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는 대물림된다’고 체념하게 만든 엠비노믹스
[한겨레] 등록 : 20111215 18:59
어제 통계청이 발표한 ‘2011년 사회조사 결과’는 이명박 정부 들어 날로 고단해지는 우리의 삶을 여실히 보여준다. 일평생 노력해도 본인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아질 가능성이 낮다고 생각하는 가구주의 비율이 2009년에 비해 10.7%포인트나 늘어 58.8%에 이르렀다. 열에 여섯이 부가 대물림된다고 체념하고 있다. 사회 양극화에 이어 양극화의 고착화가 심화된 것이다.
더욱이 금융위기에 따른 경기 침체기였던 2009년보다 더 나빠졌다는 것은 심각한 경고등이 켜진 것으로 봐야 한다. 계층이동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는 가구주의 비율 또한 2009년에 비해 6.9%포인트 줄어 28.8%에 머물렀다. 점점 미래의 희망을 잃어가는 가구가 늘고 있는 셈이다.
본인 세대뿐 아니라 다음 세대의 계층이동 가능성도 낮다고 생각하는 가구주가 2009년 30.8%에서 43.0%로 크게 늘어 미래 전망조차 밝지 않다. 가난한 가구는 뭘 해도 가난을 벗어나기 어렵고 부유층은 뭘 해도 일정 수준의 부를 유지한다면 사회의 역동성이 크게 떨어진다. 재능이나 욕구를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막히고 유대가 약화되고 계층 간의 갈등이 심화되는 그런 사회에 미래를 기대하기 어렵다.
소득에 만족한다는 가구주도 2009년보다 줄어든 반면 만족하지 못한다는 가구주는 조금 늘어 인구의 절반에 가까워졌다. 사회경제적 지위를 중간층이라고 생각하는 가구주의 비율은 52.8%로 줄었고, 하층이라고 생각하는 비율은 45.3%로 2.9%포인트 늘었다. 고용안정성에 대해서도 불안하다는 비율이 59.9%에 이르렀다. 50대와 60대 이상은 소득에 대한 불만족 비율이 50%를 넘어 조기퇴직과 노후불안의 험한 세태를 보여줬다.
통계청의 사회조사는 허황되고 잘못된 엠비노믹스의 초라한 성적표다. 대기업과 부자 편을 들어주면 경제가 살아나고 낙수효과로 ‘연평균 7% 성장, 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 세계 7대 경제대국’을 이룰 것이라고 했지만 목표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무너지는 중산층과 갈수록 팍팍해지는 서민들의 삶을 지탱해줄 정책이 필요했지만, 고환율, 감세, 규제완화로 수출 대기업과 부동산·금융 부자들만 위한 정책을 고수해 일부러 격차를 벌린 꼴이 됐다. 이제라도 과감한 복지정책과 공교육을 살리는 정책으로 계층 이동의 희망을 살려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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