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시티 빼앗은 배후? 그분이 아닐까?”
포스코건설 압박 수사 가운데 만난 이정배 전 파이시티 대표… 인허가 과정서 이상득 의원 찾아갔더니 “내가 좀 도와줄 수는 있을 것 같은데, 당신은 뭘 도와줄 수 있냐”
제1055호 2015.03.31  등록 : 2015-03-31 11:28 수정 : 2015-04-01 18:40 

검찰이 포스코건설을 탈탈 털고 있다. 지금까지 드러난 의혹은 몇몇 임원이 수십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것이다. 사실 이번 검찰 수사의 ‘고갱이’는 그 비자금이 어디로 흘러갔느냐다. 정동화 전 포스코건설 부회장, 정준양 전 포스코그룹 회장 등 윗선까지 닿았을지, 또 정치권과도 연결됐을지는 아직 오리무중이다. 포스코그룹이 이명박 정부 실세들과 유착돼 특혜를 안겨줬다는 소문은 지난 6~7년간 파다했다. 검찰 수사를 계기로 그동안 무수히 제기됐던 의혹들도 새삼 고구마줄기처럼 줄줄이 엮여 나오고 있다.

포스코건설 단독 선정 과정서 ‘보이지 않는 힘’

검찰은 이번 수사 과정에서 2012년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을 구속시켰던 ‘파이시티’ 사건 등의 수사기록과 당시 첩보 등도 살펴보고 있다. 파이시티 사건은 서울 강남구 양재동 옛 화물터미널 부지에 복합유통센터를 짓는 개발사업과 관련해 이정배 전 파이시티 대표와 브로커 이동율씨가 2005년부터 최시중 전 위원장, 박영준 전 차관 등에게 각종 인허가 청탁과 함께 뇌물을 건넨 사건을 일컫는다.

이정배 전 파이시티 대표를 서울 강남구 양재동 옛 화물터미널 부지에 있는 사무실에서 만났다. 이 전 대표는 검찰의 포스코건설 수사가 이명박 정권을 향할지에 대해선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여기서도 포스코건설의 이름이 등장한다. 이정배 전 대표는 2010~2011년 대주단(파이시티에 프로젝트파이낸싱 등으로 대출해준 금융사들의 모임)의 주간사인 우리은행이 파이시티 파산 신청을 법원에 내고, 포스코건설이 단독 시공사로 선정되는 일련의 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했다는 의혹을 제기한다. 포스코와 이명박 정부를 둘러싼 또 하나의 풀리지 않은 의문인 셈이다.

지난 3월24일 서울 강남구 양재동 옛 화물터미널 부지에 있는 파이시티 사무실에서 이정배 전 대표를 만났다. 그는 2010년 파이시티 파산 신청이 이뤄질 즈음에 회사 경영권을 박탈당한 것은 물론, 횡령과 배임 혐의 등으로 여러 차례 추가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1심 재판에서 배임 혐의로 징역 5년, 횡령 혐의로는 징역 6년을 선고받았고 현재는 보석으로 풀려난 상태다. 10년 넘게 개발사업이 표류하면서 사무실에는 전기와 수도도 끊겼다. 그런데도 이 전 대표는 거의 매일 양재동으로 출근한다고 했다.

이정배 전 대표는 ‘문제적 인물’이다. 파이시티 인허가 청탁을 위해 로비를 벌였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권력에 이용당한 피해자라고 생각한다. 우리은행과 포스코건설이 짜고서 파이시티를 강탈해갔다고 생각한다. 파이시티와 그를 둘러싼 당시의 여러 정황들이 공교롭긴 하다.

2010년 7월12일, 포스코건설은 양재동 개발사업 시공사로서 우선권을 갖기로 우리은행과 양해각서(MOU)를 작성한다. 열흘 뒤인 7월22일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이 전 대표를 압수수색했다. 8월5일에는 첫 경찰 조사를 받았고, 그 다음날인 8월6일 우리은행은 법원에 파이시티 파산 신청을 낸다. 그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은 그 뒤로도 계속 이어졌다. 그는 2011년 우리은행과 포스코건설 임직원들을 업무방해와 사기 혐의 등으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그러나 2013년 1월 검찰은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포스코건설에 대한 검찰 수사의 또 다른고리가 될 수도 있는 그를 만났다. 대검 중수부가 파이시티 사건을 수사하던 2012년 이후 그가 언론과 공식 인터뷰한 것은 처음이다. 그가 털어놓은 이야기는 100% 진실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주장을 가급적 그대로 싣는다. 포스코와 이명박 정부를 둘러싼 ‘빙산’ 가운데 일부, 실체적 진실에 닿는 징검다리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신 그의 주장에 반박하는 반대쪽의 해명도 함께 싣는다.

우리은행 “겨우 설득해서 데려왔는데…”

검찰이 다시 파이시티 수사기록을 보고 있다는데.

그런 얘길 듣긴 했다. 아직 직접 연락 온 건 없다. 파이시티 사건을 다시 보려는 건지, 수사 기법상 포스코를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려는 건지 알 수 없다.

여전히 우리은행과 포스코건설이 짜고서 파이시티를 강탈해갔다고 생각하나.

