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056514

'아마추어' 기재부? 정규직 해고 대책 과연 실언일까
[取중眞담] 정부고위 인사의 설익은 아이디어, 국민만 멍든다
14.11.25 20:49 l 최종 업데이트 14.11.25 20:49 l 김종철(jcstar21)

[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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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획재정부 고위 관료 입에서 나온 '정규직의 해고 요건 완화' 발언을 두고 논란이 분분하다. 사진은 퇴근하는 직장인들. ⓒ 연합뉴스

"아니, 오히려 그런 이야기들이 (기업들에) 도움이 안돼요. 아마추어도 아니고."

25일 오후 4대 그룹에서 인사를 담당하는 한 임원의 말이다. 그의 입에서 '아마추어'라는 말까지 나왔다. 기획재정부 고위 관료 입에서 나온 '정규직의 해고 요건 완화' 발언을 두고 하는 말이다. 기자가 '그동안 기업이 꾸준히 해오던 이야기 아닌가'라고 묻자, "그러니까 더 문제"라고 답했다. 그 임원의 말을 일단 옮겨본다.

"요즘처럼 기업들이 살얼음을 걷는 적이 없어요. 수출환경도 안 좋고, 내수 분위기도 그렇고. 당연히 실적도 안 좋아서 어쩔 수 없이 구조조정에 나서야 하는 회사들이 나올 수밖에 없어요. 지금 현행법으로도 충분히 (인력) 조정이 가능해요. 근데, 정부가 갑자기 '해고 요건을 완화해 주겠다'고 해버리면, 그렇잖아도 고용이 불안한 노동계가 가만히 있겠어요?"

기업 측 오히려 "아마추어" 힐난

그 임원의 예상은 적중했다. 이찬우 기재부 경제정책국장의 발언이 알려지자마자 양대노총은 거세게 반발했다. 민주노총은 "비정규직 처우개선이라는 사회적 당위를 거부하기 어려워지자 기업 이익을 보장해주려고 아예 정리해고를 자유화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정부가 고용 재앙을 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노총도 분위기는 다르지 않았다. 한국노총도 "정리해고 요건 완화가 사실로 드러나면 전 조직 역량을 걸고 투쟁할 것"이라며 "정권퇴진 운동도 불사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총 한 간부는 "그동안 노동시장 유연화에 대해서 과거 재경부나 기재부 등에서 비슷한 태도를 취해온 것은 맞다"면서도 "그럼에도 핵심 경제부처의  브레인이라는 간부가 기자들 앞에서 대놓고 정리해고 완화라는 말을 하는 것은 처음 본다"고 말했다.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도 당혹스러워하긴 마찬가지다. 공식적인 입장은 '검토한 적 없다'는 것이다. 고용노동부 한 간부는 "아직 구체적인 협의를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비정규직 종합대책은 이미 몇 달 전부터 준비해온 사안"이라며 "기업쪽 이야기도 듣고 있지만, 정규직 해고 요건을 완화하겠다는 내용까지는 논의된 바 없다"고 부인했다.

정부와 기업의 목표물은 대기업 정규직 노조 와해? 

기재부도 일단 한발 물러서는 모습이다. 24일 오후 늦게 해명자료를 언론사에 보냈다. 한마디로 '사실이 아니다'라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노동시장 개혁은 비정규직 차별 해소와 정규직 보호 합리화를 균형있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25일 오후 기재부를 비롯한 고용노동부 등 간부들은 일제히 입을 다물었다. 기업쪽 노무담당 임원들도 "더이상 할 말 없다"거나 "간부의 실언(失言) 아니겠냐"는 식으로 얼버무렸다. 오히려 여론의 향배에 더 관심을 갖는 듯 했다. 노동계쪽에선 오히려 '경계'와 의심의 눈빛이 늘었다.

한국노총의 한 간부는 "기재부가 사실이 아니라고 해놓고, 정규직 보호 합리화를 추진한다고 하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정규직 해고 요건 완화'라는 표현이 '정규직 보호 합리화 추진'으로 바뀐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이미 현행 법으로도 사용자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해고할 수 있는 구조"라며 "정부는 대기업 정규직 노조를 와해하려는 시도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규직 정리해고가 쉬워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 뿐 아니라 노사정위원회의 한 축인 노동계의 강한 반발도 여전하다. 근로기준법의 정리해고 조항을 손대기가 어렵다는 이야기다. 기획재정부의 핵심 간부가 이를 모를 리 없을 것이다. 또 노동계의 반발도 예상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는 용기있게(?) 말했다. 대기업 노무담당 임원의 말대로 '아마추어'인지, 아니면 '프로'인지 곧 드러날 것이다. 문제는 '아마추어'든, '프로'든 국민에게는 둘다 이득이 될 게 없다는 것이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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