 ‘무능력’…정치감각도 ‘제로’
문용필 기자 | newsface21@gmail.com 
11.12.10 10:37 | 최종 수정시간 11.12.10 10:41     
 
거침없이 질주하는 ‘스포츠카’가 돼도 모자랄 판인데 삐걱거리는 ‘소달구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제 1야당’인 민주당의 이야기다. 

당내 불협화음과 이로 인한 연이은 ‘갈팡질팡 행보’, 그리고 야권통합을 둘러싼 내분으로 인해 홍역을 치르고 있는 것이다. ‘한-미 FTA 강행처리’와 ‘디도스 폭탄’으로 집권여당이 휘청거리는 ‘찬스’를 맞이했음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생각만큼 전진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FTA 반대 목소리 여전한데…원내지도부는 등원합의

민주당의 현 주소를 대변해주는 장면은 9일 오후 열린 의원총회였다. 내년도 예산안 처리를 위한 국회 등원 문제를 두고 당내 강경파와 온건파의 대립구도가 펼쳐졌다. 지난달 22일 한나라당이 한-미 FTA 비준안을 강행처리한 이후 ‘국회 보이콧’을 선언한지 불과 보름 남짓 지난 시점에서 벌써부터 ‘장외투쟁’에 김이 빠진 셈이다. 

<연합뉴스>의 이날 보도에 따르면 강경파 의원들은 “사실상 백기투항”, “해머로 뒤통수를 맞은 느낌” 등의 표현을 써가며 원내지도부를 맹비난했으며 온건파 의원들은 “등원은 불가피 하다”, “낮에는 국회에서 일하고 밤에는 광화문에 나가는 ‘주국야광’ 투쟁을 해야한다”고 맞섰다. 

지난 9일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 ⓒ 민주당

급기야 강경파인 정동영 최고위원은 온건파인 노영민 원내수석부대표에게 욕설을 퍼붓고 “수양이 부족해서 그런 것”이라며 사과하는 일까지 벌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안민석 의원은 “이런 막장 드라마가 어디있느냐”며 강경파-온건파 양 측을 동시에 비난했다.

이날 강경파와 온건파간의 갈등은 김진표 원내대표가 전날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와 등원일정에 합의함에 따라 불거졌다. 양 측은 오는 12일 임시국회를 소집해 한-미 FTA 피해 보전대책 관련법과 미디어렙법, 2012년도 예산안, 대법관 임명동의안과 헌법재판소 재판관 선출안 등을 처리하기로 했다. 

이같은 발표가 나오자 민주당은 발칵 뒤집혔다. 한-미 FTA 비준안 강행처리에 대한 여당의 공식적 사과와 재협상 약속을 받아내지 못한 상태에서 사실상 한나라당에 굴복한 것 아니냐는 비난이 쇄도했다. 이에 김 원내대표는 9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생과 직결된 현안들이 산적해있다”며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정동영 최고위원은 “백기투항은 안된다. 한-미FTA에 대한 분노와 결기가 가짜가 아니라면 이런 식의 등원결정을 용납할 수 없다”며 김 원내대표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의원총회에서 “원내대표로서 지난 의총을 통해 지도부와 교감하고 공감한 내용이고 물론 손학규 대표와도 공감을 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이날 책임지라는 요구가 있으면 사퇴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김 원내대표의 거취문제는 12일 예정된 의원총회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올해만 벌써 몇 번?’…갈팡질팡 행보에 ‘야권공조’도 위태

문제는 김 원내대표의 취임 이후 벌어진 여야간 원내대표단 합의사항에 대한 ‘갈팡질팡 사태’가 ㅊ하루만에 합의안을 파기했다. 

김 원내대표는 한-미 FTA 비준안 처리여부를 놓고 여야가 대치중이던 지난 10월 말 황우여 원내대표와 비준안 처리 합의안에 서명하는 대형사고를 쳤다. 최대쟁점이었던 ISD에 대해 비준안 발효 후 3개월 내 재협상을 벌이는 것이 그 골자였다. 이 역시 민주당 의원총회를 통해 폐기됐다. 

그러나 비준안 처리에 골몰하던 한나라당에 이는 좋은 명분이 됐으며 이후 민주당 내 협상파들이 나서게 된 계기를 만들어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결국 민주당은 지난달 22일 손 한번 써보지 못하고 한나라당의 비준안 강행처리를 지켜봐야만 했다. 원내지도부는 물론 당 지도부 전체가 방심한 결과였다. 

