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들 '청와대 디도스 은폐' 침묵…누리꾼 격분
최일구 “박정희함 나와야” 엉뚱 클로징 “시청자가 바보로 보이나, 좀비만 있나”
조현호 기자 | chh@mediatoday.co.kr  입력 : 2011-12-17  22:48:27   노출 : 2011.12.17  23:07:22
중앙선관위와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홈페이지 디도스 공격 수사과정에서 청와대가 경찰에 외압을 행사해 사건의 중요 사실을 은폐한 것으로 드러났다는 의혹에 대해 KBS MBC SBS 등 지상파 방송 3사가 17일 저녁 메인뉴스에서 한마디의 언급도 하지 않아 시청자·누리꾼들로부터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특히 방송 3사 모두 오늘 강추위 소식을 나란히 톱뉴스로 전하는가 하면, 최영함이 탑건함에 등재됐다는 소식을 똑같이 전하는 등 주로 가벼운 뉴스로 메인뉴스 시간을 채운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오후 4시30분 경부터 한겨레21이 사정당국 고위관계자의 말을 빌어 ‘청와대와 경찰 최고 수뇌부 교감으로 수사결과 발표문안을 조율해 ‘디도스 공격을 둘러싼 돈거래 내역’ 등을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는 소식이 온라인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트위터와 온라인 공간에는 삽시간에 이 내용이 확산됐다.

그러나 방송 3사는 저녁 메인뉴스에서 이 소식 또는 이 소식의 진위에 대한 검증하려는 최소한의 언급조차 없었다. 일제히 침묵한 것이다. MBC는 17일 <뉴스데스크>에서 청와대의 디도스 사건 은폐 의혹에 대한 뉴스를 내보내지 않은 채 뉴스 끝부분인 18번째 꼭지로 검찰이 박희태 의장 비서를 소환조사중이라는 내용을 단신처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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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저녁 방송된 MBC 뉴스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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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밤 방송된 KBS <뉴스9>

SBS는 리포트로 박 의장 비서 김씨 소환 등 선관위 수사속보를 내보냈지만 역시 청와대 개입의혹은 모두 언급하지 않았다. KBS는 아무런 선관위 디도스 공격 관련 뉴스 자체를 방송하지 않았다.
방송 3사는 이날 일제히 강추위 소식을 톱뉴스로 내보냈고, 최영함이 올해의 탑건함에 선정됐다는 소식을 비슷한 형식으로 방송했다. 최일구 MBC <뉴스데스크> 앵커의 경우 뉴스 소개멘트와 클로징멘트를 통해 “최영장군은 황금보기를 돌같이 하라고 했는데 최영함은 표적보기를 찰떡 보듯 백발백중”, “미국엔 대통령 이름을 딴 군함이 많은데, 우리도 나와야 합니다, 박정희함, 김대중함 나와야 합니다”라는 엉뚱한 주장을 펴기도 했다.

이를 두고 MBC 뉴스홈페이지 시청자의견 게시판에는 격렬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아이디 ‘SILVERBEA’는 이날 밤 “MBC 뉴스는 문 닫아라! 겨울 날씨 추운 게 톱뉴스냐? 국가의 근간을 흔드는 부정선거에 청와대가 개입했다는데, 너희는 그것보다 날씨가 더 중요하냐”라며 “너희는 분노노 안느끼냐”라고 격분했다.

아이디 ‘HTSSEJON’도 “당신들이 언론의 자유를 이야기 할 수있나요”라며 “MBC 기자여러분 양심이 있으세요. 완전히 개가 되어 꼬리흔들고 계시는군요. 당신들이 아무리 언론을 조작하려해도 국민은 다 알고 있답니다. 우리 국민을 우습게 생각하지 마세요”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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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저녁 방송된 SBS <8뉴스>

‘NEVERGO’는 “MBC와 SBS는 정권에 의해 언론검열중”이라며 “차라리 종편 보는 게 낫겠네요. 눈치를 대체 얼마나 보면서 뉴스를 걸러내길래 이런 지경까지 이르렀나요? 완전 전두환시절 계엄때 검열받던 시절같군요”라고 개탄했다. ‘CMC2848’도 “시청자가 바보로 보입니까”라며 “부패한 권력에 맞서지 않는 언론은 더이상 언론이 아닙니다”라고 비판했다.
더욱 원색적인 성토의 목소리도 나왔다.

“MBC에는 언론인이 없나요? 기본적 상식으로 생각합시다. 선관위 디도스추정 관련사건에 청와대의 축소은폐지시가 있었음이 드러났는데, 이게 작은 사건입니까. 어떻게 떡볶이 할머니 돌아가신건 방송이 되고, 청와대 축소은폐지시건에 대해선 단 한마디의 말도 안할 수 있습니까? 이게 공정한 방송입니까? 이게 공영방송입니까? 분노라는걸 할줄 모릅니까? 전부 좀비입니까?”(아이디 ‘BLUE7303’)

앞서 이날 오후 한겨레 온라인을 통해 보도된 한겨레21 기사에 따르면, 청와대는 특히 청와대 행정관 박아무개(38)씨가 선거 전날 저녁 디도스 공격 관련자들과 술자리를 함께 한 사실, 한나라당 관계자들과 해커들 사이에 대가성 돈거래가 있었던 사실을 공개하지 말도록 압력을 행사한 정황이 드러났다. 

한겨레21은 사정 당국의 고위 관계자의 말을 빌어 “이달 초 최구식 한나라당 의원의 비서인 공아무개(27·구속)씨 검거 직후부터 경찰 최고 수뇌부와 청와대가 교감을 한 뒤 경찰 발표 문안을 확정했다”며 “그 과정에서 청와대 행정관이 (범행이 비롯된) 술자리에 참석했다는 사실, 디도스 공격을 둘러싼 돈거래 내역 두 가지를 공개하지 않기로 미리 협의했다”고 전했다.

경찰은 이런 합의 내용에 따라 지난 9일 수사 결과를 발표하려 했으나, 하루 앞선 8일 한 언론에서 청와대 행정관이 디도스 공격 관련자들과 술자리에 함께 한 내용을 폭로해 발표 내용을 일부 수정했다고 한겨레21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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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밤 11시 현재 MBC 뉴스 홈페이지 시청자의견 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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