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외교 닮은 ‘의료수출 MOU’ 과대포장
등록 :2015-04-01 22:14수정 :2015-04-02 13:59

MB정권 24건중 18건 성과없이 종결
액수까지 거론하며 공치사 ‘김칫국’
박근혜 정부 의료수출도 같은 길

역대 정부는 국외 수출 성과를 내세울 때마다 양해각서(MOU)를 근거로 제시했다. 대표적 사례가 전임 이명박 대통령 재임 기간 ‘자원외교’(자원개발사업) 등과 관련해 발표된 수많은 양해각서다. 이 대통령은 재임 중 국외 순방을 통해 자원외교 관련 양해각서 24건을 체결했으나, 18건이 성과 없이 종료됐다.

양해각서는 당사자 간의 개략적인 합의 내용을 담은 문서로 계약과 달리 법적 구속력이 없다. 그런데도 정부는 양해각서 단계에서 구체적인 액수까지 제시하며 정권의 치적으로 내세우고도, 정작 본계약으로 이어지지 않거나 투자에 실패해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 전형적으로 ‘공’은 내세우고 ‘과’는 감추는 방식이다.

중동 의료수출과 관련해 박근혜 정부가 보인 양태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보건복지부는 31일 ‘한-사우디 특화 제약단지 조성 사업’이 애초보다 후퇴했다는 사실을 보도한 <한겨레> 기사와 관련해 “양해각서는 기업 간 쌍방의 의견을 미리 조율·확인하는 차원에서 ‘상징적으로 이뤄지는 일종의 약속’으로 양해각서 체결 이후에도 양쪽의 이견으로 계약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는 존재”한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양해각서가 (실제) 계약으로 연결이 되지 않은 상황에 대한 (비판) 기사는 양해각서에 대한 이해가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양해각서는 “상징적으로 이뤄지는 일종의 약속”에 불과하니 큰 의미를 부여해선 안 된다는 얘기다. 양해각서에 대한 복지부의 이런 해석은 양해각서 체결을 의료 수출의 주요 성과로 내세운 지금까지의 태도와 사뭇 다르다. 복지부는 지난해 12월2일에 낸 ‘제약산업 육성 5개년 계획 보완조치’ 보고서에서 ‘한-사우디 제약단지 사업’ 양해각서 체결 건을 주요 성과로 발표했다. 양해각서 체결 금액을 수출 계약액과 묶어 “전년 대비 1600억원 규모 증가”라며 이를 “성공 사례”로 꼽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복지부는 “제약 분야에서는 그동안 국외 진출을 위한 양해각서 체결조차 쉽지 않았던 현실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기영 한신대 교수(경제학과)는 “양해각서는 ‘앞으로 잘해봅시다’ 정도의 선언적 의미를 지닌 문서인데, 지금까지 많은 정부가 양해각서 자체를 두고 마치 뭔가 이뤄진 것처럼 홍보하는 잘못된 행태를 보여왔다”며 “이를 담담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대단한 성과로 그대로 받아써온 일부 언론도 반성해야 한다”고 짚었다. 실제로 일부 언론은 지난달 초 박근혜 대통령이 중동 순방에서 맺은 양해각서를 근거로 “1800조 규모 먹거리 시장 교두보 마련”, “중동 비즈니스 외교…후방 효과 ‘수백조원’” 등의 보도를 별다른 검증 없이 내보냈다.

윤태범 방송대 교수(행정학과)는 “좀더 책임있는 정부라면 구속력이 없는 ‘일회성 양해각서’를 남발하며 이를 실제 성과나 실적인 것처럼 과시하기보다 체결 건수는 줄더라도 어느 정도 실제 실행력을 담보하거나 후속 조처가 뒤따를 수 있는 양해각서를 맺는 데 힘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최성진 임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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