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트리 선정 2011년 10대 트윗
11.12.26 12:41 편집자

연말을 맞아 위키트리는 올해의 베스트 트윗 10개를 선정했다. 각종 트위터 보조사이트에서 집계한 리트윗(RT) 수와 함께, 트윗 하나가 얼마나 많은 파장을 일으켰는지 등을 선정 기준으로 삼았다. 

수억개에 달하는 엄청난 총 트윗 수, 한 계정당 저장되는 트윗 수 제한 등 문제로 우리 시야에 들어오지 못한 트윗도 무수히 많았으리라 본다. 그러나 트위터 속성상 '문제의 트윗'은 반드시 확산되기 마련이기에 관련 트윗들을 수집하는 게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추천 트윗을 올려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 드린다. <편집자주>


1위 “한복이 위험한 옷이라서 입장불가하답니다” 


(한복디자이너 담연 이혜순 선생)

트위터가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이 질문에 실마리를 주는 사건이 지난 4월에 있었다. 한복디자이너 이혜순 선생이 신라호텔 레스토랑 입장 거부 당한 사실이 @joynzuui이 쓴 트윗 하나로 세상에 알려졌다.@joynzuui은 이혜순 선생의 전화를 받고 이 사실을 알았다고 했다. 파문은 컸다. 기성 언론에서도 앞다퉈 이 사건을 다뤘으며 국회에서도 논의되는 등 정치권에까지 불똥이 튀었다. 결국 신라호텔 측은 "당시 지배인이 미숙하게 대응한 것이며 한복 제한은 없다"며 사과했다. 

트위터가 중동에서 '아랍의 봄'을 만들어냈다면, 한국에선 적어도 작은 '한복의 봄'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트윗 하나가 준 파급력이라는 측면에서 올해 이에 견줄 만한 트윗이 없다. 내년 또다른 봄들이 찾아오기를 기대한다.   


2. "이명박 대통령을 존경합니다" 






올해만큼 트위터상에서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존경심'이 바닥으로 떨어진 시기도 없다. '가카는 그러실 분이 아닙니다'는 문장이 유행어가 된 데에는 그런 밑바닥 정서가 있다.    


진중권씨의 이 만우절 발언도 '진중권은 그러실 분이 아니기에' 몸이 떨리도록 아이러니했다. 이 트윗은 당시 위키트리 '최고의 만우절 드립' 설문조사에서도 최고의 트윗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3. "무상으로 승합차 기부해 주실분을 찾습니다. 도와 주세요" 






(출처=@mediamongu. 트위터 성금 모금으로 탄생한 '희망승합차')


일본 위안부 할머니 1000번째 시위는 전세계가 주목했다. 그러나 그 천번의 집회에 이르기까지 그 길고 긴 시간, 할머니들은 잊혀진 존재였다. 승합차가 낡아 자동차 회사에 후원을 요청했지만 모두 거절당했다고 한다. 지난달 '미디어몽구'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진 김정환씨는 "20년 가까이 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의 사죄를 요구하고 있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이동 수단인 승합차가 10년이 넘어 문도 잘 안 닫히고 운행 중 멈추는 등 위험한 순간이 종종 생긴다고 합니다"며 성금 모금을 시작했다. 결과 2주만에 5000여 만원이 모였고 '희망승합차'라는 이름의 새 봉고차가 탄생했다. 


4. "네이트 새 비밀번호란에 7dYK8nu&Yz*vhBhE를 넣었더니 '안전하지 않음'이랜다. 하긴 네이트에 저장해서 안전할 비밀번호가 있겠냐마는" 
(@danew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후 대국민 사과하는 네이트 관계자들)


지난 7월 네이트 서버 해킹으로 가입자 3500만 명의 개인정보가 몽땅 유출되는 충격적 사건이 있었다. 이후 네이트 탈퇴 러시가 이어지고 경찰이 수사에 나서는 등 엄청난 후유증이 뒤따랐다. 네이트는 이틀만에야 해킹 사실을 파악하고 부랴부랴 보안을 강화했다.  


이 당시 한 트위터리안이 누가 봐도 상당히 강력해 보이는 새 비밀번호를 만들었으나 이마저도 '안전하지 않다'고 뜨는 웃지 못할 일도 있었다. 위키트리 편집진도 설마하는 심정으로 이 비밀번호를 직접 넣어보고 실제 안되는 것을 확인하기도 했다. 아마 (사람은 알 수 없고 컴퓨터만 인식하는) 너무나 간파당하기 쉬운 비밀번호 규칙이 숨어 있었나 보다. 


5. “25% 투표율이 '사실상' 승리라면 , 파리도 '사실상 ' 새라고 봐야죠”  



홍준표 한나라당 전 대표는 지난 8월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 투표율이 개함 기준 33.3%를 달성하지 못한 것과 관련, "이번 주민투표의 투표율과 각종 여론조사의 수치를 종합해 보면 주민투표는 사실상 오세훈 서울시장이 승리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사실상 승리' 발언은 트위터상에서 엄청난 패러디 열풍을 일으켰다. 이 패러디 행진을 촉발시킨 트윗은  '사실상' 시골의사 박경철씨가 날린 바로 저 트윗이었다. 


당시 화제가 된 사실상 패러디 트윗을 모아봤다.   


