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베충'이라고 댓글 달았더니... "합의금 요구"
모욕죄 악용 고소 사건 늘어나, 참여연대 "위헌 소지 커"
15.03.01 14:22 l 최종 업데이트 15.03.01 14:23 l 강민수(cominsoo)
#. 30대 남성 A씨
A씨는 지난해 4월, 세월호 침몰사고 직후 정부의 무능을 질타하는 글을 카메라 관련 정보공유 누리집에 올렸다. 그런데, 한 회원이 나타나 정부를 옹호했다. A씨는 그를 두고 '일간베스트저장소 회원을 뜻하는 일베충'이라는 의미로 '벌레'라고 썼다. A씨 외에도 회원들이 비난의 댓글을 달았다. 그런데 이 회원이 자신을 모욕했다며 77명의 사람을 무더기로 고소했다. 일부 회원들에게는 합의금을 요구하고 있다.
#. 10대 여성 B씨
한 포털의 여성 커뮤니티 '뉴빵' 회원인 B씨. 지난해 '고 노무현 대통령 비하 일베 호두과자업체 관련 기사'를 보고 업체를 비판하는 댓글을 달았다. 그런데, 이 호두과자업체 측이 B씨를 비롯해 모욕죄 혐의로 130여 명을 고소했다. 고등학생인 B씨는 학교에 알려져 불이익을 당할까봐 두려움에 떨고 있다.
늘어나는 '기획성' 모욕죄 고소..."표현의 자유 위축"
▲ '고노무 호두과자'...노무현 대통령을 비하한 것이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 온라인커뮤니티
인터넷이나 SNS에 특정 대상을 비난·조롱하다 수사기관에 고소를 당하거나 합의금을 요구하는 사건이 늘어나고 있다. 사회 통념상 용인되는 수준의 비난인데도 고소가 남발되고 있는 것이다. 고소 뒤 합의금을 요구하는 등 이른바 '모욕죄 조항 악용 기획 사건'이다.
참여연대 공익법센터는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인동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모욕죄 악용 고소사건, 이렇게 대응하세요' 교육 강좌를 열었다. 강좌는 모욕죄로 고소당한 시민들이 경찰 수사와 재판을 받을 경우에 대응하는 방법을 교육했다. 또 A씨, B씨와 같은 집단적인 고소 사례에 대해서는 공동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형법 제311조는 '공연하게 사람을 모욕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를 모욕죄로 규정하고 있다. 모욕죄를 위반한 사람은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받게 된다. 피해자의 고발 없이는 처벌이 불가능한 친고죄(親告罪)다.
최근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학생들을 비유해 '어묵'에 빗대 조롱한 20대가 모욕죄로 구속됐다(관련기사 : 경찰, 세월호 희생자 조롱 '어묵 게시글' 수사). 지난 1월에는 동양화가 김아무개씨가 자신을 비난한 누리꾼 3명을 모욕죄로 고소한 사건에 재판부는 2명에게는 무죄를, 1명에게는 일부 표현에 대해서만 유죄판결을 선고한 바 있다.
"일베 유저들, 모욕 유인 뒤 고소 등 기획 사건 늘어나"
이날 행사를 주관한 박주민 변호사는 "이미 UN인권이사회는 모욕죄와 명예훼손 죄를 형사처벌 규정에서 삭제해야 한다고 권고했다"며 "이 두 조항은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박 변호사는 "특히 일베에서는 일베충으로 자신을 공격하면 고소하자는 선동성 올라오고 있다"면서 "모욕죄 성립 요건인 모멸감이 아닌 의도적인 공격성 고소가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현행 모욕죄 조항이 악용될 수 있을 것이라며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또 참여연대는 모욕죄가 표현의 자유를 위축할 수 있는지 여부를 따져본 뒤 위헌 법률 심판을 신청할 예정이다.
앞서 참여연대는 지난 2012년 9월에 형법의 모욕죄 조항을 폐지하는 형법개정안을 청원했다. 박영선·유승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도 각각 2012년과 2013년에 발의한 바 있지만 관련 법안은 통과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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