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 죽은 염소까지... 금강, 어쩌다 여기까지
[10만인리포트-김종술, 금강에 산다] 시멘트 보수공사 논란... 조류와의 사투도 계속
김종술 기자 | 15.04.08 20:06
 
▲ 공주보 사석보호공 세굴로 수중에 시멘트를 쏟아 부으면서 수문이 열리고 하얀 거품과 함께 엉겨 붙은 거품이 뭉치고 있다. ⓒ 김종술

풍덩! 첨벙~첨벙~

충남 공주에 위치한 공주보 보수 공사 현장. 털털거리던 공기 주입기에 노란 호스가 연결되어 있다. 호스를 길게 늘어트리며 줄잡이 옆으로 선 다이버들이 보인다. 잠수부는 허리에 무거운 납덩어리를 매달고 호스 하나에 생명을 의지한 채 물속으로 뛰어든다. 물 속에 뛰어든 잠수부는 머리를 처박고 오리발을 힘껏 차나갔다. 시멘트 투입 차량과 연결된 호스를 물속에 설치하기 위해서다.보글보글 물 속에서 잠수부가 내뿜는 공기가 치솟았다.

▲ 보 누수와 세굴현상에 시달리는 공주보, 공사를 위해 잠수부가 물속으로 뛰어들고 있다. ⓒ 김종술

그 시각, 거대한 팔을 길게 늘어트린 시멘트 투입 차량에서 '빵' 하는 클랙슨 소리가 울렸다. 대기하던 두 대의 레미콘 차량이 시멘트를 줄줄 부었다. 마치 죽이 흘러내리는 것 같았다. 물 위에 떠있던 노란 부표가 흔들거리며 요동을 쳤다. 그러더니 뽀얀 거품이 물 위로 용솟음치면서 주변은 흙탕물로 물들였다. 지난 3월 23일부터 현재까지 매일 반복되는 공주보 보수 공사 광경이다.

지난 3일, 충남 공주에 13mm 정도의 비가 내렸다. 콘크리트 고정보에 설치된 작은 수문이 열리면서 쏟아져 내린 물방울은 하얀 거품을 만들었다. 평상시 수문을 열릴 때 발생하는 물거품과는 사뭇 달랐다. 지난 3월 23일부터 10여 일 이상 쏟아 부은 시멘트 때문인지, 군데군데 엉겨 붙은 것처럼 거품이 뭉쳐 있다.

시멘트를 붓는 보수공사가 수질에 악영향을 미치지는 않을까. 전문가들은 시멘트 타설 공법이 수질을 악화시킨다고 지적한다. (관련기사 : 공주보 시멘트 타설 계속... 오염물질 하류로 흘러가)

수질변화를 관측하기 위해 한국수자원공사(아래 수공)에 수질모니터링(pH 전기전도도) 등 계측자료의 일부 항목을 요청했다. 현장에서 만난 수공 담당자는 "수문을 열어서 발생하는 거품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으며, 자료 공개는 시공사(SK건설)가 하기 때문에 공식 요청이 아니면 줄 수 없다"고 했다. pH 농도가 높아서 자료를 공개하지 못하는 거냐고 물었지만, "안전한 상태이며, 정상이다"는 답만 되풀이했다.  

계속되는 보수공사... 애물단지 공주보?

▲ (아래)시멘트 주입기를 이용하여 강물 속에 시멘트를 투입하고 있다. 거품이 일면서 주변이 흙탕물로 변했다. (위) 콘크리트 고정보 수문이 열리면서 거품이 엉겨 붙어 뭉치고 있다. ⓒ 김종술

공주보는 준공 직후부터 보수공사에 시달린 애물 덩어리다. 지난해 국무총리실 조사단 역시 보 누수 등의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보 보수공사의 경우, 가물막이를 설치하고 육상에서 사석을 채우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공주보 보수공사는 수중에 시멘트를 타설하는 방식이다. 수공은 왜 이런 방식을 택했는지 명확하게 설명하지 않았다. 그저 함안보에서 이미 시험해 본 공법이라는 게 이유였다.

차량이 통행하는 공주보는 사람들의 출입이 잦다. 수중에 시멘트를 붓는 공법은 사람들 눈에 덜 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사람들 눈에 띄지 않기 위해 시멘트 타설을 택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폭우 등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주간에 수문조작을 하는 다른 보에 비해, 공주보는 야간에 하는 때가 잦았다.

안 그래도 공주보 일대는 4대강 사업 이후 심각한 환경오염에 시달리고 있다. 올해도 마찬지다. 시커먼 펄이 둥둥 떠올라 물 속의 산소를 고갈 시켰다. 산란기에 접어든 물고기들이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죽기 시작했다. 공주보 상류 좌우에는 죽은 물고기 사체, 수생 청소부로 이름난 천연기념물 토종 남생이, 상위포식자인 새들의 시체까지 쌓여 있다. 언론은 이미 무감각해진 것일까. 수공은 물론 환경부도 아무런 반론이 없다. 

여기에 보수공사는 '엎친 데 덮친 격'이었다. 호수처럼 잔잔한 공주보 상류에 미세한 흐름이 생기면서 강바닥을 뒤덮고 있던 조류 사체가 떠올랐다. 썩은 부유물은 공주보 콘크리트에 가로막혀 하류로 흘러가지 못했다. 보 안에 갇힌 것이다.

산 채로 타 죽은 염소, 누구 때문인가

▲ 날이 풀리면서 강물에서는 물고기가 죽어 나간다. 누군가 둔치에 놓은 불에 염소도 타죽어 버렸다. ⓒ 김종술

모르는 사람들은 4대강 공사가 끝났다고 한다. 하지만 착각이다. 4대강 사업으로 조성된 둔치공간의 개발공사는 '현재진행형'이다. 금강 둔치는 특별보존지구와 일반보존지구 등 생태환경 등급이 높은 곳이다. 현 상태에서 개발은 불가능하다. 지난해 공주시는 37곳의 보존지구를 친수거점지구로 변경해줄 것을 국토부에 요구했다. 물론 개발을 위해서다.

