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뉴스]‘성완종 리스트’ 등장인물들의 거짓 ‘말말말’
이명희 기자 minsu@kyunghyang.com  입력 : 2015-04-18 14:24:12ㅣ수정 : 2015-04-18 14:24:12

‘성완종 리스트’ 파문이 확산되면서 리스트에 언급된 여권 핵심 인사들이 잇따라 말을 바꾸고 있다.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과 “잘 모르는 사이다”, “한 푼도 받은 적 없다’ 등 금품 수수 의혹을 거듭 부인했지만 이를 반박하는 복수의 증언들이 잇따라 나오면서 자신들의 해명을 다시 뒤집고 있는 것이다.

사퇴 여론이 확산되고 있는 이완구 총리는 성 전 회장과의 독대 사실 자체를 부인했다가 “기억이 안 난다”고 했다. 성 전 회장이 10만달러를 건넸다고 했던 김기춘 전 비서실장은 “성 전 회장을 만난 적 없다”고 했다가 구체적인 정황이 나오자 말을 바꿨다. “죽기 전에 거짓말도 한다더라”며 성 전 회장의 말을 거짓말로 몰고 갔었던 새누리당 홍문종 의원도 관련 보도가 나가자 성 전 회장과 만남을 일부 시인했다.

경향신문은 지난 10일 성완종 전 회장 사망 전 가진 인터뷰를 통해 ‘성 전 회장이 정권 실세들에게 정치자금을 건넸다’고 진술한 사실을 보도했다. 

해당 보도 이후 ‘성완종 리스트’에 언급된 인사들이 해명 과정에서 거짓말 한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잦은 말바꾸기로 신뢰를 잃은 이완구 국무총리에 이어 리스트에 언급된 이들의 진실성도 도마에 올랐다. 박근혜 정부 핵심 인사들의 해명 번복은, ‘정권 도덕성’ 논란을 가속화시키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 이완구 “기억이 안 난다”

이완구 총리는 성 전 회장 측이 2013년 4월4일 부여 선거사무소에서 선거자금을 전달했다는 보도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경향신문은 15일 “2013년 4·24 재선거를 앞둔 4월4일 오후 4시30분쯤 성 전 회장이 이 총리의 부여 선거사무소를 방문했고, 성 전 회장의 차안에 있던 ‘비타500 박스’를 이 총리와 성 전 회장이 만나는 칸막이안 테이블에 올려놓고 왔다”는 성 전 회장 측 인사의 진술을 보도했다. 

이 총리는 경향신문 보도 직후 “독대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이완구 국무총리가 15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이미경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권호욱 선임기자

그는 “정황으로 볼 때 맞지 않는 내용”이라며 “그날은 재·보선 후보 등록 첫날이어서 수십명의 기자들과 수많은 분들이 40~50평 남짓한 사무실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같은날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성 전 회장과는 같은 국회의원 신분으로 만났을 뿐, 개인적으로 속내를 털어놓는 관계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어 “신문보니 (성 회장과) 20여차례 만났다고 말씀하시는데 새누리당과 선진당이 합당된 뒤 본인의 선거법 문제와 함께 작년 지방선거 공천 문제로 여러차례 상의했고, 의원회관이나 밖에서 더러 만난 사실은 있다”며 “제가 원내대표라 어떤 의원을 하루에도 여러번 만나는게 일이었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이후 독대 사실을 뒷받침하는 증언이 쏟아지자 16일 “기억이 안 난다”고 해 또 말을 바꿨다. 

이날 CBS 등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당시 국회의원 재선거 후보였던 이 총리의 운전기사는 “그날 충남 부여 선거사무소에서 이 총리와 성 전 회장(당시 국회의원)이 이 총리 방 안에서 독대하는 동안 성 전 회장 비서와 함께 쉬었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같은 날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선거하는 과정을 일일이 기억 못하고, 당시 (성 전 회장과의) 독대 여부에 대해서는 여러 사람의 증언이 혼재된 만큼 알아보고 있다”고 했다.

새정치연합 유대운 의원이 ‘성완종 리스트’ 파문과 관련해 이 총리의 ‘말 바꾸기’를 지적하자, “충청도 말투가 그렇다. 곧바로 딱딱 얘기해야 하는데 충청도 말투가 이렇다 보니, 보통 ‘글쎄요’ 하는 것이 있지 않으냐”고 답했다.