2010년 6월 초, 당시 우리은행 ㄱ부장이 나를 불러서 “이팔성 회장과 정준양 포스코 회장이 만나서 파이시티 개발사업과 관련해 해결점이 논의됐다. 앞으로 걱정 안 해도 되겠다”고 말했다. 그 뒤 포스코건설 ㅈ상무한테 전화했더니 “포스코건설은 양재동 사업에 참여할 의사가 없다”고 하더라. 양쪽에 3차례나 거듭 확인했다. 포스코건설이 안 할 것 같기에 나는 8월12일 대출 만기일을 앞두고 급히 다른 건설사를 시공사로 끌어들일 준비를 했다. 그런데 갑자기 우리은행과 포스코건설이 밀약을 맺고는, (파이시티의)파산 신청을 했다. 나중에 들으니 우리은행의 고위 관계자가 청와대 쪽에 경찰 수사를 부탁했다고 하더라. 이후 우리은행은 입찰설명회에서 ‘시공사로 선정되려면 5천억원의 지급보증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가, 포스코건설만은 보증 없이도 참여하게 해줬다.

ㄱ부장(현재 우리은행 퇴사)은 이같은 주장을 모두 부인했다. “이 전 대표에게 이팔성 회장이나 정준양 회장의 이야기를 한 적 없다. 그 사람이 제시하는 녹취록도 다 사기다. 우리은행에서 당시 다른 건설사들을 시공사로 끌어들이려고 했는데도 다 손사래를 쳤다. 그래서 포스코건설을 겨우 설득해서 데려온 것뿐이다. 다른 채권은행들도 있었기 때문에 우리은행 단독으로 파이시티 사업 자체를 어떻게 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었다.” 당시 파이시티 관련 업무를 맡았던 우리은행 ㅅ부장(현재 우리은행 퇴사)도 “파이시티와 관련한 여신은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 취임 전인 2007년 이뤄졌으며, 여신과 관련한 모든 사항은 지주사에 보고하지 않고 시스템상 은행장과 전결 규정에 따라 은행 자체적으로 결정하고 진행한다. 따라서 지주사 회장이 개입할 근거나 명분이 없다”고 밝혔다. 포스코건설 쪽도 “이 전 대표의 일방적 주장으로 사실무근이다. 2010년 우리은행과 MOU를 맺은 것은 대규모 복합개발사업의 통상적인 관행이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파산 신청과 경찰 수사로 궁지에 몰린 이정배 전 대표는 평소 친분이 있던 최시중 전 방통위원장에게 구조 요청을 했다. “토요일 아침 7시, 롯데호텔에서 이동율씨와 셋이 만났다. ‘경찰이 일을 만들어서 하는 것 같습니다’라고 내가 말하니 최시중씨가 권재진 당시 민정수석에게 바로 전화해서 ‘오후에 시간 내서 잠깐 보자’고 하더라.”

그런데도 수사가 끝나지 않고 결국 구속까지 됐다. 최시중 전 위원장이 막을 수 없었던 더 큰 배후가 있었다고 생각하나.

그건 잘 모르겠다. 다만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하명 사건만 전담하는 곳이다. 처음 조사받을 때부터 억지로 상황을 만들어서 나를 껴넣으려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8월5일부터 구속되는 11월25일까지, 아침부터 새벽 2~3시까지 23차례나 강도 높은 수사를 받았다.

배후가 있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이팔성·정준양 두 사람이 아무 관계도 없는 파이시티 사업에 왜 영향을 미쳤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됐다. 그러면 두 사람을 움직일 수 있는 배후가 뭐냐? 그게 그분이 아닐까 하는 거다.

자금수지계획서에 불요자금이 1134억원

그가 생각하는 ‘그분’은 이상득 전 의원이다. 이정배 전 대표는 포스코그룹이 양재동 개발사업을 각별하게 신경 쓰고 있었다고 추측하게 된 일화 하나를 새롭게 털어놨다. “보석으로 풀려난 2011년 7월, 정동화 당시 포스코건설 사장에게 면담 요청을 했다. (정 사장) 대신 ㅇ전무가 나왔는데 내가 3가지 제안을 했다. 포스코건설이 시공 참여를 포기하거나, 한다면 (내가 준비했던) 대우건설과 공동 참여하거나, 단독 참여한다면 나랑 같이 일하자는 거였다.”

파이시티 개발사업이란
한전부지보다 큰 땅, 10년 넘게 사업 보류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는 벌써 10년 넘게 버려져 있는 알짜배기 땅이 있다. 경부고속도로 양재나들목 바로 앞에 있는 9만6천m²의 옛 화물터미널 부지다. 2003년 파산한 진로종합유통으로부터 이 땅을 사들인 (주)파이시티는 2조4천억원을 투자해 쇼핑몰, 물류시설 등을 조성하는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하지만 도시계획시설 용도 변경, 건축 심의 등 각종 인허가 절차가 늦어지고, 2010년 성우종합건설과 대우자동차판매 등 시공사가 워크아웃에 들어가면서 사업은 난항을 겪었다.

