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news.kukmin.tv/news/articleView.html?idxno=7057

[월드리뷰] 40일만에 등장한 김정은…‘평양 봉쇄했다’던 언론들은?
뉴욕타임즈 “CIA, ‘해외 반군 지원은 실패’ 결론”
뉴스K  |  kukmin2013@gmail.com  승인 2014.10.18  01:37:23 수정 2014.10.18  08:47:28
 
8분까지

북한의 김정은 제1위원장이 40일 만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북한 정권에 문제가 생겼다는 루머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습니다.

그러나 평양에 뭔가 큰 일이 있다는 식으로 기사를 쓰고 논평을 해온 언론들은 반성의 말 한마디 내놓지 않았습니다.

 
 
44개월만에 열린 남북 군사회담을 쉬쉬했던 정부는 ‘북한이 비공개를 요구했다’고 주장했지만, 북한이 ‘그렇지 않다’고 반박하자 결국 말을 바꿨습니다.

매주 금요일 한반도와 국제 문제를 조망해 보는 월드리뷰, 황준호 뉴스취재팀장 나와 있습니다.

노종면 앵커(이하 노): 남북 군사 당국자 접촉이 지난 수요일에 판문점에서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접촉 자체보다는, 그 전후 상황에 대해 이런 저런 얘기들이 많이 나왔어요?

황준호 뉴스취재팀장(이하 황): 판문점 만남에서는 서로의 입장차만 확인했고, 어떤 합의가 나오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 다음날인 어제(16일) 북한이 조선중앙통신을 통해서 접촉의 성사 과정을 밝히는 ‘공개 보도’를 내놔서 우리 정부의 입장을 곤란하게 했습니다.

 
그리고 접촉에 앞서서는, 정부가 “투명한 남북관계를 추진하겠다”는 기존의 공언을 뒤집고, 비밀리에 만남을 추진하려고 했던 문제도 있었습니다.

노: 시간 순서대로 비밀 접촉을 하려고 했던 문제부터 짚어 볼까요?

황: 이번 회담의 남측 수석대표는 류제승 국방부 정책실장이었고, 북측에선 김영철 정찰총국장이 단장으로 나왔습니다.

이 정도 급이 만나면, 과거 같으면, 사전에 국민들에게 반드시 알렸을 겁니다.

그렇지만 이번 회담은 비공개로 추진됐고, 회담 후에 정부는 ‘북한이 비공개를 요구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담에 앞서 조선일보에만 보도가 됐습니다.

 
다른 매체들은, 그 다음날인 어제, ‘투명한 남북관계를 공언해 온 박근혜 정부가 원칙을 버렸다’고 비판했습니다.

노: ‘투명한 남북관계 추진’ 원칙을 버린 것도 문제고, 비밀로 하려고 했다면 끝까지 비밀로 해야지, 조선일보에만 흘려준 것도 문제군요?

황: 그렇습니다. 그 두 가지를 지적할 수 있구요. 또 하나 결정적인 문제는, “북한이 비공개 회담을 요구했다”는 정부의 설명이 과연 맞는 것이냐? 이 기본적인 전제가 흔들렸습니다.

어제 북한이 내놓은 ‘공개 보도’ 때문인데요, 북한은 자신들은 공개하자고 했지만, 남쪽이 비공개를 원했다고 말했습니다.

 
노: 어느 쪽 주장이 맞는 건가요?

황: 최종적으로 '비공개 회담으로 하자'는 합의가 있었다는 얘기는 남북이 공히 하고 있습니다.

남북이 다른 점은, 누가 먼저 비공개를 제안했느냐는 부분입니다.

국방부가 회담 직후에는 ‘북측이 비공개를 요구했다’고 했었는데요, 어제 북한의 ‘공개보도’가 나온 후에는 말을 바꿨습니다.

우리 정부가 먼저 비공개를 제안했고, 북한이 수용했다고 입장 자료를 통해 말을 바꿨습니다.

노: 회담을 공개로 하느냐, 비공개로 하느냐가 문제라기보다는, 정부의 말을 믿지 못하는 게 문제이겠군요?

황: 그렇습니다. 필요하면 비공개로 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누가 먼저 비공개를 제안했냐’ 이런 작은 부분에서 정부가 거짓말을 한다면, 남북관계에서 정말 큰 문제에 대한 정부의 발표를 과연 믿을 수 있느냐, 이런 신뢰의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남측의 발표를 북한이 공개적으로 뒤집는 경우가 이명박 정부 이래로 여러 건 있었습니다.

