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media.daum.net/economic/others/newsview?newsid=20141125125405528

[취재파일] 무궁화 위성 궤도까지 파푸아뉴기니가 원하는대로
SBS | 김수형 기자 | 입력 2014.11.25 12:54 | 수정 2014.11.25 14:00

● 무궁화 위성과 우주궤도…주차장에 비유하자면

주차 공간이 항상 부족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이 있습니다. 주차라인도 폭이 비좁아 차들은 문콕 주차를 할 수도 있는 열악한 환경입니다. 각 세대주들은 차량을 등록해 지정 주차장에 차를 댈 수 있습니다. 주차장에 차를 먼저 배정 받은 사람은 유리합니다. 주차 시비가 하도 잦은 곳이어서 나중에 들어오는 차주는 옆 차주에게 '문콕 테러' 걱정이 없다는 확인서를 받아와야한다는 조건이 있기 때문입니다.

A 차주는 어느 날 자신의 주차라인 바로 옆에 낯선 B 차주가 들어와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난데없이 나타난 B 차주는 늦게 들어온 주제에 동의서를 받기도 전에 A 차주에게 시비를 걸기 시작했습니다. A 차주가 사실 차를 팔아버려서 주차공간을 유지할 권리가 없다는 주장이었습니다. A 차주는 기가 막혔습니다. 돈이 급해 차를 팔았는데 그 차를 산 사람이 바로 B 차주였기 때문입니다. 똑같은 차가 바로 옆 주차공간에 대져 있는 웃지 못 할 일이 벌어진 겁니다. 게다가 부모님 몰래 차를 팔았는데, B 차주는 그걸 알고 더 시끄럽게 굴었습니다.

A 차주는 고민하다가 결국 묘책을 생각해냈습니다. B 차주에게 일단 주차 공간을 인정하는 확인서를 써 줄 테니 주차할 권리가 없다느니 이런 문제제기를 하지 않고 잠자코 있어달라는 협상안이었습니다. 2년 뒤에 차를 다시 살 생각인데, 그때 주차 공간을 어떻게 확보할지는 일단 고려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B 차주는 헐값에 차도 사고, 문제없이 주차 공간까지 확보했습니다. A 차주는 2년 뒤 다시 차를 살 때 문제가 생길 수도 있지만, 일단 부모님께는 주차 공간 분쟁을 문제없이 해결했다고 말했습니다.

 

● "파푸아뉴기니 궤도 사용권 인정할 테니 우리 궤도 시비 걸지 마라"

홍콩 위성업체 ABS에 팔린 무궁화 위성 3호는 대한민국 궤도인 동경 116도에서 살짝 벗어난 동경 116.1도에 머물고 있습니다. 그러자 파푸아뉴기니는 기다렸다는 듯이 ITU에 동경 116.1도에 대한 국제등록 서류를 제출하고 , 동시에 동경 116도에 대해 위성궤도 삭제 신청을 했습니다. 무궁화 위성이 용도대로 사용되지 않고 있다는 약점을 잡고 위성궤도를 흔들기 시작한 겁니다.

올해 국정감사에서 위성궤도 분쟁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자 미래부는 "곧 해결될 거다"라는 답변을 내놨습니다. 부산에서 열린 ITU 전권회의에 궤도 분쟁을 중해하는 사람이 와 있고, 우리 정부 관계자가 가서 협상을 진행해 조만간 결론이 나온다는 설명도 덧붙였습니다.

궤도 문제가 어떻게 해결됐나 확인해보려했지만, 쉽지 않았습니다. 양국이 궤도 분쟁을 해결은 했는데, 비밀로 유지하기로 했다는 말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어렵게 연결된 미래부 관계자가 개략적인 합의안을 알려줬는데, 동경 116.1도에 대한 파푸아뉴기니의 사용권을 인정해주는 대신, 파푸아뉴기니도 우리 궤도 동경 116도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지 않는다고 약속했다는 겁니다.

● 이상한 타협안…대한민국이 얻은 게 있나?

위성 궤도에 대한 분쟁을 뜯어보면 우리 궤도 동경 116도에 대한 말소 요구는, 파푸아뉴기니가 등록하려는 동경 116.1도를 등록하기 위한 지렛대로 활용하려는 측면이 강합니다.(미래부는 파푸아뉴기니는 ABS의 등록만 대행해주는 역할만 하는, 사실상 한 몸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위성들끼리 동경 0.1도는 너무 가까운 거리라 '문콕 주차'의 위험이 있습니다. 서로 간섭이 있는지 세심하게 확인해야하고 문제가 생길 경우 누가 책임져야하는지도 명확히 해둬야 합니다.

ABS 입장에서는 우리나라와 0.1도 차이로 위성 궤도를 운용하기 위해서는 동경 116도 궤도를 선점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허락을 얻어야 하는 게 자연스러워 보입니다. 하지만 ABS는 오히려 국제 분쟁을 걸고 소란을 피워 자신들이 원하는 동경 116.1도에 대해 우리가 문제제기할 가능성을 원천 봉쇄했습니다. 게다가 인심이라도 쓰듯 우리 궤도 동경 116도에 대한 문제제기를 철회했습니다.