시행사인 파이시티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금을 갚지 못하자,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은 파이시티의 파산 신청을 법원에 냈고 2011년 파이시티는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이후 우리은행은 2013년 부지 매각을 추진하고 신세계백화점·롯데마트 등과 손잡은 STS개발컨소시엄과 계약을 맺었지만, 자금 조달 등에 실패하면서 사업 추진은 다시 무산됐다. 법원은 지난해 10월 파이시티에 대해 파산을 선고했다.

10년 이상 부지 개발사업이 표류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부지를 매입할 개발자가 선뜻 나서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지난해 현대자동차그룹에 팔린 강남구 삼성동 한국전력 부지(7만9천m²)보다 덩치가 큰 땅인데다, 지난해 건축 허가가 취소돼 새로운 개발자가 까다로운 인허가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ㅇ전무와 헤어진 뒤 몇 시간 지나지 않아 포스코그룹 비서실에 있는 지인에게서 연락이 왔다. “정동화 사장이 정준양 회장에게 팩스로 이런 내용을 보고했다고 한다. ‘이정배 사장이라는 조폭 같은 사람이 와서 시공사 포기하라고 협박하고 갔다.’ 그렇게 즉시 정준양 회장에게 즉보할 이유가 있었을까? 포스코 회장이 직접 관리할 만큼 중요한 일이었다는 거다.” 이에 대해 포스코건설 쪽은 “시간이 오래돼 팩스 보고 여부는 확인할 수 없다. 이사회 안건 중 특별히 중요한 사안은 그룹 회장에게 보고한다”고 밝혔다.

이번 포스코건설 비자금 수사를 보면서 과거 악연이 떠올랐겠다.

당시에도 이상한 대목이 있긴 했다. 2011년 회생계획 인가를 준비하던 시점이다. 당시 포스코건설이 제시한 ‘자금수지계획서’를 보면, 2011년 4분기에 분양경비 305억원, 제비용 및 수수료 등 119억원, 민원보상비 210억원, 기타 사업비 400억원 등 불요자금이 1134억원이나 첫 분기에 집행하도록 계상돼 있었다.

어떤 목적이었을까.

난 이 사업을 7~8년 이상 주도한 사람이다. 내가 모르는 자금 집행이 있을 수 있나? 민원보상은 이미 끝났는데 왜 나가며, 분양경비는 헐값으로 50% 싸게 넘겼는데 왜 들어가는지 등등 납득이 안 가서 시공사 선정위원회에서 따져물었다. 이런 게 보통 건설사에서 비자금을 만드는 수법이다. 회사에서는 바로 돈을 못 빼내니까, 우회적으로 돈을 빼내가는 방법이다.

이 전 대표는 브로커 이동율씨를 통해 이명박 정부 실세들과 인연을 맺었다. 이동율씨는 경북 포항 출신으로, 이명박 정부 실세들과 두터운 관계를 유지해왔다.

박영준 전 차관의 측근이라는 이동조 제이엔테크 회장과는 만난 적이 없나.

2008년 초였나, 서울 서초동 교대역 뒤쪽에서 이동율씨, 박영준 전 차관, 이동조씨와 한두 번 저녁 식사를 한 기억이 있다. 그때 자기들끼리 이동조씨가 플랜트 사업을 하는데 “이제 (우리가) 힘을 얻어서 (이동조 회장을) 도와서 큰일을 하게 해줄 수 있게 됐다” 등등의 이야기를 하더라. 난 그때만 해도 이동조씨가 누군지 잘 몰랐다(제이엔테크는 2008년 포스코건설의 협력업체로 등록됐고, 그 뒤 연매출이 4배 가까이 급증했다). 2012년 파이시티 검찰 수사 때 “이동조씨랑 친하지 않냐”고 계속 추궁당했다. 그래서 전에 한 번 만났던 기억을 떠올리게 됐다.

MB 정권 향할까? “회의적”

이상득 전 의원과는 안면이 없나.

2004년 12월, 이동율씨 손에 이끌려 (이상득) 국회 의원실로 2번 찾아간 적이 있다. 처음엔 “개발사업자가 왜 나를 찾아오냐”며 돌려보내는 바람에 망신만 당하고 왔다. 그 다음주에 다시 찾아갔다. “인허가를 도와줄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그땐 “내가 좀 도와줄 수는 있을 것 같은데, 내가 도와주면 당신은 나를 뭘 도와줄 수 있냐”고 하더라. (이상득 전 의원에게도 로비자금이 건너갔을지는) 알 수 없다. 난 이동율씨하고만 거래했다. 이씨가 이상득 전 의원과는 그리 친한 느낌은 아니었다. 그 뒤로 최시중, 박영준씨를 차례로 소개받았다.

이 전 대표는 이번 검찰 수사가 다시 이명박 정권을 향할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그런데도 3년 만에 다시 입을 연 까닭은 무엇일까? “내가 잘못한 부분이 있으면 응당 처벌받는 게 맞다. 그런데 그 배경과 본질이 무엇인지는 밝혀서 따졌으면 한다.”

글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사진 김진수기자 jsk@hani.co.kr



Posted by civ2
TAG ,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