앞서 이 총리는 14일 국회에서 열린 대정부질문에서 성 전 회장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의혹에 대해 “망자와 개인적인 인연도 없을 뿐만 아니라 돈을 받은 증거가 하나라도 나오면 목숨을 내놓겠다”고도 했다.

이완구 총리의 거짓말은 성 전 회장이 남긴 메모에 이 총리의 이름이 있다는 보도(경향신문 4월10일 보도) 이후에도 있었다. 국무총리실은 당시 입장자료를 통해 이 총리가 성 전 회장과 19대 국회에서 1년 동안 함께 의정활동을 한 것 외에는 개인적으로 친밀한 관계가 아니었다고 밝혔다. 총리실은 이 총리가 성 회장이 주도한 충청포럼에도 가입하지 않았다며 두 사람이 밀접한 관계가 없다고 했다. 

하지만 이 또한 19대 국회 이전인 2012년 1월 열린 이 총리의 출판기념회에 성 전 회장이 참석한 사진이 보도되면서 거짓으로 드러났다.

■ 김기춘 “착각했던 것 같다”

‘성완종 리스트’에 대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76)의 해명 또한 번복됐다. 

지난 10일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김 전 실장에게 2006년 9월 10만달러를 롯데호텔 헬스클럽에서 전달했다는 보도(경향신문 4월10일자 1면)가 나왔다. 이에 김 전 실장은 “일말의 근거도 없는 황당무계한 허위”라며 의혹을 부인했다. 

김 전 실장은 지난 13일 SBS 라디오 <한수진의 전망대>에 출연해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10만달러를 건넸다고 지목한 것과 관련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를 마치고 대선을 준비하던 2006년 9월25일 벨기에 브뤼셀의 한국전 참전기념탑을 방문할 때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수행하고 있다. 사진은 조선일보 2006년 9월26일자 5면에 실렸다.

김 전 실장은 경향신문 보도를 부인하면서 ‘돈 전달 날짜’를 문제 삼았다. 그는 “내가 독일에 간 것은 ‘9월23일’인데 (국내에 없던) ‘9월26일’ 돈을 줬다고 하는 것은 말도 안되는 얘기”라고 했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비서실장이 된 다음(2013년 8월5일)엔 성 전 회장을 만난 적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그와 성 전 회장이 만났다는 구체적인 정황이 나오자, 김 전 실장은 말을 바꿨다. 

15일 중앙일보는 성 전 회장의 일정표에 근거해, 2013년 11월6일 오후 6시30분 서울의 한 한정식집에서 만찬을 나눴다고 보도했다. 또 같은 해 9월4일과 5일에 김 전 실장과 성 전 회장이 만난 기록이 있다고 했다.

이에 김 전 실장은 16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착각했던 것 같다. 내가 다시 기억을 되살리고 가지고 있는 자료를 보니까 11월6일은 확실히 기억이 난다”며 말을 바꿨다. 그는 그러나 “맹세코 돈은 받지 않았다”고 10만달러 수수 의혹은 부인했다.

■ 홍문종 “아는 사람도 아니었다”

성완종 전 회장이 2012년 대선 당시 2억원의 대선자금을 전달했다고 지목한 새누리당 홍문종 의원(60)은 지난 11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황당무계한 소설”이라며 “단 1원이라도 받았다면 정계 은퇴를 하겠다”고 말했다. 

홍 의원은 회견 후에도 기자들에게 “아는 사람도 아니었고 대선 전 (새누리당과 선진통일당이) 합당했을 때 한 번도 어디 같이 다녔거나 대선활동을 하러 다녔거나 우리 사무실에도 온 적이 없는 분”이라고 했다.

