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053364
"이거 딜 할때 브로커 있나?" 이사회도 의심한 MB 자원외교
[단독] 광물자원공사, 멸종위기종 서식지 개발하려다 발 묶여... 3500만 달러 날릴판
14.11.16 21:00 l 최종 업데이트 14.11.16 21:00 l 이주연(ld84)
▲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2008년 5월 29일 오후 중국 산둥성 칭다오 숙소인 샹그릴라 호텔에서 열린 산둥성 진출 우리 기업인 초청 리셉션에서 자원 외교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 연합뉴스
MB 정부 시절인 2010~2011년 광물자원공사가 3500만 달러(약 380억 원)를 투입한 로즈몬트 동(銅) 개발 사업이 미국의 환경영향평가를 통과하지 못해 투자비를 날릴 수 있음이 확인됐다.
최초 이사회에 제출한 투자안에 의하면 2012년에 인·허가가 나고 2014년에는 생산에 들어갔어야 할 사업이 현재 첫 삽조차 뜨지 못한 상황이다. 특히 사업 검토 초기부터 이미 광물자원공사 이사회에서는 환경영향평가를 통과하지 못할 가능성을 우려했다는 것이 확인됐다. 그럼에도 공사 측은 '환경영향평가만 받으면 대박'이라는 논리로 장밋빛 미래만을 그려왔고, 투자를 강행했다. <오마이뉴스>는 이같은 사실을 이사회 회의록 등을 입수해 확인했다.
미국의 지역 환경단체(SSSR-Save the Scenic Santa Ritas-을 비롯한 6개 단체) 및 개발 인근 지역에서는 해당 사업을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개발 예정 지역 내에 멸종위기동물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이에 따라 미국 정부는 환경영향평가 승인은 계속 보류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통과될 가능성은 매우 낮은 상황이다. 현지 실정에 대한 면밀한 검토 없이 무작정 사업을 진행해 환경단체 등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힌 것을 두고 '국제적 망신'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김제남 정의당 의원은 이 투자에 대해 "묻지마 투자를 반복해온 MB 자원외교의 전형"이라며 "자원 공기업은 성과를 올리기 위해 건수 찾기에 나서, 묻지마 사업성 검토를 거쳐 묻지마 투자 결정을 하고 나몰라라 하는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첩첩산중 환경영향평가] 미국 환경단체 집단적 반발... 멸종위기동물 서식지
김 의원이 광물자원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현재 로즈몬트 광산개발 착수를 위한 7개 환경 허가 가운데 미국 연방 정부가 관할하는 '공공용지내 광산개발 허가'와 '연방하천 사용 허가'에서 승인이 나지 않았다. 현재 제출된 환경영향평가 보고서에 대해 지표수 및 지하수 수량, 수질 관련 대책, 야생 동·식물 종 보호계획에 대한 보완 요구가 제기된 상태다.
이미 승인이 난 주 정부 허가도 소송에 휘말렸다. 애리조나 환경국의 대기오염 물질 배출 허가 등 2개의 승인에 대해서는 지역 환경 단체 등이 승인 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반대의 선봉에 서있는 SSSR에 따르면, 로즈몬트 개발 사업 인근 5개 지역(The City of Tucson, Pima County, Santa Cruz County, Town of Patagonia, and Green Valley Community)에서는 개발 반대 결의안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또 개발 지역에서 오셀롯(고양잇과의 포유류) 등 멸종 위기 동물이 발견돼 연방 정부가 멸종위기동물법을 적용해 검토에 돌입했다. 환경 전문 잡지인 <어스 아일랜드 저널>(Earth Island Journal)에 따르면, 로즈몬트 개발사업이 진행되는 곳은 코로나도 국립공원 안에 위치해 있으며, 재규어와 오슬롯을 비롯한 10여 종의 멸종위기종이 서식하고 있다. 잡지는 해당 지역에서 1990년대 개발시도가 있었지만 환경단체들의 반대로 결국 사업은 좌초됐다고 전하고 있다(2013년 4월 11일 기사. Proposed Copper Mine in Arizona Highlights Weakness of Federal Mining Laws).
[이사회 회의록 보니] 광물공사는 투자비 모두 날릴 위험 알고 있었다
▲ 한국광물자원공사 ⓒ 누리집 갈무리
2012년 인·허가가 나고 2014년에는 생산에 들어간다는 로즈몬트 개발 사업 투자안은 2010년 광물자원공사 이사회를 통과했고, 공사는 '로즈몬트 광업권 부지'를 소유한 미국 어거스트사와 협상을 통해 프로젝트 지분의 10%를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공사는 2010년 10월부터 2011년 7월까지 아홉 차례에 걸쳐 3500만 달러를 투입했다.
하지만 위에서 살펴봤듯이 2014년 10월 현재 환경영향평가에 묶여 인·허가조차 받지 못한 상태로, 인·허가 전에 투여한 투자금은 휴지조각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광물공사는 "만일 허가가 나지 않아서 프로젝트를 중단할 경우, 청산 대금으로 대주주보다 한국 컨소시엄이 우선으로 기투자비를 변상하는 조항이 있다"라며 "한국 측은 투자액을 날리는 것이 아니라 우선 순위로 변상받는 걸로 되어 있다"라고 설명했다.
