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흔적지우는 박근혜, 점점 더 수상하다
[주장] 지금은 비상국면, 도보행진에 나서야
15.04.04 15:23 l 최종 업데이트 15.04.04 17:09 l 박래군(pspd1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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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향소 앞 삭발식하는 유가족 세월호 유가족들이 4일 오전 경기도 안산 합동 분향소 앞에서 특별법 시행령안 폐기와 선체 인양을 촉구하는 도보행진에 앞서 삭발식을 하고 있다. 4·16 세월호 가족협의회는 '선체 인양 공식 결정 때까지 배·보상을 받지 않겠다' 는 입장이다. ⓒ 이희훈

4월 2일 오후, 광화문 광장은 눈물바다였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을 비롯한 피해자들 50여명이 삭발식을 했다. 머리를 깎이는 사람도, 그 모습을 보는 사람도 서럽게 울었다. 엄마, 아빠들의 긴 머리가 싹둑 잘려나가는 모습을 보는 심정은 너무 괴로웠다. 유가족들은 울부짖었다. 우리의 심정을 알아달라는 절규였다. 그들은 배보상 절차를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유가족들은 '정부의 시행령안 철회', '세월호 인양 계획 발표'를 요구하며 광화문 광장에서 '416시간 긴급행동'으로 노숙농성 중이었다. 그런데 정부는 거기에 대한 답은 없고, 4억2천만원에서 8억원 넘는 배보상 기준을 공개하고,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했다. 모든 언론은 정부의 보도자료를 받아 그대로 대서특필했다. 

유가족들은 '능멸' 당했다고 느꼈다. 마치 유가족들을 돈이나 많이 받으려고 생떼를 쓰는 인간들이라는 이미지에 갇히게 되고 말았다. 1년 동안 이들은 정부와 언론에 대해 계속 말해왔다. 다른 것 다 필요없으니 진실을 알려달라고, 세월호에서 왜 아이들이, 가족들이 죽어갔는지 알아야겠다고 말해왔다. 그런데도 여전히 다시 돈으로 모든 것을 덮어버리려고 했다.

세월호 지우기 전격 작전

지금의 이 상황을 간단하게 정리해보자. '4.16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이하 특별조사위)가 시행령안을 작성해서 정부에 보낸 게 2월 17일이었다. 3월 초 위원장과 위원들이 임명장을 받았지만 시행령이 마련되지 않아서 손발이 없어 활동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었으므로 정부가 하루 빨리 시행령을 제정해 줄 것을 수없이 요청했다. 이에 대해 묵묵부답이었던 정부가 3월 27일 시행령안을 10일 간의 의견수렴 기간을 명시하여 입법예고했다. 세월호 참사 1년이 되기 전인 4월 14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할 것을 예고한 것이기도 했다. 그리고 세월호는 인양할 듯 말듯 언론에 떠보기식 흘리기를 했다. 

정부의 시행령안은 이석태 특별조사위 위원장이 밝혔듯이 "세월호 진상조사가 불가능한" 그런 시행령안이었다. 정부의 조사만을 검토하고, 안전대책도 해상교통사고에 관해서만 하도록 하고, 고위 공무원이 조사업무까지 장악하여 위원장과 위원들이 허수아비가 되는 내용이었다. 인원을 축소한 것도 문제인데 모든 직급에서 공무원들이 민간에서 채용하는 조사관들을 지휘하도록 하는 내용이었다. 파견되는 공무원도 조사대상인 해경이 포함된 국민안전처와 해수부 직원들이 가장 많았으니 독립적인 조사가 될 리가 없다. 

국회에서 통과된 특별법을 무력화하는 위헌적인 시행령안을 정부는 관철시키겠다는 게 아닌가. 이런 상황을 맞아 다가오는 4월을 보며 아픈 마음을 겨우 진정하고 있던 유가족과 피해자들이 나섰다. 이들은 정부가 진상규명을 못하도록 시행령을 제정하려 한다고 판단했다. 광화문에서 416시간 긴급행동으로 노숙농성을 한 배경이다. 

그런데 정부는 한 술 더 떠서 배보상 문제를 급작스럽게 꺼내 들었다. 국무총리 산하의 배보상 심의위원회가 첫 회의를 연 것은 3월 31일이었는데, 여기서 배보상에서 가장 중요한 기준을 정해 버렸다. 어처구니없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을 비롯한 피해자들에게 돈을 줄 테니 이제 그만 해라, 진상규명도 기대할 것 없다는 신호였다. 4월 1일 언론에는 안산 단원고 학생들의 경우 4억2천만원에서 8억원까지 배보상금을 받게 된다고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사실 그 내용으로 보면 어떤 것도 명확한 것이 없이 추정치만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심지어는 여행자보험에서 보상받는 것까지 포함하여 액수를 한껏 부풀렸다. 이제 유가족들은 돈이나 더 달라는 떼쟁이로밖에 인식될 수 없는 그런 프레임이었다. 

