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규제팀, 나꼼수 차단 불가능한 까닭
패킷 감청 없인 트위터·나꼼수 선별 차단 불가능… ‘겁주기 효과’ 꼼수 의심
이재진 기자 | jinpress@mediatoday.co.kr  입력 : 2011-12-14  10:29:55   노출 : 2011.12.18  09:28:33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박만)가 뉴미디어정보심의팀을 신설하면서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것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SNS(소셜네트워크)와 애플리케이션을 전담해 심의하는 뉴미디어정보심의팀이 결국 내년 총선과 대선을 바라보고 정치적 표현을 막기 위한 ‘돌격대’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방통위가 해외 서비스관계망인 트위터와 같은 SNS를 차단할 방법이 전무한데도 SNS 전담팀을 무리하게 신설한 것은 겁주기 효과를 노린 꼼수라는 것이다. 

방통심의위도 스스로 해외 서비스의 특정 콘텐츠를 차단하는 것은 어렵다고 호소하는 실정이다. 한명호 뉴미디어정보심의팀장은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해외 서비스의 경우 별도의 전용망을 쓰고 있다. 암호화된 보안창이 이뤄져 있어 특정 콘텐츠를 차단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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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연대 박영선 대외협력국장이 12일 오전 서울 양천구 목동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건물 앞에서 방통심의위의 SNS심의를 규탄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예를 들어 북한 계정인 ‘우리민족끼리’는 해외 사이트에 존재하는데 웹상 접근을 차단할 수는 있지만 모바일을 통한 접근은 차단하지 못한다. 

박경신 방통심의위원은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니까 계정 자체를 차단하는 것인데, 트윗과 같은 해외 서비스 사업자가 차단 요구를 들어주지 않고, 통신사들도 트윗별(특정 콘텐츠)별로 차단하는 기술도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국내콘텐츠는 유해하다고 판단되면 인터넷주소(URL)를 차단하면 되지만 트윗은 개별 인터넷주소가 아예 없다. 차단 기술의 어려움은 SNS가 푸시 방식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쉽게 말하면 고정 주소에서 메일이 날아오면 스펨 필터링을 하면 차단되지만 고정적인 주소가 아닌 곳에서 메일이 오게 되면 차단할 수 없는 식이다. 

예를 들어 애플에서 받아볼 수 있는 팟캐스트 ‘나는꼼수다’의 내용을 문제 삼아 규제할 때 개별 콘텐츠를 삭제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 만약 서비스 자체를 차단하고 싶어도 애플이 이를 들어줄 리 없다. 
나꼼수 진행자들의 발언을 문제삼아 명예훼손을 적용할 수 있지만 해당 발언의 게시글은 내릴 수 없는 역설적인 상황도 상상해볼 수 있다.

장동인 미래읽기 컨설팅 대표는“미국 본사가 특정 아이디를 못 쓰게 할 수 있지만 그런 방법을 취하면 누가 트윗을 쓰겠나”라며 인터넷 규제 정책으로 인해 사용자가 제약을 받은 유튜브를 예로 들었다. 유튜브는 지난해 제한적 본인확인제 대상으로 선정됐다. 하루평균 방문자수가 10만 명이 넘는 웹사이트에 대해 본인 확인을 거쳐 게시판을 이용할 수 있게 하는 제도인데, 유튜브를 운영하는 구글은 한국 지역 이용자들의 동영상 업로드와 덧글을 다는 기능을 제한해 본인확인제 적용 대상에서 빠졌다. 인터넷 규제 일변도의 정책이 선량한 인터넷 이용자에게만 피해를 준 셈이다. 

차단 방법의 기술적 어려움이 인터넷 패킷 감청 유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험도 있다. 현재 유해한 콘텐츠가 담긴 앱에 대해 방통심의위는 해외 사업자에게 협력을 요청해 내려달라고 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거부할 경우가 문제다. 박 위원은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통신을 차단하는 방식 밖에 없다”면서 “이 경우 패킷을 감청하지 않으면 안 되는데 감청이 불가피한 심의를 하겠다는 게 과연 바람직한 것인지 의문이다. 심의를 하다 보면 통신 패킷을 열어보려는 유혹을 느끼게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국내 이동통신사들은 무선 데이터 감청 기술인 ‘딥패킷인스펙션’(DPI·Deep Packet Inspection)을 도입해 트래픽 감소를 위한 용도로 쓰고 있다. DPI는 데이터의 정보 단위인 ‘패킷’을 분석해 트래픽을 관리·통제할 수 있는 기술이지만 모바일 사용자의 데이터 사용 내역을 엿볼 수 있어 사생활 침해 문제가 제기됐다.

경제정의실천연합은 DPI 기술에 대해 “내용의 필터링이나 차단, 내용의 조작, 감청 및 검열 등의 가능하다는 것으로 아무런 제한 없이 이러한 기술을 채용하는 것만으로도 헌법에서 보장한 인권을 심각히 침해하는 행위”라며 지난달 23일 기술 제한을 요청하는 내용의 진정서를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출했다.

결국 뉴미디어정보심의팀 신설은 차단 기술의 실효성이 검증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겁주기 효과를 노려 정치적 표현을 막겠다는 의도가 있다는 것이 시민단체들의 분석이다. 

정민경 진보네트워크 활동가는 “앱 같은 경우는 기술도 마련돼 있지 않은데, 심의하겠다고 팀부터 만들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맞지 않다”며 “SNS 같은 경우도 불법 정보가 많지 않다. 일정 정도 자정기능을 하고 있다. 명예훼손 문제는 권리 침해 팀에서 하면 될 일이고, 명백한 음란물의 경우 불법 정보 심의팀에서 하면 될 일”이라고 지적했다. 

곽동수 한국사이버대학교 교수는 “자신의 SNS 계정을 조사하고 있다고 전화만 걸어도 그 집안은 난리가 난다. 이번 전담팀 신설은 일종의 겁주기”라며 “정부의 소통 방향이 틀렸다. 차라리 인터넷상의 금융사기나 보이스피싱 같은 범죄를 찾아내면 ‘이 정부도 그래도 제대로 하는 것이 있네’라고 느낄 것”이라고 비난했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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