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 10도 날씨에 울려 퍼진 '가카' 생일축하노래
[현장] 청계광장에 500여 명 모여 한미FTA 비준무효집회
11.12.17 19:40 ㅣ최종 업데이트 11.12.17 19:47  홍현진 (hong698) / 유성호 (hoyah35)

▲ 올겨울 들어 가장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학생과 시민들이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 영풍문고 앞에서 열린 '한미FTA 비준 무효 범국민 촛불문화제'에 참석해 한미FTA 날치기 무효와 이명박 퇴진, 디도스 선거테러 한나라당 해체 등을 요구하며 손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 유성호

▲ 17일 '한미FTA 비준 무효 범국민 촛불문화제' 참석자들이 한미FTA 날치기 무효와 이명박 퇴진, 디도스 선거테러 한나라당 해체 등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유성호
 
"왜 태어났니. 왜 태어났니. 국민들 힘들게 왜 태어났니. 잘 생각해봐. 잘 생각해봐. 퇴임 후 어쩔래. 정신 좀 차려. 이젠 내려와. 이젠 내려와. 너만 없으면 돼. 이젠 내려와. FTA 끝났어. 너도 끝났어. 국민들 힘으로 FTA 폐기."
 
서울 기온 영하 10.6도로 올겨울 들어 가장 추웠다는 17일 오후, 청계광장 영풍문고 앞 아스팔트에 '가카 생일축하' 노래가 울려 퍼졌다. 오는 19일 이명박 대통령의 생일을 맞이해 만든 노래다. 한미 FTA 비준 무효 집회에 참여한 500여 명의 시민들은 가수 손병휘씨와 함께 '포크 발라드 버전', '트로트 단조 버전', '행진곡 버전'으로 '가카'의 생일을 미리 축하했다.
 
발끝에 감각이 없어질 정도로 추운 날씨였지만 아스팔트 바닥 위에 자리를 잡고 앉은 시민들의 표정은 밝았다. 참여연대 노래모임인 '참 좋다'는 일명 '나꼼수 캐럴'인 '쫄면 안 돼'와 '교묘한 밤, 거룩한 밤'으로 분위기를 띄웠다.
 
이강실 "조건부 등원론? 통합 축하하지만 국민과도 통합하길"
 
▲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 영풍문고 앞에서 열린 '한미FTA 비준 무효 범국민 촛불문화제'에서 민주통합당 이용선 공동대표와 정동영 의원, 문성근, 천정배 전 의원, 심상정 통합진보당 공동대표,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 등 학생과 시민들이 참석해 한미FTA 날치기 무효와 이명박 퇴진, 디도스 선거테러 한나라당 해체 등을 요구하고 있다. ⓒ 유성호
 
이날 집회는 '민주통합당' 지도부 선출 이후 첫 공식일정이기도 했다. 원혜영 공동대표는 "통합·연대한 야당의 힘으로 내년 4월 총선에서 의회 권력을 쟁취해 FTA 폐기를 이뤄내겠다"라고 말했다. 심상정 '통합진보당' 공동대표는 "통합진보당과 민주통합당의 공동공약 제1호는 FTA 비준 무효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동영 의원, 천정배 전 의원,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 문성근 '국민의 명령' 대표,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 등도 대오 앞줄을 지켰다.
 
민주통합당이 '총선 승리 후 FTA 폐기'를 강조하는 가운데 이강실 한미 FTA 범국민운동본부 대표는 민주당의 '조건부 등원론'에 일침을 가했다. 이 대표는 "민주당 내에서 ISD 조항 재협상을 조건으로 등원론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그러나 미국 의회는 지금까지 FTA 재협상에 응한 적이 없다. 한나라당이 재협상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하는데 그건 말도 안 된다"라고 잘라 말했다. 이 대표는 "통합은 축하하지만, 국민들과 먼저 통합할 것을 간곡하게 부탁드린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FTA 반대투쟁'이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에만 초점을 맞추는 양상으로 가고 있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현재 여의도 한국거래소 빌딩 앞에서는 대학생 사람연대 회원들이 8일째 점거농성을 벌이고 있다. 고명우 서강대 총학생회장은 "많은 분들이 몇몇 매국노들이 나라를 팔아넘겼다고 하는데 단순히 한나라당과 이명박 대통령만의 문제는 아니다. 사회 구조의 문제"라면서 "이제는 99%가 1%에게 변화를 요구할 때"라고 말했다.
 
이날 집회에서는 학생인권조례 원안통과를 요구하며 서울시의회 별관 의원회관 1층에서 4일째 점거농성을 벌이고 있는 성소수자 공동행동 회원들이 피켓시위를 벌였다.
 
자신을 "청소년이고 동성애자"라고 밝힌 한 청소년은 "눈이 와도 비가와도 폭염에 찌들면서 9만7000명에게 서명받아 학생인권조례 주민발의안을 상정했는데 보수단체에서 성적지향, 임신·출산 등을 차별금지사유에 명시했다는 이유로 조례통과를 반대하고 있다"면서 "시의회 다수당인 민주당이 학생인권조례 원안통과를 지지한다는 성명을 발표해달라"고 눈물로 호소했다.
 
한편, 범국본은 오는 24일과 31일에도 범국민 촛불대회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 학생인권조례 원안통과를 요구하며 서울시의회 별관 의원회관 로비에서 나흘째 점거농성을 벌이고 있는 성소수자공동행동 회원이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 영풍문고 앞에서 열린 '한미FTA 비준 무효 범국민 촛불문화제'에 참석해 시의회 다수당인 민주당 의원들에게 학생인권조례 원안통과를 요구하며 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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