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영정 품은 세월호 유가족, 눈물의 거리행진
1천2백명 행진참가자 “진상규명 위해 정부시행령 폐기, 선체 인양” 촉구
옥기원 기자 ok@vop.co.kr 최종업데이트 2015-04-04 22:07:37 

4일 경기도 안산시 화랑유원지에 마련된 세월호 참사 합동 분향소에서 유가족들이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 폐기와 온전한 선체 인양을 촉구를 위한 거리행진을 진행했다.
4일 경기도 안산시 화랑유원지에 마련된 세월호 참사 합동 분향소에서 유가족들이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 폐기와 온전한 선체 인양을 촉구를 위한 거리행진을 진행했다.ⓒ정의철 기자

상복을 입고 영정을 끌어안은 세월호 유가족 250여명이 거리행진에 나섰다. 시민 1천여명은 이들의 뒤를 따르며 ‘세월호 진상규명’과 ‘선체 인양’을 촉구했다. 행진 참가자들은 “세월호 참사 1년이 다 되어가지만 달라진 게 아무것도 없다”며 “진상규명이 이뤄질 때까지 끝까지 싸우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세월호 참사 1주기를 10여일 앞둔 4일 오전 8시 30분께 경기도 안산 정부 합동분향소, 유가족들은 거리행진에 앞서 분향소 안에 안치된 희생자들 영정 앞에 섰다. 국화꽃을 영정 앞에 헌화한 유가족들은 고개를 떨궜다. 장례지도사로부터 영정사진을 받아 든 가족들은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참사 이후 분향소에 안치된 영정을 꺼내 든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가족들은 작년 5월 영정을 들고 세월호 참사를 교통사고에 비유한 KBS 보도국장에 항의 시위를 한 바 있다.

세월호 희생자 단원고 2학년 5반 고 김완준 군 어머니 한해영(49)씨는 “(세상을 떠난) 하나뿐인 외동아들에게 용서받지 못할 죄를 지었다”고 울먹였다. 그는 “하늘에서 슬퍼하고 있을 우리 아들의 영정사진을 다시 꺼내 들어야 하는 현실이 힘들다. 아들이 왜 죽었는지도 밝혀내지 못한 부모가 염치없이 영정사진을 앞세워 행진하려 한다. 진실을 밝히려는 유가족들의 마음이 전해지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한 씨는 행진 내내 아들 영정사진이 다칠까봐 가슴에 꼭 끌어안고 행진을 이어갔다.

4일 경기도 안산시 화랑유원지에 마련된 세월호 참사 합동 분향소에서 유가족들이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 폐기와 온전한 선체 인양을 촉구를 위한 도보 행진을 하기 전 영정 사진을 받아 들고 있다.
4일 경기도 안산시 화랑유원지에 마련된 세월호 참사 합동 분향소에서 유가족들이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 폐기와 온전한 선체 인양을 촉구를 위한 도보 행진을 하기 전 영정 사진을 받아 들고 있다.ⓒ정의철 기자

4일 경기도 안산시 화랑유원지에 마련된 세월호 참사 합동 분향소에서 유가족들이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 폐기와 온전한 선체 인양을 촉구를 위한 도보 행진을 하기 전 영정 사진을 어루 만지고 있다.
4일 경기도 안산시 화랑유원지에 마련된 세월호 참사 합동 분향소에서 유가족들이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 폐기와 온전한 선체 인양을 촉구를 위한 도보 행진을 하기 전 영정 사진을 어루 만지고 있다.ⓒ정의철 기자

유가족들의 행진 직전 진상규명의 결의를 담아 삭발식을 진행하기도 했다. 지난 2일 세월호 희생자 가족 52명이 삭발을 한데 이어 이날은 17명 가족이 삭발식에 참여했다.

고 강승묵 군 어머니 은인수(45)씨는 삭발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아이들을 위해 뭐든지 다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은 씨는 “아들을 잃고 병상에 누워 있어서 함께 하지 못했는데 이렇게 삭발을 하고, 행진에 참여할 수 있어 마음이 편해졌다”며 “힘이 닿는 데까지 다른 가족들과 함께 진상규명을 위해 힘을 모을 것”이라고 말했다. 은 씨는 지난 2일 먼저 삭발한 남편 강병길(49)씨의 손을 꼭 붙잡고 거리를 행진했다. ‘삼일슈퍼 승묵이’로 잘 알려진 고 강승묵 군은 참사 직후 가족이 운영하던 슈퍼 셔터에 그의 무사귀환을 바라는 형형색색의 쪽지가 붙어 화제가 됐던 인물이다.

4일 경기도 안산시 화랑유원지에 마련된 세월호 참사 합동 분향소에서 유가족들이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 폐기와 온전한 선체 인양을 촉구를 위한 도보 행진을 하기 전 삭발을 하고 있다.
4일 경기도 안산시 화랑유원지에 마련된 세월호 참사 합동 분향소에서 유가족들이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 폐기와 온전한 선체 인양을 촉구를 위한 도보 행진을 하기 전 삭발을 하고 있다.ⓒ정의철 기자

4일 경기도 안산시 화랑유원지에 마련된 세월호 참사 합동 분향소에서 유가족들이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 폐기와 온전한 선체 인양을 촉구를 위한 도보 행진을 하기 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4일 경기도 안산시 화랑유원지에 마련된 세월호 참사 합동 분향소에서 유가족들이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 폐기와 온전한 선체 인양을 촉구를 위한 도보 행진을 하기 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정의철 기자

합동분향소를 출발한 행진 행렬은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길게 늘어섰다. 삭발한 머리에 상복을 입고, 영정사진을 든 유가족 행진 대열 선두에 섰다. 그 뒤를 노란 풍선과 ‘특별법 정부 시행령 폐기’ 등의 피켓을 든 1천여명의 시민들이 따랐다. 영정사진을 대신해 희생자의 생전 사진과 유품 등이 담긴 사진을 든 행진 참가자도 있었다.

