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번이 당론 무시 김진표 결국 사의
박홍두 기자 phd@kyunghyang.com  입력 : 2011-12-10 03:00:01ㅣ수정 : 2011-12-10 03:04:50

민주당 김진표 원내대표(64)가 한나라당과 국회 정상화를 합의한 지 하루 만인 9일 사의를 표명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이 날치기된 지 보름만에 당 지도부와 상의도 없이 등원에 합의, 당 안팎에서 사퇴 요구가 분출됐기 때문이다.

김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며 “당장 그만둘 수 있지만 등원 결정은 번복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예산안 등 민생 현안이 걸린 국회를 버릴지, 디도스 공격 등 여러 현안을 갖고 등원할지 표결해서 당론으로 결정하자”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가 전날 손학규 대표(64) 등 지도부에 보고하지 않고 독단적으로 한나라당과 등원을 합의한 데(경향신문 12월9일자 8면 보도) 대해 당내에서는 비난 여론이 쏟아졌다. 정동영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에서 “대단히 유감스럽지만 김 원내대표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장세환 의원은 의총에서 “한나라당에 산소 호흡기를 갖다준 것”이라고 말했다. “원내외 병행 투쟁을 해야 한다”(노영민 원내수석부대표)는 옹호론도 나왔지만 비판 여론이 많았다.

‘비밀협상을 통한 당론 틀기’가 재연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 원내대표는 지난 6월 당론과 달리 KBS 수신료 인상안에 합의했고, 지난달 한·미 FTA 비준안 처리 과정에서도 한나라당과 가합의안을 만들었다가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홀로 결정한 국회 등원도 한·미 FTA 비준안 날치기 후 요구했던 투자자-국가소송제 유보·폐기를 위한 재협상 등에 대한 여권의 답도 없이 이뤄진 것이다. 

당 일각과 트위터 등에서는 김 원내대표를 향해 야당의 자중지란을 초래하는 ‘X맨’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는 “야권연대해 함께 이기자고 민주당에 호소드렸는데도 굳이 한나라당 살려주는 길을 가겠다면 같이 못가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빈손 등원’을 두고는 경제관료 출신인 그의 체질적 한계론을 비롯해 의원들의 지역구 예산 확보를 위한 등원 요구를 대변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민주당은 전대 다음날인 12일 의총에서 김 원내대표의 거취와 국회 등원 여부를 결정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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