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vop.co.kr/A00000808727.html

유가족들 오열 속 ‘공허한’ 박 대통령의 두 번째 시정연설
철통경비 속 유가족 외침마저 외면...여야 지도부 회동에서도 '하고 싶은 말만'
박상희 기자 psh@vop.co.kr 발행시간 2014-10-29 19:01:10 최종수정 2014-10-29 19:01:10

두번째 국회 시정연설 하는 박근혜 대통령
두번째 국회 시정연설 하는 박근혜 대통령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양지웅 기자

29일 취임 후 국회에서 두 번째 진행된 박근혜 대통령의 시정연설은 두 달 전부터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이날 연설은 박 대통령이 경제활성화 법안 및 공무원연금 개혁 연내 처리 등 기존에 했던 발언을 종합해 다시 발표하는 수준이었다. 전시작전권 환수나 세월호참사 문제, 자원외교 국부유출 등 논란이 된 사안에 대한 언급은 일절 없었다.

공무원연금 개혁 재차 강조...전날 국무회의 발언과 흡사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진행한 시정연설에서 새해 예산안의 의미와 내용을 설명하며 공무원연금 개혁의 연내 처리를 강조했다. 또 그동안 국무회의 등에서 강조해온 정부조직법과 자본시장법, 주택시장 정상화법, 김영란법, 유병언법 등의 조속한 처리를 정치권에 촉구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공무원연금 개혁이 매우 시급하다. 이번에도 제대로 된 개혁을 하지 못하면 다음 정부와 후손들에게 엄청난 빚을 넘겨주고 큰 짐을 지우게 된다"며 공무원들을 향해 "지금의 희생이 우리 후손들과 대한민국의 기반을 살리는 길이라 생각하시고 부디 조금씩 희생과 양보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정치권을 향해서도 "공무원연금 개혁이 금년 말까지 마무리될 수 있도록 국회 차원에서도 적극 협조해 주실 것을 당부 드린다"고 주문했다. 전날 국무회의 석상에서 한 발언을 되풀이한 데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또 박 대통령은 새해 복지예산에 대해 "사상 처음으로 정부예산의 30%를 넘는 115.5조원으로 금년대비 8.5%가 증가했다"고 설명했지만 경로당 냉난방비, 보육료 등 대폭 삭감되거나 동결된 부분에 대해선 설명하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최근 체결한 호주·캐나다와의 FTA에 대한 국회 비준동의안 처리를 요구했지만 FTA 체결에 따른 농축산업 등 피해산업에 대한 대안마련에 대한 언급도 없었다. 또 경제활성화를 위해 소외된 이웃을 위한 사회안전망 확충을 언급했지만, 사상 처음 600만명을 넘어선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설명도 없었다.

야당은 기존의 발언을 종합한 박 대통령의 시정연설에 대해 국민이 듣고 싶어하는 말은 없었다고 혹평했다.

새정치연합 한정애 대변인은 "세월호특별법, 자원외교, 국부유출 등 국민이 궁금한 것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는 점에서 아쉽다"며 "경제 살리기에 도움이 되는 정부 정책에 대해서는 적극 협조할 준비가 되어 있지만 비정규직이 600만을 넘어서는 등 현재의 대한민국 양극화를 해소하는 방향으로 경제 살리기가 진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통합진보당 홍성규 대변인은 "오늘 연설은 한마디로, 박근혜 대통령의 '유체이탈 화법'이 그대로 반영된 '유체이탈 시정연설'"이라며 "공공기관 혁신으로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군사주권 포기로 국민들의 분노에 직면한 '전작권 환수 무기한 재연기'에 대해서는 아예 언급조차 없었다"고 꼬집었다.

시정연설 후 여야 지도부와 가진 회동에서도 박 대통령은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하는데 그쳤다. 야당 지도부가 교체된 뒤 대통령이 양당 지도부와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 대통령은 약 한 시간 가량 진행된 여야 지도부와의 회동 자리에서 "세월호 특별법과 정부조직법, 유병언법(범죄수익은닉규제처벌법 개정안)도 잘 처리돼 혁신의 길로 나갈 수 있도록 해줬으면 한다"며 호주·캐나다 FTA 비준동의안 처리에 대해 "FTA를 체결했다 해도 (상대국과) 늦게 체결한 국가가 먼저 비준해버리면 (우리) 수출기업이 굉장히 힘들어진다"고 말했다.
 
여야지도부와 회담하는 박 대통령
여야지도부와 회담하는 박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여야지도부 회담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새정치민주연합 우윤근 원내대표,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 박 대통령,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이완구 원내대표.ⓒ뉴시스
 
배석자들의 말에 따르면 이날 회동은 새정치연합 지도부의 입장을 박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가 경청하는 수준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문희상 비대위원장 등 새정치연합 지도부는 자원외교, 4대강 사업, 부실방위사업 등에 대한 국정조사 필요성을 강조했는데 박 대통령은 이에 대해 방위사업 비리의 강력한 수사 필요성만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문 위원장이 상당한 시간을 할애해 개헌 논의 필요성을 언급했지만, 박 대통령은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문 위원장은 "개헌이 정치권의 블랙홀이 될 수도 있지만 경제에 골든타임이 있듯이 개헌도 마찬가지"라며 "내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개헌 얘기를 많이 하겠다"고 우스갯소리로 말하자 박 대통령이 "그러시냐"며 웃어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유가족들 오열 속 두 번째 시정연설도 환영받지 못한 박 대통령

이날 박 대통령의 시정연설은 지난해 11월 있었던 첫 번째 연설 못지 않게 냉랭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또 박 대통령이 이날 오전 9시 40분경 국회에 도착하기 전부터 겹겹이 인간방어벽을 친 경찰과 청와대 경호원들들이 만든 삼엄한 분위기도 지난해와 다르지 않았다.

전날 밤부터 꼬박 밤을 새며 박 대통령을 기다렸던 세월호 유가족들은 경찰과 경호원들에게 가로막혀야 했다. "안전한 나라에서 살게 해줘야 될 것 아니냐", "유족 입장에서 진상규명 한다면서 왜 외면하냐"며 오열하는 유가족도 있었지만 박 대통령은 이들을 외면하고 국회 안으로 빠르게 입장했다.

이 모습은 지난해 국회 앞 상황을 연상케했다. 지난해 11월 18일 오전 첫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를 찾은 박 대통령을 향해 목소리를 높인 건 통합진보당 의원들이었다. 박 대통령은 당시도 정당해산철회를 요구하며 한창 단식농성을 진행 중인 진보당 의원들을 외면했었다.
 
세월호 유가족 돌아보지 않는 박근혜 대통령
세월호 유가족 돌아보지 않는 박근혜 대통령
여야 지도부 회동을 마친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를 나서며 피켓을 들고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는 세월호 유가족들을 지나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이날 박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듣는 야당 의원들의 태도는 냉랭했다. 40여분 동안 진행된 시정연설 중 무려 27번의 박수를 친 새누리당 의원들과 달리 새정치연합, 진보당 등 야당 의원들은 무거운 표정으로 박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지켜봤다.

박 대통령이 본회의장에 입장할 때 일렬로 서 환영하던 새누리당 의원들과 달리 새정치연합 신경민·진성준·박범계 의원은 자리에서 일어서지 않기도 했다. 연설 도중 강기정, 정청래 의원은 세월호 문제나 전작권 환수 등에 대한 언급이 없던 연설문에 대해 비판하는 글을 SNS상에 올리기도 했다. 



 
Posted by civ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