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브리핑] 요란했던 MB의 봄나들이..'봄의 흙은 헐겁다'
JTBC | 손석희 | 입력 2015.04.22 21:22


뉴스룸 2부의 문을 엽니다.

"봄의 흙은 헐겁다"

오늘(22) 앵커브리핑이 고른 말입니다.

봄엔 누구나 사뭇 들뜨기 마련입니다. 벙글었던 꽃잎이 활짝 벌어지고 연두 빛 짙어지는 나무들… 나들이 떠나고 싶은 마음 불쑥 치미는 시간이지요.

그러나 이분의 외출… 봄나들이는 좀 요란했습니다. 대구에 다녀온 이명박 전 대통령의 이야깁니다. 예정했던 골프는 취소했다지만 대규모 만찬까지 즐긴 전임 대통령은 "나라가 안정되고 국민이 평안했으면 좋겠다" "잘 놀다간다"는 말을 남겼습니다.

그러나 그저 '잘 놀다간다'고 하기엔 시점도 장소도 좀 묘하다는 풀이가 나옵니다.

나들이는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가 공개된 직후 최종 결정되었다고 합니다. 장소는 현직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 또 논란 중인 4대강이었습니다.

지난 2월에 내놓았던 전직 대통령의 회고록이 자원외교 수사를 촉발시켰다는 해석이 분분한 가운데 검찰 수사는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로 방향이 엉켜버렸습니다.

전임 대통령의 나들이야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하필 자원외교 수사가 엉켜버리고 국회 국정조사도 틀어져버린 시점이어서 그의 봄나들이가 그냥 봄나들이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얘기들입니다.

자, 그러니 이 지점에서 이 부분을 분명히 하고 넘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표적수사, 별건수사 논란은 있으나 성완종 리스트가 나온 애초의 이유는 자원외교 수사 때문이었다는 점입니다. 세월호 참사 당시 동네 반상회까지 동원해 유병언 전 회장만 쫓아다니다가 수사 방향이 헝클어졌던 것처럼 자원외교 수사 역시 성완종 리스트만 쫓다 흐지부지되어서는 안 될 일입니다.

경남기업 수사가 결국 부메랑으로 돌아와 정권 수뇌부를 겨냥했지만 또 총리의 부패척결 역시 부메랑으로 돌아와 그 자신을 쳤지만 자원외교 비리수사의 화살은 제대로 표적을 향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봄의 흙은 헐겁다"

언젠가 책에서 읽었던 문구입니다.

봄기운에 들떠 헐거워진 흙은 식물의 뿌리를 제대로 잡아주지 못해 땅을 단단히 다져줘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전임 대통령은 봄기운에 잠시 취했는지 모르겠지만, 성완종 리스트… 그리고 되돌아간 부메랑 때문에 원래의 목적인 자원외교 수사가 헐거워져서야 안 되겠지요.

왜냐하면 자원외교에는 우리들의 혈세 수십조 원이 들어갔고, 또한 앞으로도 기약 없이 들어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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