공주시는 지구지정 변경을 쉽게 하려고 하중도에 가설도로를 설치해 사람들의 출입을 자유롭게 했다. 공무원들은 "(지저분하다는) 민원이 들어왔다"는 이유로 살아 있는 나무까지 뽑고, 둔치의 갈대를 베어냈다. 심지어 불을 놓았다. "등급 하향을 위해 일부러 훼손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2일, 처참한 광경이 목격됐다. 금강변 둔치 갈대밭에 누군가 놓은 불에 염소 6마리가 타죽은 것이다. 시커멓게 그을린 염소는 장기가 터져 나왔다. 어미 옆에서 죽어 있는 새끼염소를 보면서 기자는 눈물을 흘렸다. 

조류와의 사투... 조류제거선→ 수차→ 마이크로버블?

▲ 지난해 공주보 상류 수상공연장에 녹조가 번성하면서 수자원공사가 바지선을 이용하여 황토를 살포하고 있다. ⓒ 대전충남녹색연합

지난 2012년 4대강 준공과 동시에 조류가 극심해지자 환경부는 10억 원의 예산을 들여 조류제거선을 운영했다. 하지만 운영 6개월 만에 슬그머니 사라졌다. 전문가들은 조류 제거에 별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고 봤다. JTBC의 보도에 따르면, 4대강 전체 녹조 유입량 대비 제거율은 0.1%에도 못 미쳤다.

2013년 '두바퀴 현장리포터 오마이리버' 특별취재팀 활동을 하며 김정욱 서울대 명예교수를 낙동강에서 만났다. 그때 김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수문만 열면 다 해결이 되는데, 왜 혈세를 투입하는지 모르겠다. 약품으로 사용하는 폴리염화알루미늄이 강바닥에 가라앉았다가 녹아서 떠오르면 생태계와 인체에 악영향을 준다."

지난 2013년 수공은 조류제거선이 사라진 금강 강변 후미진 곳에 물고기 양식용 수차를 설치했다. 공주보 수상공연장에 가져다 놓은 수차도 24시간 쉬지 않고 돌았다. 하지만 녹조를 제거하기보다는 구조물에 큰빗이끼벌레가 붙어 자라면서 망신살만 뻗쳤다. 급기야 2014년 수공은 바지선을 이용해 강에 황토를 뿌려야 했다. 결국 지난해 11월 양식용 수차도 철거됐다.

▲ 공주보 상류 수상공연장에 수자원공사가 설치한 녹조저감시설로 1대에 1425만 원짜리다. 총 2대가 설치됐다. ⓒ 김종술

지난 3월 초 공주보 수상공연장에 중장비가 들어와 전선을 땅에 묻고 처음 보는 장비를 설치했다. 수공이 '시민의 쾌적한 수변공간 활용에 도움을 주겠다'고 설치한 녹조 저감시설이었다. 현재 공주보에만 2대가 설치된 이 '마이크로버블'은 물고기 양식용 수차와 크기가 비슷하다. 안내표지판에는 이 기계가 초미세기포를 물속에 공급해 용존산소 증가와 수질정화에 효과가 있다고 돼 있다.

수공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이 마이크로버블 1대 가격은 1425만 원이다. 수공은 "주민들이 많이 이용하는 곳으로, 조류가 모이는 공간이라 우선적으로 선정했다"며 "작년에 충주댐 상류에서 테스트를 거치고 현장에 투입된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수공은 "조류 제거선 등 (지금까지) 환경부에서 했던 방식과는 많이 다르다"며 "시민들이 친수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노력한 부분이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생각은 달랐다. 지난해까지 이곳에 설치된 양어장용 수차는 대당 가격이 100여만 원이었다. 28대 이상의 수차를 설치할 수 있는 가격으로 고작 2개의 녹조저감시설을 설치해 주변의 조류를 제거하겠다는데 그 실효성이 의문이다. 충주댐에서 테스트를 거쳤다면 효과가 증명되어야 한다. 

이 기계는 정말로 수질개선 효과가 있는 것일까. 최근 공주보에서 만난 기계 개발자는 "물고기 폐사를 줄이기 위해 개발하여 자신의 낚시터에서 탁월한 효과를 보았다"며 "공주보에서도 자갈에 낀 이끼들이 사라지고 있다"고 자랑했다. 그는 매일 같이 바지 장화를 입고 공주보에 들어가 기계의 공기 유입구에 낀 이물질을 걷어내고 있다. 

하지만 수공이 보내온 자료에는, 수질개선 효과에 대해 전혀 언급이 없었다. 수공에 수차례 해당 기계의 수질 정화 효과에 대해 물었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아직 모른다"뿐이었다.

이에 대해 정민걸 공주대학교 환경교육과 교수는 "거대한 호수에 이런 정도의 시설물로 조류를 제거한다는 것는 것은 우스운 일"이라며 "'한강에 돌 던지기'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정 교수는 "4대강 조류를 제거하기 위해서는 이런 시설물이 강을 뒤덮어야 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강변에는 하루살이가 극성이다. 곧 여름이다. 쇠말뚝처럼 금강에 박힌 보들이 사라지지 않은 이상 녹조는 다시 피어오를 것이다. 또한, 큰빗이끼벌레와 날파리, 실지렁이 등이 또 발생할 것이다. 사람들의 접근을 막고 죽음의 강으로 변하지 않을까. 

봄바람이 강하다. 난 오늘도 사체가 널린 금강변을 혼자서 걷는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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