미래 부는 동경 116도에는 이미 KT가 오는 2016년에 무궁화 7호 위성을 쏘아올릴 예정이기 때문에 궤도에 대한 권리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설명해왔습니다. 분쟁에도 당당히 임해서 ITU에 설명하면 우리 궤도를 지키는데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런데도 순순히 ABS가 원하는 걸 들어주고는 문제를 해결했다고 하는 건 선뜻 납득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우리가 얻은 게 사실상 없기 때문입니다.

● "동경 116.1도 사용권 인정은 큰 화근거리"

이번 협상에 대해서 우려는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무궁화 위성의 초기 발사단계부터 주도적인 역할을 했던 정선종 전 에트리 원장은 이번 협상에 대해서 크게 세 가지로 우려를 제기했습니다. 첫째, 현재 동경 116도에 떠 있는 무궁화 6호와 동경 116.1도를 사용하게 된 무궁화 3호의 간섭 가능성입니다.

무궁화 3호는 비록 ABS에 넘어갔지만, 대한민국에서 주파수를 할당받았기 때문에 다른 우리나라 위성과도 주파수 대역이 겹칩니다. 현재 무궁화 3호가 중동을 중심으로 서비스를 하고 있지만 앞으로 서비스 지역에 변화가 생기면 간섭이 생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겁니다. 둘째, 무궁화 7호를 쏠 때 생길지 모르는 문제입니다. 오는 2016년 무궁화 7호 위성을 쏘아 올릴 때 반대로 우리정부는 파푸아뉴기니에 합의를 요청해야하는 신세가 됩니다. 혹시나 파푸아뉴기니가 시비를 걸면서 합의에 응하지 않으면 최악의 경우 위성을 제때 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궤도를 3년을 비워두면 사용권을 상실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시일이 많이 지체되면 정말 우리 궤도가 심각한 위협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셋째, 북한이 무궁화 3호 위성을 사용하게 될 경우 생길 문제입니다. ABS가 돈을 받고 북한 위성방송을 송출하게 되면, 이 위성에 맞춰져 있는 국내 위성방송 수신자들은 원치 않게 북한 방송을 수신하게 됩니다. 물론 기술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 하더라도 그 자체가 국내 방송체계를 흔들 수 있는 큰 화근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 미래부는 설마 그런 일까지 벌어지겠냐고 말합니다. 하지만 저는 그런 경우까지 대비하고 협상한 건지 거꾸로 묻고 싶습니다.

● 필리핀으로 관제소 이전…KT는 당했나, 협조했나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KT가 무궁화 위성을 5억3천만이라는 고철 값도 안 되는 가격에 팔아넘겼다는 비난이 일자 KT는 위성 관제는 자신들이 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받을 돈이 200억 원이 넘으니 헐값은 아니라는 얘기였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24일자로 ABS는 바로 관제 계약 해지를 일방적으로 통보했고, 그 다음날인 11월 25일필리핀 수빅에서 무궁화 3호 위성에 대한 관제를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이미 대한민국 대한민국 용인에서 관제를 하고 있는데 어떻게 필리핀 수빅으로 바로 넘어갈 수 있었을까 하는 점입니다. ABS는 KT 에 무궁화 위성을 테스트할게 있으니 용인 관제소를 며칠만 멈춰달라고 요청했다고 합니다. 그리고는 그 사이 위성 제작사인 록히드마틴사를 통해 관제를 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온 나라가 위성 헐값매각으로 시끄러웠을 때 왜 KT는 순순히 테스트 요청에 응했는지 의문이 풀리지 않습니다. 사기를 당한건지, 협조를 해준 건지조차 분명하지 않습니다. 분명한 거는 그 테스트에 응함으로써 현재 KT는 무궁화 위성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게 됐습니다. ABS는 일방적인 계약파기에, 범죄에 가까운 행위를 했는데도 KT는 시종일관 ABS에 저자세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무궁화 위성을 두고 이런 기상천외한 일이 이미 벌어졌는데, 궤도라고해서 제기되는 우려가 현실이 되지 말라는 법이 있을까요?

● '무궁화 위성' 모르쇠 일관하는 미래부

미래부는 궤도문제에 대해서도 보안이라는 이유로 철저하게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합의 사항에 어떤 안전장치가 있느냐고 물어도 다 대비책이 있다는 말만 할뿐,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조차 하지 않고 있습니다. 무궁화 위성 사건에서 미래부는 매각 사실조차 모르다가 뒤늦게 알았습니다. KT가 자신들이 무궁화 위성을 계속 쓰는 것처럼 속여서 주파수를 재할당 신청을 했는데도, 제대로 확인조차 하지 않고 허가를 내줬습니다.

게다가 파푸아뉴기니와 궤도 협상에서도 수세적인 입장에서 그들이 원하는 걸 들어주고야 협상을 마무리했습니다. 미래부가 주파수는 물론 궤도자원조차 제대로 관리하는 것인지 의문이 들기 충분합니다. 문제없이 해결했다는 미래부의 궤도 분쟁 합의안에 어떤 생각하지 못했던 독소조항이 남아 있는건 아닌지, 그로 인해 나중에 대한민국의 궤도자원이 위협받게 되는건 아닌지 걱정이 앞섭니다.

김수형 기자sean@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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