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시행령 폐기하라, 11일 청와대로 갈 것”
1박2일 도보행진 마친 세월호 유가족...광화문 광장서 5천명 모여 문화제 개최
정웅재 기자 jmy94@vop.co.kr 최종업데이트 2015-04-05 21:00:11

도보행진을 마친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진상규명과 온전한 인양을 촉구하는 촛불문화제에서 시민들과 함께 구호를 외치고 있다.
도보행진을 마친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진상규명과 온전한 인양을 촉구하는 촛불문화제에서 시민들과 함께 구호를 외치고 있다.ⓒ양지웅 기자

"쓰레기 시행령을 즉각 폐기하라."

세월호 유가족들이 '진상규명을 막는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안 폐기'와 '세월호의 온전한 인양'을 촉구하며 안산에서부터 광화문광장까지 1박2일 도보행진을 했다.

유가족 250명은 하얀 소복을 입고 자식의 영정 사진을 들고 행진을 했다. 흐리고 부슬부슬 비가 내리는 날씨에 자식이 비라도 맞을까, 영정 사진을 비닐로 꽁꽁 감쌌다. 그 비닐 위로 빗물이 떨어지자 손으로 영정 사진 속 자식의 얼굴을 훔쳤다.

독립성 훼손, 진상규명 발 묶는 정부의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에 반발
세월호 유가족 70명 삭발, 소복 입고 영정사진 들고 1박2일 도보행진

정부가 지난달 27일 세월호특별조사위원회의 독립성을 훼손하고 진상규명의 범위를 축소한, 사실상 세월호 진상규명을 무력화 시키려는 듯한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안)을 입법예고했다.

유가족들은 시행령안을 즉각 폐기하라면서 반발했다. 진상규명을 위한 세월호특별조사위원회는 아직도 제대로 가동도 되지 못하고 있고 9명의 실종자들이 가족품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데 정부가 일방적으로 배보상 기준 등을 밝힌 것도 유족들의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 관련기사:[이슈탐구] 정부의 세월호 특조위 '해체 수준' 시행령, 무엇이 문제인가?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진상규명과 온전한 인양을 촉구하는 촛불문화제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진상규명과 온전한 인양을 촉구하는 촛불문화제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양지웅 기자

도보순례를 마친 세월호 참사 유가족이 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진상규명과 온전한 인양을 촉구하는 촛불문화제에서 영정을 안은 채 눈물을 훔치고 있다.
도보순례를 마친 세월호 참사 유가족이 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진상규명과 온전한 인양을 촉구하는 촛불문화제에서 영정을 안은 채 눈물을 훔치고 있다.ⓒ양지웅 기자

결국 세월호 유가족들은 삭발을 하고(1차 52명, 2차 18명) 안산 세월호 합동 분향소에서 자식 영정을 찾아서 품에 들고 또 다시 거리로 나섰다. 세월호 참사가 나고 지난 1년여 동안 단식을 하고, 청와대 앞에서 노숙농성을 하고, 거리에서 눈물을 쏟으며 보낸 이들이다.

그 마음이 얼마나 문드러졌을지, 그 슬픔, 분노는 가늠할 수도 없다. 1박2일 도보행진 코스의 절반을 넘어선 여의도 문화마당에서 단원고 희생자 2학년 4반 고 최성호 군의 아버지 최경덕 씨에게 말을 붙였다. 다리에 쥐가 나서 절뚝거리며 걷던 그는 오히려 기자에게 반문을 했다. "이제 뭘 할까요? 이래도 안 되면 제가 분신이라도 할까요? 좀 가르쳐 주세요." 더 이상 무슨 말을 할 수 없었다.

유가족들이 가슴에 품은 자식 사진의 영정에 노란 띠가 둘러져 있었다. 그 띠에는 '실종자가 돌아올 때까지 진실이 규명될때까지 우리는 멈추지 않는다'라고 적혀 있었다. 스스로 묻고 스스로 답을 하는 듯 했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5일 오후 서울 서대문역 앞에서 세월호 진상규명과 온전한 인양을 촉구하며 광화문광장을 향해 영정 도보행진을 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5일 오후 서울 서대문역 앞에서 세월호 진상규명과 온전한 인양을 촉구하며 광화문광장을 향해 영정 도보행진을 하고 있다.ⓒ양지웅 기자

세월호 진상규명과 온전한 인양을 촉구하며 도보순례에 나선 세월호 참사 유가족이 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 들어서며 시민들의 박수를 받고 있다.
세월호 진상규명과 온전한 인양을 촉구하며 도보순례에 나선 세월호 참사 유가족이 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 들어서며 시민들의 박수를 받고 있다.ⓒ양지웅 기자

세월호를 잊지 않고 있는 시민들 
도보행진 시민행렬 1천여명에서 2천여명으로 불어나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정부와 새누리당은 마치 세월호 진상규명을 바라지 않는 듯, 막으려는 듯 행동하고 있지만 지난 1년 동안 세월호를 잊지 않고 있는 시민들이 있다.

4일 안산에서 출발할 때 1천여명이던 시민행렬은 5일 여의도 문화마당에서 유가족들이 점심을 먹고 광화문 광장을 향해 출발할 때는 2천여명으로 늘어났다. 여의도 문화마당에서 광화문 광장까지 유가족들과 함께 걷기 위해 찾아온 시민들이 그만큼 있었던 것이다.

