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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 지역 의원들, ‘보스’ 눈치 보고 있다
지방선거 앞두고 참패 전망 어두운 그림자… 지역구 의원 눈치 보며 민심 저울질하는 분위기
이재진 기자 jinpress@mediatoday.co.kr 2017년 07월 04일 화요일

문준용씨 특혜 채용 의혹 녹취록 허위 조작사건이 터지면서 국민의당 호남 지지율이 급속히 빠지고 있다. 당의 존립마저 위태롭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국민의당 소속 지역 의회 의원들은 불안감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

미디어오늘이 (주)에스티아이에 의뢰한 지난 5월 정기여론조사 정당지지도와 국민의당 사건이 터지고 난 뒤 실시한 6월 정기여론조사 정당지지도를 비교해보면 국민의당 지지율은 7.4%에서 6.8%로 내려앉았다. 연령별로 보면 50대(10.2%→6.3%)와 60대 이상(11.4%→10.7%)에서 하향곡선이 뚜렷하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 지역은 7.9%에서 6.1%로 떨어졌다. 강원·제주 지역에서는 8.3%에서 0%로 주저앉았다. 광주·전남·전북 지역 지지율은 21.0%에서 19.9%로 떨어졌다. 호남지역에서 지지율이 소폭 하락한 것 같지만 바닥 민심을 들어보면 체감온도는 확연히 다르다.

지방선거를 뛸 ‘선수’들의 속내도 복잡해졌다. 이대로 가면 1년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에서 참패할 게 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특히 지방자치단체장은 내년 지방선거 성적을 가를 핵심적인 자리다. 중앙정치로 가기 위한 징검다리 성격도 있어서 어느 당 소속인가가 운명을 가른다.

자치단체장의 탈당 움직임에 주목해야 될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당 소속 박홍률 전남 목포시장은 지난달 29일 취임 3주년 기자회견에서 “국민의당 중앙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조작사건에 대해 심히 실망을 금치 못한다”며 “시민들의 여론을 지켜보고 신중하게 고민하겠다”고 밝히면서 지역 정가를 뒤흔들었다. 국민의당 사건의 심각성을 강조하기 위한 원론적인 발언이라는 해석도 나오지만 실제 탈당을 염두에 둔 사전 정지 작업이라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목포시는 박지원 의원이 버티고 있는 지역으로 국민의당 지지세가 호남 지역 내에서도 가장 센 곳으로 통한다. 그런데 이번 국민의당 사건으로 단체장이 향후 진로를 모색할 정도로 균열을 일으킨 것이다.  

박 시장의 탈당 얘기가 나오자 박지원 의원은 박 시장과 통화 내용을 소개하면서 “향후 거취 문제를 자신과 논의하겠다고 알려왔다”고 전했다. 목포 지역에서 일명 ‘보스’로 통하는 박지원 의원이 탈당 움직임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뜻을 강력히 밝힌 것으로 보인다. 

목포시 의회는 국민의당 14명, 민주당 6명, 정의당 2명으로 구성돼 있다. 국민의당 소속 의원들은 하나같이 탈당 움직임에 대해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고승남 의원은 “당을 보고 생활하고 정치를 한 것은 아니다. 국민들의 의도를 잘 반영하고 그런 모습을 보이면 뽑아주는 것이다. 당을 떠나서 의정생활을 했다”고 말했다. 이기정 의원은 탈당과 관련해 “아직은 시기상조”라며 선을 그었다. 이 의원은 “국민의당 사건은 검찰 조사를 하고 있으니 좀 더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안철수 전 대선후보가 자신의 선거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니 말을 해야 한다. 총체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 나 몰라라 하고 있으면 안된다"고 말했다. 

