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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초과근무 했는데 기록엔 ‘정시퇴근’…파리바게뜨 ‘임금꺾기’ 드러나
등록 :2017-06-27 05:00 수정 :2017-06-27 09:31


파리바게뜨 가맹점 협력업체
제빵기사 근태 조작 연장수당 미지급

서울 서초구 양재동 에스피씨(SPC)본사.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서울 서초구 양재동 에스피씨(SPC)본사.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하루종일 밥도 못 먹고 저녁 늦게 퇴근해서 집에 돌아왔는데, 퇴근시간 ‘조정’돼 있는거 보는 게 제일 힘빠졌어요.”

파리바게뜨 협력업체가 파리바게뜨 가맹점에서 일하는 제빵기사들의 퇴근시간을 조작하는 방식으로 연장근로수당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은 사실이 확인됐다. 지난해 ‘임금꺾기’로 고용노동부의 근로감독에서 이랜드파크 외식사업부를 비롯한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적발된 가운데, ‘전산조작’을 통한 임금꺾기가 또 확인된 셈이어서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26일 이정미 정의당 의원이 공개한 파리바게뜨 협력업체인 ㄱ사 소속 제빵기사의 근태 전산기록을 보면, 저녁 7시~밤 9시인 퇴근시간이 오후 4시30분 안팎으로 수정돼 있었다. 제빵기사들은 기본근무 8시간에 고정연장근로 1시간을 하기로 근로계약해 하루 노동시간이 9시간이다. 휴게시간 한시간을 포함한다면, 새벽 6시30분에 출근한 노동자는 오후 4시30분에 퇴근해야 한다. 협력업체가 임의로 추가적인 연장근로수당이 발생하지 않도록 적게는 1시간 많게는 4시간까지 전산을 조작한 것이다.

ㄱ사 제빵기사인 ㄱ씨는 “가정의 달이나 크리스마스 시즌 한두번을 빼곤 연장근로수당을 제대로 받아본 적이 없다”며 “ㄱ사가 전산에 입력된 퇴근시간을 바꿔놨다”고 주장했다. 제빵기사 ㄴ씨는 “사장님(가맹점주)이 연장근로를 ‘달아줘야’(인정해줘야) 하는데 대부분이 잘 안 달아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ㄱ씨 뿐만 아니라 <한겨레>가 만난 다른 제빵기사 4명도 같은 취지로 주장해, 시간 조작이 광범위하게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제빵기사들이 제대로된 연장근로수당을 받지 못한 데는 이들의 고용형태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가맹점주는 제빵기사를 자신의 가맹점에서 사용하는 대가로 ‘용역비’를 협력업체에 지급한다. 이들을 상담한 이정미 의원실 관계자는 “제빵기사들의 연장근로수당이 발생하면 이 부담을 가맹점주들이 추가비용으로 부담해야 하는데, 가맹점주를 고려해야 하는 협력업체가 퇴근시간을 임의로 조정한 것으로 보인다”며 “가맹본부와 가맹점주 사이의 관계에서 노동자들이 피해를 보는 꼴”이라고 말했다.

이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장시간 노동이다. 이들의 근로계약서에는 한달 휴일이 6일에 불과한데다 고정된 휴무일이 없다. 휴일·연장근로수당을 다 합쳐도 2~3년차 제빵기사의 한달 실수령액은 200만원대 초반에 불과하다. 3년차 제빵기사인 ㄷ씨는 “15일 연속으로 일한 날도 많고, 휴무일정을 짤 때 서로가 미안해야 하는 것이 부당하게 느껴진다”며 “아플 땐 그냥 당당하게 아프다고 말하고 쉴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파리바게뜨 쪽은 협력업체가 연장근로시간의 임의조정한 사실을 시인했다. 파리바게뜨 관계자는 “가맹점주협의회와 협의해 미지급 연장근로수당은 지급할 예정”이라면서도 “초과근무 발생여부에 대한 사실관계를 가맹점주들과 구체적으로 확인해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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