"오세훈 (시장)이 '사실상 승리'했다는 홍준표 (대표)야, 그런 식이면 나도 '사실상 남친'있다" (@byguilty)
"은행아 은행아 25% 넘게 갚았으니 사실상 다 갚은 걸로 해주면 안되겠니..." (@zingsori)
"보온병도 '사실상' 포탄입니다" (@vanillapunch)
 "등록금 25.7%만 내면 사실상 다 낸거죠? ㅋㅋ" (@personalcrusade)



6. "정리해드립니다. 인천항 홍대항 강남항 서울대항 배편 끊겼습니다."


(당시 신대방항 모습 @beautysoo0



(대치동항 모습. @skyblue4832)


7월 26일과 27일 서울지역에 기록적인 집중폭우가 쏟아지면서 피해가 잇달았다. 이때 기존 언론이 몇시간 동안 보도를 내지 못한 상황에서 트위터는 발빠르게 관련 소식을 전했다. 이 와중에도 트위터리안들은 해학을 잊지 않았다. 위의 '인천항 홍대항 강남항 서울대항 배편 끊겼습니다' 트윗은 당시의 긴박한 상황을 한 마디로 집약해줬다.   


트위터 세계에서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존재한다. 파워 트위터리안이 날리는 '시덥잖은' 한마디도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반면, 팔로워 수가 적은 일반인의 트윗은 영향력을 얻기가 쉽지가 않다. 그러나 '트위터 날씨 생중계' '트위터 교통방송' 등은 트위터리안 개개인의 힘이 그 어떤 영역보다 힘을 발휘하는 영역이라 할 수 있다. 그 트위터리안이 바로 그 현장에 있기 때문이다.  
 

7. “"마치 결혼 전 옥탑방에 살던, 지금은 내 동반자가 된 이 사람이 눈을 감은 것만 같아 자꾸 가슴이 아파온다" (@kbsminjung)
 






(故 최고은 작가)


지난 1월 시나리오 작가 최고은씨가 병마와 가난과의 싸움 끝에 월세방에서 변사체로 발견됐다. 많은 추모 트윗들이 이어졌으나, 고민정 KBS 아나운서의 이 트윗만큼 가슴을 울렸던 트윗은 없었다. 


시인 조기영씨와 결혼해 '시인의 아내'로 알려진 고 아나운서는 "마치 결혼 전 옥탑방에 살던, 지금은 내 동반자가 된 이 사람이 눈을 감은 것만 같아 자꾸 가슴이 아파온다"며 "연애시절 보게 된 그의 시에서 그는 몇 백 원이 없어 수 시간을 걸어 집에 갔다고 했다. 그걸 보고 한참을 울었던, 잊고 있었던 그 기억이 자꾸만 떠오른다"고 트위터에 썼다. 아나운서는 돈많고 조건 좋은 남자와 결혼한다는 인식을 깬 그였기에 이 트윗은 많은 반향을 일으켰고, 많은 이를 눈물짓게 했다. 


8.  "트윗은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태양이 그리울뿐이다!“ 





(출처=울산노동뉴스 푸르나)


지난 1월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은 한진중공업 정리해고자 복귀를 요구하며 85호 크레인에서 고공농성을 시작했다. 이때 그는 35m 아래 세상과 소통하기 위해 트위터를 시작했다. 

하지만 전력이 차단되면서 트위터를 한동안 사용할 수 없게되는 일이 벌어졌다. 주변 지인의 도움으로 태양광을 이용해 배터리 충전에 성공했는데, 그때 그가 처음으로 날린 트윗이었다. 김진숙 위원은 309일만에 내려오면서 ' 트위터 노동운동'의 한 획을 그었다.   


9. “ㅋㅋㅋㅋㅋㅋㅋ 귀여우세요"  


(당시 트윗 캡쳐 사진)


지난 10.26 재보궐 선거 당시 좀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서울시장에 출마한 나경원 전 의원(@Nakw)의 트위터에 "서울시민인 대학생입니다. 토론회 보고 나경원 후보를 지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홈피에 들러봤습니다. 끝까지 좋은 모습 보여주시길 부탁드려요”, "이거 정말 감동적인데요" "정말 저 친구들이 의원님 좋아하는거 같아 보여요 지지합니다" 등과 같은 '자화자찬(?)' 내용의 트윗이 연달아 올라온 것이다. 나경원 의원 측은 "홈페이지 댓글과 트위터를 연동하는 과정에서 오류가 있었다"고 해명했지만 이후 트위터리안의 패러디 대상이 되는 것은 면치 못했다.  



10. “RT 10회당 충전식 손난로(터치스톤 D20) 1대를 홍대 어머님들께 보내드리겠습니다”



지난 1월 해고된 홍대 청소경비 노동자들 사건이 이슈로 떠올랐다. 이때 이노케어시스템즈라는 어느 손난로 회사가 홍대 아주머니께 '손난로' 제공 의사를 밝히며 화제가 됐다. 이 트윗은 순식간에 엄청난 리트윗을 기록했고, 회사 측은 120개의 손난로를 홍대 청소 아줌마들에게 전달했다. 이 손난로는 정가가 약3만8천원. 적어도 450만원 어치 손난로를 기증한 셈이다. 

Posted by civ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