김 원내대표에게 자리를 물려준 박지원 전 원내대표도 지난 5월 한나라당, 정부와 여야정 한-EU FTA 후속대책 회의를 통해 비준안 처리에 합의해 한나라당에 강행처리 명분을 제공해줬다는 비난을 받았다. 

야당 원내대표라는 자리가 여당과의 협상에 임하는 자리인 만큼 어느정도의 ‘양보의식’은 필요한 것 아니냐는 옹호론도 있지만 이같은 민주당의 잇따른 실책은 제 1야당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는 비난을 받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이같은 일이 반복될 때마다 손학규 대표, 혹은 최고위원회와의 사전합의는 있었냐는 지적이 뒤따랐다. 

또 하나의 문제점은 이같은 ‘갈팡질팡 행보’의 반복이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공조에 나서야 할 다른 야당들에게 불신을 안겨주고 있다는 점이다. 민주당이 등원에 합의했다는 소식이 들리자 장외투쟁에 나서고 있는 통합진보당은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우위영 대변인은 8일 논평을 통해 “이명박-한나라당 정권의 잘못에 사실상 면죄부를 주는 꼴이며 분노하는 촛불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라면서 “합의를 철회하지 않는다면, 한나라당 심판 민심이 민주당을 향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정희 공동대표는 트위터를 통해 “못 믿겠습니다. 정말”이라고 일갈했다. 

그간 다른 야당들은 민주당의 거듭된 오락가락 행보에도 ‘정권교체’라는 대의를 위해 민주당과의 공조를 포기하지 않았지만 이같은 일이 앞으로도 계속된다면 언제까지 공조를 유지할 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진보진영은 이미 통합을 완료한 상태다. 

그리고 이들과 민주당의 공조, 혹은 연대가 깨질 경우 그 반사이익은 고스란히 여당에게 가게된다. 한나라당은 현재 ‘디도스 파문’으로 인해 홍준표 대표가 퇴진하고 재창당론과 탈당설이 오가는 등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지만 민주당은 좀처럼 반전의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야권통합논의 나섰지만 당내 반발 여전…11일 전대 향방은?

시민통합당(혁신과통합)등 민주개혁진영과의 통합논의도 당내 반발에 부딪히고 있다. 8일 열린 지역위원장 연석회의가 이를 잘 보여주는 단면이었다. 이날 회의는 통합주체들간 합의된 합당방식을 놓고 당내 의견을 듣기위해 모인 자리였다.

이날 손 대표는 민주당의 당명을 지킬 것과 통합세력과의 지분 나누기는 없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통합은 민주당을 없애거나 공중분해하는 게 아니라 민주당의 살길”이라고 강조했지만 반대기류를 잠재울 수는 없었다.

손 대표와 대척점에 서 있는 ‘독자전대파’ 박지원 의원은 “혼자 남더라도 비장한 각오로 필요한 세력을 안고 갈 것”이라며 시민통합당과의 합의에 나선 지도부를 맹렬하게 비난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급기야 일부 지역위원장들과 홍영표 원내대변인이 물리적으로 충돌하는 사태까지 빚어졌다.

이에 앞서 민주당은 그간 시민통합당 측이 요구해온 ‘개방형 국민참여 경선’을 받아들이고 이날 시민통합당 측 지도부와의 회동을 통해 통합의 밑그림을 완성했지만 박 의원 측은 ‘밀실합의’라며 강경한 어조를 이어갔다. 

‘개방형 국민경선’은 ‘당원주권제’를 명시한 민주당의 현행 당헌, 당규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아울러 박 의원은 손 대표가 전당대회 관련 내용을 합의처리하기로 한 이른바 ‘11.27 약속’을 위반했다며 이에 대한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특히, 박 의원은 민주당의 전통적 지역기반인 호남에 큰 영향력을 갖고있다는 점에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존재다. 시민통합당과의 합당추인을 위해 11일 열리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만만치 않은 대결이 예고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박 의원은 지난 8일 성명을 통해 손 대표와의 결별을 선언한 상태다. 

일각에서는 전당대회에서 합당안 추인에 필요한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표 대결에서 독자전대파가 이길 가능성도 남아있다. 만약 이같은 상황이 나타난다면 이는 통합에 결정적인 걸림돌이 될 뿐만 아니라 손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의 리더십에 적잖은 상처를 남길 전망이다.

손 대표는 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귀한 자식을 낳으려면 그만큼 진통이 큰 법”이라며 마치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듯 “저는 믿는다. 잘될거라고 믿는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하지만 손 대표의 바람처럼 민주당이 ‘갈팡질팡 행보’를 딛고 대여 투쟁에서의 성공적 결과와 야권통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을지는 좀 더 두고봐야 할 듯 하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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