홍 의원은 또 14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남긴 메모와 경향신문 통화 내용을 두고 “원한 때문에 박근혜 정권에 보복하려는 거짓말일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2014년 1월22일 새누리당 의원총회장에서 홍문종 의원(둘째줄 왼쪽에서 첫번째)과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 등이 박수를 치고 있다. |박민규 기자

홍 의원은 “(메모에 있는 인사들이) 2007년 대선과 2012년 대선 때 중추적 역할을 한 사람들이다. 이들에게 상처를 줘야 이 정부에 데미지를 준다는 생각을 한 게 아닌가 의심된다”며 “이 정권에서 뭔가 본인이 원하는 대로 되지 않은 것에 대한 속상함이 이렇게 표출된 게 아닌가. 정권에 상처를 주겠다는 것 말고는 다른 이유를 찾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유언이 거짓일 리 없다”는 주장에 대해 “화가 치밀어서 뭔가 이 세상에 대해서 복수하고 싶어하고 그런 분들이 죽으면서 그런 일들을 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며 “그래서 사람들이 ‘죽는 순간까지 그럴 수 있느냐’는 그 생각을 바꿔야 된다. 그렇게 말씀을 하시는 의사 선생님이 많았다”고도 했다.

하지만 성 전 회장이 복수하려고 한다고 몰고 갔던 홍 의원은 jtbc가 ‘성완종 다이어리’를 입수해 보도하자 성 전 회장과 만남을 일부 시인했다. 홍 의원은 “성 회장과 덕산 스파캐슬에서 만난 적이 있냐”는 질문에 “그게 어디있는 곳인지 모른다”고 답했다.

홍 의원의 이같은 해명은 누리꾼들에 의해 덕산스파캐슬에서 열린 정치대학원 수료식에 참석한 홍문종 의원의 사진이 공개되면서 거짓으로 확인됐다.

충청지역 언론인 <디트뉴스 24>는 2013년 11월27일 “새누리당 충남도당(위원장 성완종)은 충남 예산군 덕산 리솜스파케슬에서 성완종 위원장과 홍문종 사무총장, 유지영 중앙여성위원장, 홍문표·이명수·김동완 의원, 전용학 천안갑 당협위원장 등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충남정치대학원 제3기 수료식’을 개최하고 지방선거 압승을 다짐했다”고 보도했다. 홍 의원은 수료식에 앞서 특강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 홍준표 “윤모씨는 제 측근이 아니고 성완종 측근”

홍준표 경남도지사(60)가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1억원을 받았다는 의혹을 뒷받침하는 정황이 잇따라 제기됐다. 

경남기업에서 부사장을 지낸 윤모씨(52)는 2011년 6월 한나라당 대표 경선 당시 성 전 회장 지시로 홍 지사에게 돈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씨 역시 “성 전 회장이 돈을 줬다고 말씀하신 마당에 틀리다고 이야기할 수 있겠느냐”며 전달책 역할을 했음을 사실상 시인했다. 


‘성완종 리스트’를 수사하고 있는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은 성 전 회장 수사와 관련된 증거자료 분석과 법리검토를 마치는 대로 홍 지사에게 돈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 윤모씨를 소환해 조사할 계획이다. 검찰은 윤씨를 출국금지했다.

홍준표 경남지사는 지난 14일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1억원을 준 뒤 확인전화를 했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 “소설을 쓰고 있다”고 했다.

홍 지사는 이어 “그 당시(2011년 6월 전당대회) 성완종 잘 모를 때다. (언론에서) 호텔서 만났다고 뭐 그리하는데, 그게 성완종이를 잘 모른다”며 “소설 쓰는데, 큰 사건을 하다보면 온갖 소설을 다 썼잖아. 확인 전화? 어처구니 없는 소리다”라고 말했다.

홍준표 지사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언론에 거론되는 윤모씨는 제 경선을 도와준 고마운 분이지만 제 측근이 아니고 성완종 측근”이라며 “성완종씨와 윤씨의 자금관계는 저로서는 알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자신이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을 부인하는 동시에 배달사고의 개연성을 열어놓은 것이다. 

성완종 전 회장은 지난 9일 숨지기 전 가진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2011년 홍준표가 대표 경선에 나왔을 때 한나라당을 사랑하기 때문에 그 캠프에 있는 측근을 통해 1억원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홍 지사는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의 리스트에 자신의 이름이 거명된 뒤 금품 수수 의혹을 부인했다.

홍 지사는 지난 10일 “정치자금을 받을 정도로 (성 회장과) 친밀한 관계도 아니고 친밀할 이유도 없었다”고 금품수수 의혹을 전면부인했다.



Posted by civ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