이런 전격적인 작전은 결국 세월호 참사 1년을 앞두고 '세월호 참사 지우기'가 목표임이 분명히 드러났다. 입체적 군사작전 하듯이 4월 14일에 모든 것을 끝내겠다는 복심의 표현이었다. 그럼 이 상황은 누가 주도하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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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욱 엄마 "진실 위해 삭발쯤이야" 세월호 참사 희생자 이재욱 학생의 어머니 홍영미 씨(가운데)가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세월호 농성장에서 정부가 발표한 배상·보상안에 반대하며 삭발하고 있다. ⓒ 유성호

정부는 무엇이 두려울까?

이런 상황을 세월호 참사의 주무부서인 해수부가 주도하고 있다고는 볼 수 없다. 청와대의 복심이 작용하고 있고, 구체적인 부분까지 지휘하고 있다. 그런 단서는 대통령이 임명한 3인방 정무특보나 이완구 국무총리, 유기준 해수부 장관 아래 김영석 차관으로 이어지는 라인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주호영 정무특보는 지난해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을 지냈던 인물이고, 세월호 참사의 의미를 "해상교통사고"로 맞추려던 이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하면 사법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라며 특별법의 내용을 지금의 특별법으로 축소되는 데 기여했다. 김재원 정부특보는 말해 무엇하랴.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 시절 그는 청와대와 핫라인을 자랑했다. 청와대의 복심은 가장 먼저 그에게 전달되고, 그는 그 가이드라인대로 움직였다. 이완구 국무총리는 원내대표를 맡아서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을 만드는 것보다 지원특별법을 우선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던 인물이었다. 김영석 차관은 청와대 해양수산비서관이었다가 해수부차관으로 옮겼다. 심지어는 새누리당에서 세월호 문제를 전담하던 전문위원도 김 차관 밑에 두었다. 

즉 이 정부는 청와대에서부터 내각까지 세월호 대응 체계를 치밀하게 짜놓았다. 이들이 하는 일은 무엇일까? 성역을 보호하는 일일 것이다. 특별조사위가 독립적인 기관으로 활동을 하는 것을 막는 일, 세월호를 국민들 머릿속에서 지우는 일에 대한 특별한 임무를 띤 이들이 배치되었고, 아마도 이들에 의해서 이번 전격 작전계획이 수립되었을 것이다. 

그만큼 정부는 특별조사위의 활동이 두려울 것이다. 아직 그 실체가 무엇인지 모르지만 정부는 보호해야 할 비밀의 성이 너무 많다고 보는 것 같다. 청와대를 향할 칼끝을 무디게 해야 할 필요성이 있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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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정 품에 안고 시작하는 도보행진 세월호 유가족들이 4일 오전 경기도 안산 합동 분향소에서 출발해 서울 광화문광장까지 향하는 특별법 시행령안 폐기와 선체 인양을 촉구하는 도보행진을 시작하고 있다. ⓒ 이희훈

우리가 할 일은 이것

지금은 매우 비상한 국면이다. 세월호 참사를 겪은 이후 우리 사회는 세월호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공감대가 광범위하게 형성되었다. 그런 공감대가 매우 힘든 국면에서도 특별법 제정 운동으로 분출되었고, 미흡하지만 독립적인 조사활동을 할 수 있는 특별법 제정으로 귀결되었다. 그런데 이제 정부가 나서서 노골적으로 진상규명을 않겠다는 의지를 선언한 이 국면을 극복하지 못하면 세월호 참사는 영영 진상조사도 착수하지 못할 수도 있다. 

진실이 밝혀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정부에 맞서는 국민들의 저항을 유가족과 피해자들은 비상식적인 배보상 절차를 중단하라며 삭발식을 단행하는 것으로 표현했다. 이 유가족들의 결단을 이어받아야 한다. 

그래서 세월호 피해자들의 단일조직인 4.16가족협의회와 피해자들이 중심이 되고 시민사회가 결합하고, 전국의 자발적인 시민모임들이 합쳐진 4.16연대(4월16일의 약속 국민연대)는 4월 4일과 5일, 1박2일 일정으로 안산에서 광화문까지 도보행진 중이다. 유가족들은 아이들의 영정을 안고 상복으로 참여했다. 그리고 이어서 4월 11일, 4월 18일 등 주말마다 대규모 집중집회와 행진으로 청와대를 압박할 것이다(자세한 일정은 4.16연대 홈페이지를 참조 http://416act.net/). 

그리고 4월 6일까지 해수부에 지금의 시행령안에 반대하는 입장이 봇물 터지듯 접수되어야 한다. 지난해 특별법 제정운동에 6백만 명이 참여한 것처럼 수많은 국민들이 한 목소리로 진상규명 포기하는 시행령안을 폐기하고, 특별조사위 원안을 수용할 것을 요구해야 한다. 

도보행진과 의견제출 운동이 성공하면 돌부처처럼 돌아앉아있는 정부를 돌려세울 수 있다. 이런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정치적으로 매우 불리하다는 인식을 저들에게 줄 때만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은 다시 길을 갈 수 있다. 

먼저 유가족들의 영정보도행진에 동참하자. 서울로 올라오면서 길을 가득 메우는 사람들의 행렬을 보고 싶다. 그래야 4월 16일을 기억하자는 우리의 운동은 더 멀리 갈 수 있고, 끝까지 잊지 않겠다는 우리의 약속을 지키게 된다. 지금 시작하지 않으면 영영 우리는 세월호를 벗어날 수 없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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