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hani.co.kr/arti/society/area/511828.html
낙동강 보에 물 채운뒤 주변 농경지 ‘물난리’
[한겨레] 최상원 기자 등록 : 20111225 20:57
10월말부터 곳곳 침수…지표면 50㎝까지 차올라
전문가 “강 수위 높아지자 지하수 못 빠져나가”
성분분석 결과도 지하수…수공 “정밀조사 계획”
지표면에서 50㎝가량만 파내려가도 물이 차오르는 경북 고령군 우곡면 연리 들판의 모습. 농민들은 당장 겨울수박 농사를 지을 수 없게 됐다며 울상을 짓고 있다.
4대강 사업으로 건설된 보에 물이 채워지면서 강의 물 높이가 올라가는 바람에 주변 농경지에 침수피해가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수질분석 결과가 나왔다. 최근 낙동강변 농경지 곳곳에서 침수현상이 나타나면서 농민들이 4대강 사업을 원인으로 지목했으나, 이를 뒷받침하는 수질분석이 이뤄지기는 처음이다.
낙동강 합천·창녕보에서 상류로 4㎞가량 떨어진 경북 고령군 우곡면 연리 낙동강변 들판 곳곳에는 조그만 웅덩이들이 파여 있다. 지난 10월 말부터 농경지 침수현상이 나타나자 농민들이 그 정도를 관측하기 위해 파놓은 것들이다. 웅덩이들은 지표면에서 50㎝가량 아래까지 물이 차올라 있다.
지난 23일 웅덩이 주변을 돌아보던 마을 주민 곽상수(42)씨는 “마을 특산물인 ‘고령 그린수박’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이달 말부터 다음달 중순까지 모종을 심어야 한다. 하지만 수박은 지하 2m까지 뿌리가 내려가는데, 현 상태에서는 심어봐야 뿌리가 물에 젖어 썩기 때문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답답해했다.
침수현상의 원인을 두고 한국수자원공사 쪽이 빗물과 농업용수가 고여서 일어난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주장하자, 농민들은 농경지 아래쪽 합천·창녕보의 담수로 강물의 수위가 올라가면서 강으로 빠져나가지 못한 지하수가 차오른 탓이라며 전문기관에 수질분석을 맡겼다. 결과는 농민들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결과는 4대강 보에 담수가 시작된 10월 말 이후 나타난 다른 지역의 침수현상 또한 4대강 사업과 관련됐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경북 성주군 선남면·용암면, 경남 창녕군 유어면, 경남 창원시 북면 등이 이런 곳들이다.
경상북도농업기술원이 구덩이마다 차오른 물의 성분을 분석한 결과, 물 1ℓ당 칼륨 2.9㎎, 칼슘 214.7㎎, 마그네슘 50.3㎎, 철 0.2㎎, 망간 24.9㎎ 등 각종 미네랄 성분의 함유량이 높은 것으로 나왔다. 이에 대해 김좌관 부산가톨릭대 교수(환경공학과)는 “미네랄 성분이 풍부하며 특히 칼슘의 농도가 매우 높은 것을 볼 때 지하수인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지하 50㎝가량 지점에 고여 있는 빗물이라면 흙 속의 미네랄 성분이 이렇게 많이 녹아 있을 수 없고, 질소 성분이 매우 적게 검출된 것을 볼 때 비료나 농약의 영향도 거의 받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땅속에 흐르던 지하수가 지표면 가까이 차오른 것으로밖에는 설명할 방법이 없다”고 덧붙였다.
박재현 인제대 교수(토목공학과)도 “합천·창녕보가 완공되면서 인근 낙동강 수위가 지하수 수위보다 높아짐에 따라 강으로 빠져나가지 못한 지하수가 지표면에까지 차오른 것”이라며 “현재는 합천·창녕보 관리수위인 10.5m보다 3m가량 낮은 상태인데, 앞으로 관리수위만큼 물을 채우면 침수피해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수자원공사는 “자체 조사에서도 철, 망간 등 미네랄 성분의 농도가 높은 것을 확인했다”며 “하지만 성분분석만으로는 이 물이 어디에서 온 것인지 단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주민들과 협의해 정밀조사를 벌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령/글·사진 최상원 기자 c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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