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eekly.khan.co.kr/khnm.html?mode=view&code=113&artid=201411241804541

[특집| 해외자원개발]나라를 위한 장사꾼? ‘형님’은 뻥튀기 홍보꾼이었다
2014.12.02ㅣ주간경향 1103호

12개국 방문 23차례나 각국 정상들 만나 ‘자기외교’…
볼리비아 리튬ㆍ나미비아 우라늄 등 성과 없는 MOU 체결해놓고 치적홍보 열 올려

브라질, 페루, 볼리비아, 멕시코, 우간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나미비아, 페루, 에콰도르, 콜롬비아, 투르크메니스탄, 아제르바이잔. 이상득 전 의원의 자원외교 이동경로다. 2009년 6월 리튬 확보를 위한 남미 출장을 시작으로 2010년 말까지 이 전 의원이 이동한 거리는 29만4883㎞이다. 12개국을 방문했고 23차례에 걸쳐 각국 정상을 만났다. 이 전 의원의 책 <자원을 경영하라>에 따르면 자원외교를 앞두고 그가 세운 철칙은 ‘명예’보다는 ‘실리’였다. “단돈 10원이라도 벌어오는 특사가 되자. 내가 손해를 보더라도 나라살림에는 보탬이 되도록 하자. 나라를 위한 진정한 장사꾼이 되자.”

볼리비아는 생각 없는데 개발권 획득 헛소리
 
5년이 지난 지금, 이 전 의원의 이 말을 믿는 사람은 없다. 이상득 전 의원이 중심이 된 자원외교는 MOU 단계에서 실체가 없어진 것이 대부분이다. 이 전 의원이 이미 사업의 현실성이나 경제적 실익이 없음을 알고도 정권 홍보 수단으로 자원외교를 활용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볼리비아의 리튬 자원 개발이다. 볼리비아는 이상득 전 의원이 가장 심혈을 기울였던 곳이다. 그는 볼리비아에만 6차례 방문했다. 그러나 볼리비아 정부가 2010년 11월 리튬 산업화 정책에 따라 외국계 회사 및 자본의 광산 개발 참여를 불허하겠다고 밝히면서 광산 개발사업은 종료됐다.

2010년 9월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이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과 신라호텔에서 열린 환영만찬에 참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위키리크스 문건을 통해 본 이명박 정부의 속살을 그린 책, <그들은 아는, 우리만 모르는>에서는 볼리비아 리튬 개발 자원외교가 정권 홍보의 수단이 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책은 2010년 2월 9일 이 전 의원과 스티븐슨 전 주한 미국대사가 오찬회동을 하며 나눴던 대화가 담긴 문건을 공개했다. 이 오찬회동에서 이 전 의원은 볼리비아 리튬을 확보하기 위해 자신이 얼마나 공을 들였는가를 설명했다. “이 의원에 따르면 자신이 모랄레스 대통령이 이해하지 못했던 리튬 시장에 대해 한 시간 동안 설명을 해준 뒤 두 사람은 친한 사이가 됐다고 한다. 그 결과 그는 리튬 시장 개발을 목적으로 한 태스크포스를 설립하기 위해 볼리비아와 MOU를 체결했다고 했다.” 볼리비아 대통령을 이 전 의원 자신이 설득시켰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마찬가지로 위키리크스에 공개된 볼리비아 정부의 입장은 이 전 의원의 생각과 완전히 어긋난다. 볼리비아 주재 미국대사가 볼리비아 정부의 입장을 미국에 보고한 문건을 보면 이 전 의원이 오찬회동에서 스티븐스 대사에게 자신의 치적을 설명하기 두 달 전에, 이미 볼리비아 정부는 리튬 개발을 외국자본의 개입 없이 추진한다는 입장이 명확하게 서 있었다. 2009년 12월 14일 볼리비아 주재 미국 대리대사 존 크리머가 국무부에 보낸 문건에는 “볼리비아 정부는 외국 투자자의 지원이나 개입 없이 리튬 탄산염을 생산한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볼리비아 계획개발부의 과학기술국장은 우리에게 ‘볼리비아 정부는 리튬 탄산염을 생산하는 과정까지는 볼리비아 정부가 전적으로 소유할 것’이라고 말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볼리비아 정부가 이런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1년 후인 2010년 11월이다. 볼리비아 정부는 리튬 산업화 정책에 따라 외국계 회사 및 자본의 광산 개발 참여를 불허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보다 불과 3개월 앞선 2010년 8월 볼리비아 모랄레스 대통령의 방한을 앞두고 한국 언론은 정부가 리튬 개발권을 따냈다거나 곧 확보할 것 같다는 보도를 앞다투어 내보냈다. 적어도 1년 전부터 볼리비아 정부의 입장은 정해져 있었음에도 정부는 이를 정확히 파악하거나 혹은 알리지 않은 채 홍보효과만을 노린 정치적 이벤트를 한 셈이었다.