호남 지역 의원들이 불안감은 크지만 섣불리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 건 소 잃고 외양간까지 잃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정의당 소속 여인두 의원은 “바닥 민심은 험악할 정도의 얘기가 나오는데 지역 정치권은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분위기가 퍼져 있다”며 “국민의당 소속 시의회 의원들 입장에선 섣불리 움직였다가는 이도저도 아닌 게 된다는 걸 잘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시점에서 탈당해 당적을 옮기면 악재가 터지니까 민주당으로 돌아온다는 비난만 받게 되고 민심도 진정성을 의심하게 되면서 양쪽으로부터 공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여 의원은 “국민의당과 달리 민주당은 지역 지지기반이 탄탄하다. 이번 사건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민주당으로 갔을지 모른다. 하지만 지금 탈당하면 민주당과 민심 양 쪽에서 샌드위치 신세가 되고 순수성을 의심받게 된다. 탈당을 해도 파장 자체가 미미하다. 개별 의원들 한둘 나간다고 해도 눈치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

▲ 안철수 전 대선후보
▲ 안철수 전 대선후보

목포시 국민의당 소속 의회 의원들은 박지원 의원과 함께 민주당을 나와 국민의당에 집단 입당했다. 앞으로 이들의 운명도 박지원 의원을 따라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소위 ‘보스’가 죽지 않았기 때문에 눈치를 보고 있지만 보스가 몰락한다면 연쇄 탈당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호남이 국민의당을 끝까지 지키는 ‘진지’가 될 수 있지만 보스가 몰락하는 신호가 감지되면 도미노 탈당은 시간문제라는 지적이다.

장흥군 의회 김화자 의원이 탈당계를 제출한 것도 예견된 수순일 뿐이라는 게 지역 정가의 평가다. 김 의원은 국민의당 소속으로 최초 탈당계를 제출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김 의원은 민주당 비례로 의회에 입성한 후 수년간 무소속으로 있다 국민의당에 입당한 경우다. 국민의당 사건이 터지고 난 뒤 탈당한 것을 두고 지역 정가에서 큰 의미부여를 하지 않는 이유다. 

장흥군 한 의원은 “사실 김 의원은 오랫동안 무소속으로 있다 국민의당으로 와서 탈당한 경우로 민주당과 함께 있었다고 보면 된다”며 “다른 의원들의 경우 지역구 황주홍 의원을 지지하고 국민의당으로 온 것인데 민주당으로 오고 싶어도 진정성이 없어 보이니까 말을 못하는 것 같다. 황 의원만 아니었다면 민주당으로 오고 싶어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황 의원은 지난 1일 장흥군 국민의당 소속 의원들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당 사건이 터지고 난 뒤 지역을 단속하는 차원에서 이뤄진 만남이었다는 분석이다. 

국민의당은 대선 패배 이후 당을 재건시킬 수 있는 기회의 장으로 광주시장 선거를 벼르고 있었지만 이번 사건으로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했다.  

지난해 4·13 총선에서 국민의당은 광주 8개 지역구를 싹쓸이했다. 대선 직전까지 호남의 선택에 기대를 걸었지만 문재인 대통령에 크게 밀리는 결과가 나왔다. 1년 앞으로 다가온 광주시장 선거에서 설욕을 해야지만 호남 지지세를 회복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는데 이번 사건으로 발목이 잡힌 것이다. 

민주당 소속 윤장현 광주시장은 재선에 뜻을 두고 있지만 민주당 소속 인사들의 출마가 봇물을 이룰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반면 국민의당은 중량감있는 인물들이 후보로 거론되고 있지만 이번 사건을 해결하지 않고서는 사실상 경쟁력이 없다는 평가다.

출마의 뜻을 밝힌 민주당 소속 민형배 광산구청장은 광주시장 선거 구도에 대해 “당내 경선은 물론 다른 당과의 경쟁도 구도는 단순할 것”이라며 “국민의당은 광주 국회의원 8석을 가지고 있어 뚜렷한 색깔이 형성됐고, 민주당은 아직 뚜렷하지 않지만 대선을 통해 형성된 색깔이 있고 이미 주민들이 그것을 보고 있다. 굳이 표현하자면 기존 낡은 것과 새 정치의 구분이 명백하게 나타날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민 구청장은 국민의당 사건을 언급하면서 “기존 기득권 낡은 정치세력과 새 정치, 시민정치 세력의 구도가 명확하게 대립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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