안산에 거주하는 이모(27)씨는 “힘겹게 싸우고 있는 가족들과 ‘끝까지 함께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이 자리에 나왔다”라고 말했다. 그는 “세월호 참사로 같은 성당에 다니던 학생 5명이 세상을 떠났다”며 “내 동생 같은 아이들의 억울한 죽음의 진실을 밝히는 데 힘을 보태겠다고 약속했고, 끝까지 그 약속을 지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유가족은 세월호 진상규명을 통한 안전사회 건설을 위해 올바른 특별법만을 요구해왔다”면서 “유가족이 영정사진을 앞세워 행진하는 것을 두고 ‘아이들을 볼모로 감성팔이를 하지 마라’는 비판보다는 유가족이 진정으로 원하는 (진상규명) 참뜻을 잘 헤아릴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4일 경기도 안산시 화랑유원지에 마련된 세월호 참사 합동 분향소에서 광화문 농성장까지 유가족들이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 폐기와 온전한 선체 인양을 촉구를 위한 도보 행진을 하고 있다.
4일 경기도 안산시 화랑유원지에 마련된 세월호 참사 합동 분향소에서 광화문 농성장까지 유가족들이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 폐기와 온전한 선체 인양을 촉구를 위한 도보 행진을 하고 있다.ⓒ정의철 기자

4일 경기도 안산시 화랑유원지에 마련된 세월호 참사 합동 분향소에서 유가족들이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 폐기와 온전한 선체 인양을 촉구를 위한 도보 행진을 하고 있다.
4일 경기도 안산시 화랑유원지에 마련된 세월호 참사 합동 분향소에서 유가족들이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 폐기와 온전한 선체 인양을 촉구를 위한 도보 행진을 하고 있다.ⓒ정의철 기자

희생자들이 생전에 공부했던 안산 단원고등학교를 지날 때 행진 참가자들은 잠시 멈춰서 희생자들 넋을 기리기 위한 묵념을 진행했다. 일부 유가족들은 학교 건물을 바라보지 못하고 뒤돌아서서 눈물을 훔쳤다. 또 단원고 학생 수십명의 유골이 안치된 안산 하늘공원을 지날 때 유가족들은 공원을 향해 손을 흔들며 “미안해. 엄마·아빠가 진실을 밝혀줄게. 사랑해.”라고 외쳤다.

단원고 2학년 4반 임경빈 군의 어머니 전인숙(44)씨는 아들 학생증과 친구의 학생증을 목에 걸고, 또 다른 친구 영정 사진을 가슴에 품은 채 행진했다. 다리를 다쳐 행진에 참석하지 못한 다른 유가족과 내일 합류하게 될 가족을 대신해서 학생증과 영정을 가져가고 있다고 전 씨는 설명했다. 그는 “600만명 국민이 올바른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해 서명했고, 곳곳에서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면서 “정부는 유가족과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행진 도중 길을 지나는 시민들을 향해 “진상규명 방해하는 정부 시행령 폐기하라”, “세월호를 인양하라”, “죽음 앞에 돈 흔드는 정치권은 각성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오후 들어 하늘에서 조금씩 빗방울이 떨어졌다. 영정 사진의 얼굴 쪽을 가슴에 묻고, 우비 등으로 영정을 가리는 가족들의 모습도 보였다.

유가족들은 오후 8시께 첫날 행진 최종 목적지인 경기도 광명 장애인종합복지관에 도착했다. 행진단은 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하루를 묵고, 내일(5일) 오전 10시 2일차 행진을 시작한다. 유가족들은 행진 둘째 날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 도착해 5시 열리는 국민 촛불문화제에 참석한다.

4일 경기도 안산시 화랑유원지에 마련된 세월호 참사 합동 분향소에 실종자 영정 앞에는 위패조차 모시지 못하고 있다.
4일 경기도 안산시 화랑유원지에 마련된 세월호 참사 합동 분향소에 실종자 영정 앞에는 위패조차 모시지 못하고 있다.ⓒ정의철 기자

4일 경기도 안산시 화랑유원지에 마련된 세월호 참사 합동 분향소에서 유가족들이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 폐기와 온전한 선체 인양을 촉구를 위한 도보 행진을 하기 전 영정 사진을 어루만지고 있다.
4일 경기도 안산시 화랑유원지에 마련된 세월호 참사 합동 분향소에서 유가족들이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 폐기와 온전한 선체 인양을 촉구를 위한 도보 행진을 하기 전 영정 사진을 어루만지고 있다.ⓒ정의철 기자

경기도 안산시 화랑유원지에 마련된 세월호 참사 합동 분향소에서 유가족들이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 폐기와 온전한 선체 인양을 촉구를 위한 도보 행진을 시작한 4일 단원고 2학년 교실이 주인을 잃은채 남아 있다.
경기도 안산시 화랑유원지에 마련된 세월호 참사 합동 분향소에서 유가족들이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 폐기와 온전한 선체 인양을 촉구를 위한 도보 행진을 시작한 4일 단원고 2학년 교실이 주인을 잃은채 남아 있다.ⓒ정의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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