양해각서를 본계약 체결한 듯 자화자찬
 
그럼에도 이 전 의원은 그로부터 1년 후인 2011년 8월 발간된 그의 자서전 <자원을 경영하라>에서 지식경제부 자원담당 국장의 말을 인용해 자신의 치적을 홍보한다. “(리튬 광산 개발 MOU를) 문서화했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결과입니다. 오래 전부터 적극적 공세를 펼친 일본이나 중국도 우리처럼 MOU를 맺지는 못했으니까요.” 그러나 2009년 볼리비아 주재 미국대사관의 리튬 관련 전문 내용을 좀 더 살펴보면 다른 국가들이 MOU를 맺지 않은 데에는 사업의 현실성이나 경제적 실익 등 다른 이유가 있어 보인다. “프랑스, 일본, 한국 기업 모두 볼리비아 리튬 분야에 대한 투자에 막대한 관심을 가지고 볼리비아 정부와 접촉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 모두 어떠한 투자를 하건 시장 조건이 충족돼야 하는데, 볼리비아의 현 투자 규제정책 하에서는 투자를 진행할 만한 가치가 없다고 말했다. 일본대사관의 경제담당 직원은 우리에게 볼리비아 정부가 일본 측에 전지를 만드는 특허기술을 공짜로 전수해줄 것을 원하지만 일본은 그럴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치적 홍보에만 급급했을 뿐 오히려 다른 나라에 비해 성과는 내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2010년 3월 이 전 의원은 아프리카 나미비아 지역을 방문했다. 나미비아는 세계 우라늄의 약 6%를 공급하고 있는 나라다. 대통령 취임식에 맞춰 찾아간 이 전 의원은 나미비아 부총리에게 우라늄 광산 현황에 대해 물었다. 부총리는 “아직 나미비아에는 개발하지 않은 우라늄 광산이 많아 한국이 새로운 광산을 찾는 데에는 어려움이 없을 것입니다”라고 답했다. 이 전 의원은 나미비아와 법적 구속력이 없는 MOU를 맺은 것에 불과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광산 확보’로 자평하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세계 6위권의 우라늄 생산국인 나미비아에서의 광산 확보는 우리에게 다소 숨통을 틔워준 성과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나미비아에서 광물자원공사가 추진했던 우라늄 공동개발 및 탐사사업 또한 경제성 미흡 등의 이유로 결국 본계약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종료됐다. 반면 그 사이 중국 정부는 지난해 나미비아에서 우라늄 시추에 성공했다. 윤종석 새정치민주연합 전문위원은 “양해각서는 본계약이 아닌데 이를 마치 본계약인 양 실적으로 홍보하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초창기 때부터 해외자원개발에 포커스를 잡고 들어가면서 과거 정부에서는 산업부가 중심이 됐던 것이 총리, 산업부, 외교부, 정권 실세로까지 이어지다 보니 조직간에 경쟁의식도 생겨 과장되게 부풀려졌다”고 말했다. 명예도 실리도 아닌 홍보에만 급급했던 이 전 의원의 자원외교 29만4883㎞ 대장정은 ‘단돈 10원이라도 벌어오자’라는 말이 무색하게 아무런 성과 없이 막대한 부채만 남겼다.

<박송이 기자 p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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