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경찰에 디도스 수사결과 은폐 지시"
'한겨레21' 사정당국 관계자 "靑 '디도스 돈거래', '행정관 연루' 빼라"
조태근 기자 taegun@vop.co.kr 입력 2011-12-17 18:02:15 l 수정 2011-12-17 18:18:27

조현오
지난 10월 21일 열린 경찰의 날 기념식에 참석한 이명박 대통령과 조현오 경찰청장 ⓒ뉴시스

청와대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디도스 공격 수사의 핵심 내용을 은폐하려 했다는 증언이 사정당국 쪽에서 나왔다. 

청와대는 경찰에 ▲박아무개 청와대 3급 행정관이 디도스 공격 관련자들과 광화문에서 술자리를 가진 사실과 ▲박희태 의장 비서 김아무개씨-최구식 의원실 비서 공아무개씨-디도스 공격을 실행한 IT업체 대표 강아무개씨 사이의 1억원에 달하는 금전거래 사실을 수사결과 발표에 포함시키지 말도록 압력을 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17일 시사주간지 '한겨레21'에 따르면 사정 당국의 고위 관계자는 "박아무개 청와대 행정관이 범행이 비롯된 술자리에 참석했다는 사실, 그리고 디도스 공격을 둘러싼 돈거래 내역 두 가지를 공개하지 않기로 미리 협의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언론은 박모 청와대 행정관과 박희태 의장 비서 김씨는 10.26재보선 하루 전인 10월 25일 광화문에서 다른 한나라당 전.현직 보좌관들과 1차로 술자리를 한 사실을 경찰의 수사결과 발표를 하루앞둔 지난 8일 밤 보도했다. 김 씨는 박 행정관과의 광화문 술자리 뒤 강남으로 자리를 옮겨 디도스 사건으로 구속된 최구식 의원의 비서 공 씨 등과 술자리를 가졌다

박희태 의장의 비서 김씨와 최구식 의원 비서 공씨, 그리고 디도스 공격을 실행한 강씨 사이에는 디도스 공격을 전후해 1억원에 달하는 금전거래도 있었으나 경찰은 9일 수사결과 발표에서 이를 알면서도 누락했다. 이 사실은 지난 14일 언론에 보도돼 경찰의 축소수사 의혹에 불을 붙였다. 

사정 당국 관계자의 말대로라면 청와대의 지시에 따라 경찰이 핵심 수사결과를 은폐하려 했으나 언론의 연이은 보도로 실패한 셈이다. 

[인포그래픽] 선관위 디도스 공격 인물 관계도
[인포그래픽] 선관위 디도스 공격 인물 관계도 ⓒ유동수 디자인실장

그의 검은 속내?
황운하 경찰청 수사기획관 경무관이 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10.26 재보선 당일 선관위와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의 홈페이지 디도스 공격에 대한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양지웅 기자

이 사정당국 관계자는 청와대가 검찰에 수사에서 청와대 행정관 연루와 돈거래 등 핵심사안에 대한 '협의'가 최구식 의원의 비서관 공 씨가 구속된 직후부터 시작됐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 12월1일 경찰 최고위급 간부에게 '손발이 맞지 않아 못 해먹겠다'는 전화가 청와대 정무수석실의 치안비서관으로부터 걸려오면서부터 본격적인 조율이 시작됐다”며 “청와대와 논의되지 않은 상황에서 공씨의 신원이 한나라당 의원 비서로 언론에 공개돼 당시 청와대는 패닉에 빠졌으며 이어질 경찰의 돌발행동을 우려해 비서관급에서 수석급으로 핫라인을 격상했다”고 말했다. 청와대 치안비서관은 최동해 전 서울지방경찰청 수사부장이며, 정무수석은 조선일보 출신의 김효재 전 한나라당 의원이다. 

경찰이 박희태 의장 비서 김모씨와 공 씨의 돈거래를 포착(4일)하고, 김 씨의 수사사실이 언론에 보도(6일)된 뒤로는 본격적인 청와대의 개입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1일 최구식 비서 공씨 체포, 4일 박희태 비서 김씨 수사, 6일 김씨 수사 언론노출, 8일 박아무개 청와대 행정관 연루 보도, 9일 수사결과 발표 시점까지 청와대가 줄기차게 경찰에 수사결과 축소를 지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9일 경찰이 1억 돈거래 부분이 빼고 공씨의 단독범행이라는 수사결과를 발표한 과정에서 드러난 경찰 수뇌부의 혼선은 여전히 석연치 않은 대목으로 남아 있다. 

사정 당국 관계자는 '한겨레21'에 "공 씨 검거 직후부터 경찰 최고 수뇌부와 청와대가 교감을 한 뒤 경찰 발표 문안을 확정했다"고 말했다. 이와관련 민주당 박영선 의원도 "디도스 수사 결과 발표문이 발표 수시간 전 회의를 통해 조현오 경찰청장실에서 고쳐졌다”고 폭로한 바 있다. 경찰은 14일 언론의 1억원 돈거래 보도 뒤 이를 시인하면서도 "대가성이 없었다", "있었다", "없었다"를 오가 혼선을 불렀다. 경찰 수뇌부가 청와대의 지시에 부응해 수사결과를 축소 발표했다는 정황이다. 

반면 조현오 경찰청장은 16일 기자간담회에서 "김씨가 공씨에게 보낸 자금이 범행 대가성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게 됐다”면서 “이에 따라 피의자 공시의 우발적 단독 범행으로 결론 내릴 근거도 부족하다”고 말했다. 조 청장은 “9일 중간발표 전에 수사팀으로부터 문제의 자금 거래를 보고받고 검찰에서 이 사실을 밝히면 오해 소지가 있으니 밝히고 가자고 했는데, 수사팀이 대가성이 없다며 관련 내용을 발표에서 뺐다"고 말하기도 했다. 청장의 뜻에 반해 수사진이 수사결과를 축소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한겨레21'은 사정 당국의 한 관계자가 "청와대와 조율을 거친 결정을 번복할 수 있는 경찰 간부는 아무도 없었다"라고 말했다며 사실을 공개하자는 수사 실무진의 의견도 만만치 않았으나, 실무진도 상부의 의지를 거스를 수 없었다고 보도했다. 

조태근 기자taegun@v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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