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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대 여성 코로나 보건소 검사거부 종편 보도 줄줄이 법정제재

방송심의규정 ‘객관성’ 조항 위반…심의위원들 “지면 보도 인용한 부정확한 보도” 지적

박서연 기자 psynism@mediatoday.co.kr 승인 2020.04.22 20:36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70대 여성이 대구 지역 거주 사실을 숨긴 채 서울 중구 백병원에 입원했다는 사실을 보도하면서, 이 확진자가 보건소 검사 거부를 당했다고 오보를 낸 종합편성채널들에 법정제재가 추진된다.


TV조선·채널A·MBN은 70대 확진자가 보건소 검사를 거부당했다고 보도했지만, 질병관리본부 역학조사 결과 이 여성은 보건소를 간 적이 없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심의소위원회는 22일 오후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TV조선 ‘뉴스특보’,채널A ‘뉴스A LIVE’, MBN ‘뉴스파이터’ 등 3개 프로그램(3월9일 방영분)이 방송심의규정 ‘객관성’ 조항을 위반했는지 심의한 결과 법정제재 ‘주의’가 결정됐다. 법정제재는 방송사 재승인 심사 때 감점되는 중징계다.


▲지난달 9일 방영된 TV조선 ‘뉴스특보’.

▲지난달 9일 방영된 TV조선 ‘뉴스특보’.


해당 TV조선 방송을 보면 엄성섭 TV조선 ‘뉴스특보’ 진행자가 “왜 이런 거짓말을 한 거죠?”라고 묻자, 류주현 TV조선 기자는 “보건소 측에서 검사를 거부한 이유는 환자 증상이 기침과 발열과 같은 코로나19의 일반적 증상이 아니라 구토나 복부 불편감 등 소화기 증상이었기 때문에 검사를 안 했다고 이야기했다”고 덧붙였다.


채널A는 생방송 중 ‘출연자 발언’이 문제였다. 채널A ‘뉴스A LIVE’에 출연한 신현영 명지병원 가정의학과는 “보건소에 연락해 코로나 검사를 하고 싶다고 했더니 당신(70대 여성)의 증상이 발열, 호흡기 이런 것들이 아니기 때문에 검사 대상이 안 된다고 했다”고 발언했다.


MBN ‘뉴스파이터’ 진행자인 김명준씨는 “보건소에서 코로나 진단검사를 받으려고 했는데 거부를 당합니다. 왜? 소화기 증상이라는 이유만으로 코로나19 검사를 받지 못한 거예요”라고 말했다.


세 매체는 모두 종합일간지 조간을 인용했다고 밝혔다. 다만 TV조선은 신문 보도를 보고 사실 확인을 하려고 취재를 시도했지만 정확한 사실 확인을 하지 못한 채 오보를 냈다. 채널A와 MBN은 사실관계 확인조차 하지 않았다.


이들 매체는 지난달 9일자 조선일보 4면 “‘대구 거주자 아니다’ 거짓말…서울 백병원 뚫렸다”라는 제목의 기사와 중앙일보 4면 “‘대구 안 산다’ 5번 거짓말한 확진자 서울백병원 2개 층 폐쇄 ‘고소 검토’”라는 제목의 기사를 인용했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기사에는 확진자가 보건소에 들렀으나 검사를 거부당했다는 내용이 있었다.


그러나 확진자가 보건소를 방문하지 않았다는 질본 발표 후 조선일보는 지난 13일자 2면 ‘바로잡습니다’에서 “확진자 A씨가 보건소에서 코로나 진단검사를 거부당했다고 보도했지만, 최종 확진자 동선 조사 결과 보건소에 가지 않은 것으로 확인돼 바로잡는다. 방역 당국과 독자 여러분께 사과한다”고 보도했다. 현재 기사는 수정된 상태다.


▲지난 13일자 조선일보 2면 바로잡습니다

▲지난 13일자 조선일보 2면 바로잡습니다


TV조선을 두고 심의위원 3인(정부·여당 추천 허미숙 소위원장, 김재영·이소영 위원)은 법정제재 ‘주의’를, 미래통합당 추천 전광삼 위원은 행정지도 ‘권고’를, 바른미래당 추천 박상수 위원은 행정지도 ‘의견제시’를 주장했다.


허미숙 소위원장이 “보건소 측에서 검사를 거부했다고 보도한 근거가 뭐냐”고 묻자 이날 의견진술자로 출석한 이수연 TV조선 PD는 “질본을 출입하는 TV조선 출입 기자가 백병원 관계자에게 들은 내용을 제가 전화통화로 전달받고 이후 류주현 기자에게 전한 뒤 방송에서 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상수 위원이 “TV조선 취재 기자가 질병관리본부장에게 질문해서 확인하지 못했으면 확인 못했다고 쓰면 되는데 왜 무리해서 오보를 냈냐”고 지적하자 이수연 PD는 “저희도 그 부분이 아쉽다”고 말했다. 박 위원은 “보건소는 밤새우면서 일하는데 이런 오보가 나가면 힘 빠진다. 신문 보도를 인용했다고 해도 중요한 사안은 반드시 자사가 팩트체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재영 위원이 “의견진술서에 재난 상황에는 신속성보다 정확성이 중요하다고 해놓고 왜 이런 기사를 냈냐”고 묻자, 또 다른 의견진술자인 김동욱 TV조선 뉴스에디터는 “만일 보건소에서 진료 거부당한 게 사실이라면 국가 의료보건 시스템이 허술하다는 걸 말해주는 것이다. 거기에 대한 문제의식이 있었다”고 말했다.


윤승옥 채널A 보도제작부 차장과 김경중 MBN 시사제작부 차장도 이날 의견진술자로 출석해 “정확한 사실확인을 거치지 않은 보도를 했다”고 시인했다. 다만 윤 차장은 “생방송 중 돌발 발언한 출연자를 제지할 겨를이 없었다”고 토로했다.


심의위원들은 사실 확인이 안 되면 보도해선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김재영 위원은 “보건소 진료 거부라는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보도하면 의료공백, 보건의료 시스템 불안감을 조성할 수 있다”며 “방송사들은 이구동성으로 신속성보다 정확성이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방통심의위는) 수차례 속보 경쟁으로 인한 오보를 안건으로 다루고 있다. 좀처럼 변하지 않는 언론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소영 위원도 “충분한 취재를 하지 않았다면 보도해선 안 된다”고 꼬집었다.


반면 전광삼 상임위원은 “언론사가 오보할 수 있다. 후속 대처가 중요하다”면서 “정부가 확진자 동선을 진작 확인해줬으면 됐을 일이다. 정부가 스스로 의혹을 키운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20일 TV조선에 조건부 재승인 3년을, 채널A에는 철회권 유보 조건을 부가해 재승인 4년을 의결한 바 있다.


방통위는 TV조선과 채널A 재승인 조건으로 방송심의규정 객관성과 공정성 조항 등 법정제재 건수를 매년 5건 이하로, 선거방송심의규정 객관성과 공정성 조항 등 법정제재 건수를 매년 2건 이하로 유지할 것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TV조선은 방송심의에서 올해만 4건의 법정제재를 받았다. 이번 안건까지 전체회의에 회부돼 의결이 확정되면 법정제재는 총 5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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