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안경 벗긴 다음 눈에 캡사이신 문질렀다”
세월호 유가족 증언… "이 여자 다리잡아" 영장 없이 휴대전화 뺏기고 화장실도 못 가게
입력 : 2015-04-20  16:38:07   노출 : 2015.04.20  17:03:13  이하늬 기자 | hanee@mediatoday.co.kr    

지난 18일 열린 세월호 1주기 추모 범국민대회와 관련해 경찰이 폭력집회로 규정한 것에 대해 세월호 참사 유가족과 시민단체들이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애초 경찰의 차벽 설치 자체가 위헌적인 요소가 있는데다가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부상자가 속출했다는 주장이다. 경찰의 진압 등에 대해 유가족이 직접 나서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유경근 4.16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지난 1년 동안 다치기도 하고 많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단 한 차례도 거기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언급하지 않았다”며 “그렇게 간 아이들이 있는데 이것 가지고 아프다고 말하기 싫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과 세월호 국민대책회의, 인권침해감시단 등은 20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그럼에도 가족들이 긴급 기자회견을 열게 된 것은 지난 18일 집회 이후 경찰이 보여준 태도 때문이다. 박재진 경찰청 대변인은 19일 오후 2시 브리핑에서 ‘4.18 불법폭력 집회 방침’을 발표했다. 세월호 참사 집회의 ‘주동자’를 찾아내고, 부상을 입은 경찰관과 파손된 장비에 대한 책임에 대해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한다는 내용이다. 당일 연행된 시민은 유가족 20명을 포함해 100여명에 이른다. 

▲ 세월호참사유가족들과 국민대책회의가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18일 세월호참사 1주기 추모대회에서 경찰 차벽과 물대포, 최루액 등을 포함한 경찰 폭력과 탄압에 대한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민중의 소리
 
“안경 벗긴 다음, 눈에 캡사이신 문질러”

단원고 2학년 3반 고 정예진 학생의 어머니 박유신씨는 경찰차의 주차를 막다가 연행됐다가 풀려났다. 그는 “몇 명인지도 모를 여경들이 와서 팔을 뒤로 꺾었고 ‘이 여자 다리 잡아’ 라는 명령, 그리고 두 다리를 잡혀 끌려 갔다”고 당시 상황을 발생했다. 경찰이 안경을 착용하고 있던 한 희생 학생 아버지의 안경을 벗긴 다음, 캡사이신을 바른 손으로 눈을 문질렀다는 증언도 나왔다. 

보건의료단체연합에 따르면 경찰이 사용하는 캡사이신은 ‘파바(노니바마이드)’라는 성분으로 물질안전자료(MSDS)는 이를 인체에 사용해서는 안 되는 물질로 규정하고 있다. 물질안전자료에 따른 캡사이신의 인체영향은 다음과 같다. △피부나 눈에 접촉시 매우 위험 △호흡시 유해 △심각한 과량노출시 사망을 초래할 수 있음 등이다. 다만 만성 영향에 대해서는 밝혀진 바가 없다. 경찰이 안전하다고 주장하는 근거 중 하나다. 

인권침해감시단(감시단) 보고에 따르면 100명에 이르는 연행자 중에는 미성년자도 포함돼 있다. 이 중 일부는 훈방됐으나 일부는 여전히 구금상태라고 감시단을 설명했다. 또 연행 과정에서 경찰이 여성의 웃옷을 옆구리까지 들어올리는 성추행도 발생했으며 남성 경찰이 여성 참가자를 연행하는 일도 있었다. 이는 여성 경찰이 여성을 연행해야 한다는 규정에 어긋난다. 개개인이 아닌 방송으로 미란다 원칙을 고지하기도 했다. 

연행 된 이후에도 인권침해적인 상황은 계속 발생했다고 감시단은 지적했다. 가령 한 시민은 연행된 후 경찰에게 휴대전화를 빼앗겼다가 5시간 30분 후에야 돌려받았다. 또 경찰이 연행된 시민의 주머니에 손을 넣어 휴대전화를 빼앗아 갔다는 증언도 나왔다. 휴대전화는 압수 수색영장 없이 경찰이 압수할 수 없다. 이런 사례들은 민변 변호사들이 연행자들을 접견하면서 접수 됐다. 

▲ 세월호 참사 1주기 범국민대회 집회 참여자들이 18일 오후 10시 광화문 광장에서 경찰 병력과 대치하고 있다. ⓒ미디어오늘
 
▲ 18일 오후 서울 경복궁 동십자각 앞에서 세월호 범국민대회 참가자가 광화문 누각 앞에서 농성 중인 세월호 유가족을 만나기 위해 경찰과 대치 중 경찰의 최루액을 맞아 물로 눈을 씻고 있다.ⓒ민중의 소리
 
“화장실도 못 가게 해 이불로 둘러싸고 볼일 봤다”

이날 충돌과 연행은 경찰이 광화문으로 이동하려는 시민들을 차벽으로 차단하면서 발생했는데 차벽 자체가 위헌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18일 당일 경찰은 차벽 설치를 위해 트럭 18대를 비롯해 차량 470여대를 동원해 주요 도로를 막았고 경복궁 앞과 광화문 일대에 겹겹이 저지선을 쳤다. 박재진 경찰청 대변인은 “집회 참가자들이 태평로 길을 점거하고 달려 나오는 것을 방지에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2011년 이를 위헌으로 판정한 바 있다. 당시 헌재 결정문을 보면 “통행제지행위는 일체의 집회를 금지하고 일반시민들의 통행조차 금지하는 전면적이고 광범위하며 극단적인 조치이므로 집회의 조건부 허용이나 개별적 집회의 금지나 해산으로는 방지할 수 없는 급박하고 명백하며 중대한 위험이 있는 경우에 한 해 비로소 취할 수 있는 거의 마지막 수단에 해당한다”고 되어 있다. 

헌재는 경찰 차벽을 설치하는 경우에 대해서도 ‘여지’는 남겨둬야 한다고 판단했다. “출입을 완전히 통제하는 경우 일반 시민들의 통행 등까지 제한되므로 몇 군데라도 통로를 개설하여 통제 하에 출입하게 하거나 대규모의 불법, 폭력 집회가 행해질 가능성이 적은 시간대 등에는 일부 통제를 푸는 등의 수단이나 방법을 고려 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박주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변호사는 “지난 16일 경찰은 집회 참가자들이 헌화 하려는 걸 막기 위해 차벽을 설치했다. 헌화는 집시법 대상도 아니다”라며 “애초 차벽 설치 요건(급박하고 명박하며 중대한 위험)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16일에 설치된 경찰 차벽 대다수는 18일까지 유지된 상태였다는 점 역시 지적됐다. 18일 집회를 앞두고 ‘어쩔 수 없이’ 설치된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차벽 설치와 유지로 인해 유가족들 인권이 침해당하기도 발생했다. 박유신씨는 “(광화문 광장에서 농성 중에) 화장실에 가고 싶은데 화장실도 못 가게 했다”며 “너무너무 볼 일이 급하니까 아빠들이 이불을 펴서 빙 둘렀고 엄마들이 그 안에서 볼 일을 봤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엄마들이 어떻겠냐”며 “창피스럽지만 알려야 하겠기에 말씀 드린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유가족과 민변 등은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유경근 대변인은 “당일 경찰은 얼굴도 가린 채 자신의 신분조차 밝히지 않았다”며 “늘 지속적으로 자행하는 경찰의 불법 행위에 대해 소송을 포함한 모든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주민 변호사도 “절차와 요건을 지키지 않은 국가권력을 깡패와 다를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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