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침몰하는 한나라 ‘구원투수’…‘굴욕등원’ 강행
야권연대 파기-與에 ‘굽신굽신’…이정희 “연대약속 소용없다”
문용필 기자 | newsface21@gmail.com 
11.12.14 18:18 | 최종 수정시간 11.12.14 18:20      
 
예산국회 등원문제를 놓고 온건파와 강경파간의 대립이 이어졌던 민주당이 14일 ‘조건부 등원’으로 당론의 가닥을 잡은 가운데 그간 ‘정책공조’를 유지해온 통합진보당이 이에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자칫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야권공조가 깨질 가능성 마저 제기되고 있다. 

이정희 진보당 공동대표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민주당 등원결정, 매우 유감”이라며 “말만 같이하고 행동을 따로 하면 이 당과는 연대 약속해봐야 소용없다고 확인시킬 뿐”이라고 지적했다. 우회적으로 ‘야권공조 파기’ 가능성을 언급한 셈이다. 

이에 앞서 이 대표는 이날 민주당이 당론을 확정짓기 전 트위터에 “민주당이 지금 등원해 한나라당 산소호흡기 대주면 총선 야권연대 가능성 없애는 것”이라며 “말로만 명분 찾고 행동은 따로 하는 야권연대는 더 이상 의미 갖지 못한다”고 경고한 바 있다.

강기갑 진보당 원내대표의 목소리는 더욱 강경했다. 

강 원내대표는 성명을 통해 “민주당이 집단적인 기억상실증에 걸린 것이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며 “민주당 의원들이 얼마전 김진표 원내대표 의 등원합의에 대한 거센 비난여론을 못 들었을 리 없는데 등원결정을 내린 것은 왜 국민들에게 외면받는 제 1야당이 될 수 밖에 없는지 스스로 증명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강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오늘 결정은 향후 야권연대에 심각한 훼손을 가져올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며 “민주당은 원내외 병행투쟁을 하겠다고 했으나 오늘의 결정은 국민들과의 촛불장외투쟁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 원내대표는 “이명박 정부의 측근비리를 밝혀내는 것은 중요한 문제지만 한나라당의 목숨줄을 이어주는 등원은 국회를 예산안으로 야당 발목을 잡는 정부여당의 놀이터로 만들 것”이라며 “한-미 FTA 발효를 중단시키지 못한 국회 등원은 두고두고 주권을 예속하고 서민들의 미래를 저당잡히는데 일조했다는 낙인으로 남을 것”이라고 일갈했다. 

민주당 관계자 “지역구 예산 가져가고 싶은 것 아니겠나”

민주당은 이날 의원총회를 열어 등원여부에 대한 당론을 조율했다. 김유정 원내대변인은 의원총회 후 브리핑을 통해 “원내외 병행투쟁이 필요하다는 것이 중론”이라며 “등원시기와 조건에 대해서는 원내대표단에 모든 권한을 위임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지난 9일 의원총회를 통해 ‘재신임 카드’를 꺼내들었던 김 원내대표는 일단 자리를 지키게 됐다. 

14일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 ⓒ 민주당

사실 민주당의 등원은 시간문제라는 분석들이 나왔다. 민주당 원내지도부가 지난 9일부터 익명을 전제로 소속의원들에게 국회 등원 여부를 놓고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다수의 의원들이 등원에 찬성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민주당의 등원 조건에는 10.26 디도스 사건에 대한 특검 도입과 반값등록금 예산 반영, 그리고 한-미FTA 재협상 촉구 결의안 국회 본회의 의결 등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지만 김 원내대표가 당내 강경파들과 진보당까지 만족시킬 수 있는 등원합의안을 만들어낼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라는 평가다. 

김 원내대표는 지난 8일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와 12일 임시국회를 소집해 한-미 FTA 피해 보전대책 관련법과 미디어렙법, 2012년도 예산안, 대법관 임명동의안과 헌법재판소 재판관 선출안 등을 처리하기로 결정한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민주당이 내건 조건들도 ‘등원 명분’으로 내세우기에는 너무 약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디도스 사건’에 대한 국정조사의 경우, ‘직격탄’을 맞은 한나라당이 국민의 비난여론을 감안해서라도 민주당의 요구에 응할 가능성이 높다. 사건이 불거진 이후, 한나라당 내에서는 야당의 국정조사 요구를 무조건 받아줘야 한다는 목소리들이 잇따라 나온 것이 이를 방증한다. 

반값등록금 예산의 경우, 복지정책에 큰 관심을 나타내고 있는 박근혜 전 대표가 곧 한나라당의 전면에 나설 예정이어서 이 역시 한나라당과 일정부분 의견조율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FTA 재협상 촉구 결의안’의 경우, 한나라당이 난색을 표시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만약 통과가 된다고 할지라도 정부는 이를 무시하면 그만이다. 그간 이명박 정부는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한 국무위원 후보자에 대해서도 임명을 강행해온 전력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이 ‘조건부 등원’ 결정을 내린 데에는 다른 이유가 있지 않느냐는 의구심 섞인 시선도 나오고 있다. 내년도 예산안을 처리하는 이번 임시국회가 내년 총선과 무관치 않다는 이야기다. 

<오마이뉴스>는 이날 “복지예산을 등원 핑계로 삼는데 사실 등원해야 한다고 한 의원들의 대부분은 자신의 지역구 예산을 가져가고 싶은 것 아니겠나. 내년 선거를 앞두고 지역에 선심을 쓰겠다는 건데 정권 교체를 해야하는 상황에서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는 민주당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이종걸 “현 단계에서 등원 논의는 최악의 결정”

이종걸 의원은 이날 의원총회 시작 전 보도자료를 통해 “오늘 의원총회에서 등원을 논의해서는 안 된다. 지금 우리가 이 자리에서 등원을 논의하는 것은 당원 동지들의 당심과 국민의 민심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일”이라며 “현 단계에서의 등원 논의는 한나라당을 대하는 전략과 전술 면에서도 최악의 결정이며 하책 중의 하책”이라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지난 11일 전당대회에서 한-미 FTA 무효화 투쟁을 결의했는데 지금 등원을 논의하는 것은 당원에 대한 배신이자 당 최고의결기구의 결정을 무시하는 것”이라며 “날이 갈수록 촛불의 숫자가 늘어나고 있는 지금, 등원을 거론하는 것 자체가 한-미 FTA 무효화 투쟁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 의원은 “보수적일 수 밖에 없는 판사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더 많은 국민들이 한-미 FTA의 문제점을 인식하기 시작한 지금 등원논의는 투쟁전략 면에서 큰 실책”이라며 “국회 파행의 책임은 한나라당에 있는 것이지 민주당에게 있는 것은 아니라느 점을 분명히 해야한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디도스 사건’은 검찰에 공을 넘기고 수사의지를 국민과 지켜보는 것이 더 좋은 전술이다. ‘디도스 사건’, ‘대통령 친인척’ 비리에 대해 국정조사를 해야 한다면 한나라당의 수용여부를 먼저 타진하는 것이 순서”라며 “한-미 FTA 특위에서 보듯, 한나라당의 태도 변화 없이 현 국회에서 의제를 논의하면 수의 열세를 만회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또한, 이 의원은 “국회 계수조정 소위에서 예산을 크게 고치는 것은 어렵다. 한나라당 예산을 장외에서 비판하고 민주당 안을 수용하도록 압박해야 한다. 필요예산이 있으면 19대 국회에서 다수당이 돼 추경으로 처리하면 된다”며 “한나라당의 궤멸과 우리의 통합결정으로 기대가 높아지고 있는 지금 등원논의는 차려진 밥상을 걷어차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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