7살 아들과 함께 나온 최유정 씨(40)도 그런 시민들 중 한 명이었다. 최 씨는 "세월호 참사는 남의 일 같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서 전에도 촛불문화제 등에 참석해왔다"라며 "세월호의 진실이 꼭 규명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1학년, 중학교 1학년 자녀를 둔 채유미 씨(46)는 "나는 대학 다닐때 데모 한 번 참석해 보지 않은 평범한 가정주부다. 그런데 집에서 가만히 있는 게 힘들어서 지난 1월부터 (집 근처) 노원역에서 1인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라며 "하루 빨리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제대로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도보행진을 함께 한 채 씨는 '감추려는 자가 범인이다'라고 쓴 피켓을 손에 들고 있었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5일 오후 서울 서대문역 앞에서 세월호 진상규명과 온전한 인양을 촉구하며 광화문광장을 향해 영정 도보행진을 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5일 오후 서울 서대문역 앞에서 세월호 진상규명과 온전한 인양을 촉구하며 광화문광장을 향해 영정 도보행진을 하고 있다.ⓒ양지웅 기자

"안전한 대한민국을 위해 국민들께서 끝까지 함께 해달라"

세월호 유가족들이 광화문 광장에 들어서자 광장에서 기다리던 시민들 일부는 유가족들을 향해 박수를 보냈다. 어떤 이는 "어머님 아버님 힘내십시오"라고 크게 외쳤다.

세월호 유가족, 그리고 행진을 함께 한 시민 등 5천여 명(주최측 추산)이 오후 5시 문화제를 진행했다.

전명선 4.16가족협의회 대표는 "진상규명을 통한 안전사회를 만들자는 것이 저희 목소리다. 그 전에 실종자들의 완전 수습을 대통령도 약속했는데 지키지 않아서 이 자리에 오게 됐다"라며 "국민의 안전을 지키지 못하는 대한민국을 저희가 바꿔야 한다. 국민여러분께서 저희와 끝까지 함께 해달라"고 당부했다.

함세웅 신부는 세월호 특별법의 문제를 지적했다. 함 신부는 "범죄자로 지목되는 해양수산부가 조사 책임관이 될 수 있는가. 사실 해수부도 하수기관이고 청와대가 주범이고 박정희 딸, 그 사람이 주범이다. 과거 반민특위는 물리적으로 해산했는데 지금은 교묘한 방법으로 돈으로, 시행령으로 (해산)하려고 하고 있다. 이런 것을 되새기면서 정말 깨어있어야 하겠다. 가족을 잃은 유족의 마음으로 나서고 행동해서 시행령을 폐기하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김포에서 6살 아이를 키우고 있다고 밝힌 안승혜 씨는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이 사회에서 살아가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안전한 사회를 위해 싸우는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많은 빚을 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더 많은 빚을 지지 않기 위해서 함께 싸우겠다는 마음에서 어제 오늘 함께 걸었다"라며 "시행령을 폐기하기 위해 함께 싸우겠다"고 말했다.

도보행진을 마친 세월호 참사 유가족이 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진상규명과 온전한 인양을 촉구하는 촛불문화제에서 딸의 영정을 어루만지고 있다.
도보행진을 마친 세월호 참사 유가족이 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진상규명과 온전한 인양을 촉구하는 촛불문화제에서 딸의 영정을 어루만지고 있다.ⓒ양지웅 기자

도보순례를 마친 세월호 참사 유가족이 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진상규명과 온전한 인양을 촉구하는 촛불문화제에서 영정을 손으로 어루만지고 있다.
도보순례를 마친 세월호 참사 유가족이 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진상규명과 온전한 인양을 촉구하는 촛불문화제에서 영정을 손으로 어루만지고 있다.ⓒ양지웅 기자

"11일에는 청와대로 대통령에게 답을 들으러 갈 것
더 많은 시민들이 함께 해 달라"

단원고 2학년 2반 실종자 허다윤 양의 아버지 허흥환 씨는 삭발한 머리로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아직 세월호에 사람이 있다. 아직 세월호에는 9명의 가족이 있다. 그들은 외친다. 꺼내달라고. 그들은 외친다. 인양해달라고. 그들은 또 외친다. 밝혀달라고. 355일째 이게 뭐냐? 가족들을 영정 사진을 들고 밖으로 내 몬...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십니까"라고 말했다. 허 씨는 "국민여러분 도와주십시오. 국민여러분 끝까지 함께 해주십시오"라고 당부했다.

박진 세월호국민대책회의 공동운영위원장도 삭발한 머리로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유가족들이 외롭지 않게 광장을 메워주신 시민 여러분 감사합니다"라며 "국민이 만든 4.16 특별법을 정부가 그깟 시행령으로 침몰시키려 하고 있다. 이 정부가 나서서 진실을 은폐하려고 하고 세월호를 인양하라고 했더니 돈을 들먹이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시행령을 폐기하라", "세월호를 인양하라", "실종자를 구출하라"고 구호를 외쳤다.

세월호 유가족들과 시민들은 서로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위로하는 뜻에서 포옹을 하고 문화제를 마쳤다. 유경근 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내일 가족들이 세종시 해양수산부에 가서 시행령 폐기에 대한 답을 요구할 것이다. 답을 못 들으면 다음주 토요일인 11일에는 대통령에게 답을 들으러 청와대에 갈 것"이라며 "오늘은 5천명이 나오셨는데 11일에는 5만명의 시민들이 모여 달라. 대통령에게 분명하게 답을 들어야 겠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진상규명과 온전한 인양을 촉구하는 촛불문화제를 마치며 함께 한 시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진상규명과 온전한 인양을 촉구하는 촛불문화제를 마치며 함께 한 시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양지웅 기자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진상규명과 온전한 인양을 촉구하는 촛불문화제를 마친 뒤 시민들의 박수를 받으며 안산으로 가는 버스로 향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진상규명과 온전한 인양을 촉구하는 촛불문화제를 마친 뒤 시민들의 박수를 받으며 안산으로 가는 버스로 향하고 있다.ⓒ양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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