2011년에는 남측 대표가 돈봉투를 내밀었다는 얘기를 북한이 공개했고, 남측이 부인하니까, 녹음 기록을 공개하겠다고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것들이 쌓이면서, 정부 발표를 곧이곧대로 믿을 수 없는 상황이 됐습니다.

 
노: 언론이라도 끝까지 추궁을 해야 할 텐데, 그렇게 하지 않고 있죠?

황: 지난 수요일에 회담 사실을 조선일보만 보도하니까, 거의 모든 언론들이 정부를 비판했고, 통일부 브리핑 때는 어떤 기자가 “우리 정부가 괴뢰정부냐”고 묻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어제 국방부가 말을 바꾼 문제를 비판하는 언론은 몇 군데 밖에 없는 큰 차이를 보였습니다.

즉, 언론들은 ‘남이 보도한 걸 내가 못 할 때’만 발끈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었습니다.

 
겉으로는 ‘투명한 남북관계 원칙을 버렸다’는 명분을 내세워서 비판했지만, 본질은 ‘물 먹은 것’에 대한 화풀이였습니다.

이런 언론 환경이니까 정부 입장에서도 겁 안 내고 거짓말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노: 한반도와 국제 문제에 대한 좋은 칼럼을 소개해 주는 순서, 오늘은 북한과 관련된 칼럼이라서, 군사 회담 소식에 이어서 먼저 들어볼까요?

황: 한반도 문제 전문가 김연철 인제대 교수가 13일 월요일자 한겨레신문에 쓴 ‘이상한 북한이상설’이란 칼럼입니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이 9월 3일 이후 북한 매체에 안 나타나다가 지난 화요일, 14일에 다시 등장한 일은 다들 알고 계실 겁니다.

 
그 40일간 모습을 안 보이면서, 북한 내부 사정과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온갖 루머와 억측들이 나왔는데. 김정은 위원장 다시 등장하기 하루 전에 나온 칼럼입니다.

노: 제목이 ‘이상한 북한 이상설’ 평양에 쿠데타가 났다, 김정은 위원장이 사망했다 등 소문들이 근거가 없다는 얘기겠네요?

황: 그렇습니다. 별의 별 루머들이 카카오톡 같은 메신저 프로그램을 통해서 퍼져 나갔는데요, 그 모든 것들이 한마디로 근거가 없다는 얘기입니다.

김 교수는 북한 붕괴론을 믿는 사람들이 확인되지 않은 소문만 가지고 북한 권력의 이상 상황을 추측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 정보에 대한 판단은 그 정도로 허접하게 이뤄지지 않는다. 북한의 공식 매체에 대한 징후적 독해, 주변국과의 정보 공유, 그리고 기술 정보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라고 설명하면서, 미국과 중국은 북한 정권에 이상 징후가 없다고 하는데, 유독 한국에서만 그런 소문이 돈다고 지적했습니다.

 
노: 소문이 소문으로만 그치지 않는 이유는 역시 종편들 때문이죠?

황: 그렇습니다. 북한에 관한 소문은 과거에도 수없이 많았습니다.

그렇지만, 북한 정권이상설을 비판하는 칼럼까지 써야 되는 상황은 역시 언론들 특히 종편 때문입니다.

탈북자들의 일방적인 주장이나 중국 SNS에서 떠도는 ‘김정은 피습설’ 같은 얘기를 토대로 기사를 쓰고 있구요, 전문성이 의심스러운 사람들이 나와서 논평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소문이 마치 진실의 일단을 보여주는 것처럼 신빙성을 얻어가는 경로를 밟습니다.

영국의 타블로이드 신문 ‘데일리 미러’가 “김정은이 즐겨먹는 스위스산 치즈가 건강을 해쳤다”고 보도하니까, 입증이 안 된 추정을 마치 진실을 담은 것인 양 보도한 것 역시 종편들이었습니다.

노 : 칼럼에서 내놓은 해법이라면 어떤 것이 있습니까?

황: 북한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알려면, 인적 교류를 하는 길밖에 없다는 겁니다.

한 대목을 읽어 보면 “평양에 계엄령이 내려졌다는 근거 없는 소문이 돌았다. 그러나 평양에 주재하는 중국의 신화통신과 일본의 교도통신은 곧바로 ‘평온한 평양 시내의 일상’을 전했다. 우리는 현재 평양에 통신사도, 정부 관계자도, 기업인도, 하물며, 인도적 지원단체도 없다.” 이런 현실을 지적했습니다.

 

공개 왕래만으로도 얻을 수 있는 정보가 많지만, 이명박 정부 이후 남북관계가 끊기면서 북한 정보 실패가 계속 나타나고 있고, 김정은에 관한 뜬소문이 여론을 흔드는 이유가 된다, 이런 지적입니다.


 
Posted by civ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