한마디로 사업이 중단되어도 돈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투자비 전액을 받을 수 있냐는 질문에는 "3500만 달러를 다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말할 수 없다, 그 때가 되어봐야 안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광물공사 이사회 회의록을 보면, 이미 2010년 투자를 논의할 당시부터 투자비를 모두 날릴 위험을 알고 있었다. 2010년 8월 이사회 회의록에 따르면, 광물공사조차도 "최악의 경우 3500만 달러를 모두 잃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공사는 "(투자비를 모두 날릴) 가능성은 굉장히 적다"고 이사들을 안심시키면서 "환경영향평가를 받아놓으면 가격이 엄청 오른다"고 장밋빛 미래를 강조했다.
이에 유아무개 이사는 "(환경영향평가 전과 후의) 가격 차가 크다는 건 환경영향평가 리스크가 크다는 거다, 어거스트사만 믿지 말고 우리 나름대로 투자환경조사를 해서 좀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착수하는 게 좋다"라고 조언했다. 또 어거스트사 주식 가격을 2배가량 높게 평가(주식총액과 프로젝트 평가가치 감안)한 것에 대해 얘기를 나누던 중 안아무개 이사는 "이거 딜할 때 브로커가 중간에 있습니까?"라며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사들은 이렇게 줄줄이 염려를 나열했지만, 투자의결에는 아무도 반대하지 않았다. 그러나 염려대로, 4년 여가 흐른 지금까지 환경영향평가는 진척이 없다.
[재무보고서를 보니] 파트너 회사의 재무적 위험 경고도 무시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다. 광물자원공사에 로즈몬트 동 개발 사업 지분을 판 어거스트사는 재정적인 위험 요소를 안고 있는 회사였다. 환경영향평가가 지연됨에 따라 거듭된 부채를 떠안게 된 어거스트사는 더 이상 사업을 유지하지 못했고, 결국 2014년 허드베이사(이 회사 역시 2012년, 2013년 연속 적자다)에 인수됐다. 사업 자체의 불확실성이 더욱 높아진 상황이다. 그런데 중요한 점은 광물자원공사가 투자를 검토할 당시부터 어거스트사의 재무적 문제를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사업 파트너인 어거스트사가 재무적 압박에 의해 인수된 것에 대해 광물자원공사 측은 <오마이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계약 체결 당시에 어거스트사에 대한 재무 실사를 실시했고 재정적 문제는 발견되지 않았다"라며 "당시 어거스트사는 금은 스트리밍 계약(생산될 은을 일정 가격에 파는 조건으로 초기 개발비를 받는 것)으로 2억3000만 달러를 투자받기로 약정을 체결한 상태여서 재정이 양호한 상태였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런 해명은 객관적 사실과는 거리가 있다.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2010년 8월 광물자원공사에 제출된 '로즈몬트 개발 사업 재무보고서'를 보면, "어거스트사는 외부자금조달에 100% 의존하여 개발을 진행하고 있으며, 자금조달의 불확실성으로 개발 및 생산 일정이 지연될 경우 광산 재산에 대한 손상차손을 인식하여야 할 재무적 위험이 존재한다"라고 적혀있다.
보고서는 "어거스트사는 2012년 말까지 투자액을 충당할 계획이나 계약이행으로 인한 지급금액 예상액이 JV(비법인합작투자)를 통한 자금 조달금액을 초과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에 대한 추가적인 재원조달 계획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또 "개발 및 인허가 지연으로 인해 자금조달 조건이 만족되지 않아 자금조달이 지연될 위험이 존재한다"라고 경고했다.
이런 경고에도 불구하고 광물자원공사는 투자를 강행했고, 우려는 현실이 됐다.
여전히 장밋빛 미래만 그리는 광물공사
광물자원공사는 여전히 '장밋빛 미래'만을 그리고 있다. 내년(2015년)에 환경영향평가 최종 승인을 받고, 2016년 광산 건설에 착수, 2018년에는 상업 생산을 개시할 수 있다는 것이 공사의 공식적인 입장이다. 첩첩산중의 환경영향평가에 대한 대책을 묻는 질문에 "허가 당국 및 관련기관이 보완 요청한 것을 매주 협의를 통해 보완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내놨다.
김제남 의원은 "환경영향평가는 현지 실정과 특성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첫 번째다, 환경영향평가와 규제를 정확히 인식하고 파악해 투자 결정을 내려야 하는데 로즈몬트 동 개발 사업은 이를 완전히 간과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공기업이 져야할 환경 보호 책임마저 고려하지 않고 무작정 사업에 뛰어들어 망신살을 자초했다"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국회 차원에서 해외자원외교 참사의 원인과 결과를 규명해야 한다, MB 청문회와 국정감사가 꼭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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