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hani.co.kr/arti/politics/defense/802421.html

“불편하고 일방적인 동맹서 투명하고 당당한 동맹으로”
등록 :2017-07-12 05:02 수정 :2017-07-12 15:28


[미군기지이전 잃어버린 10년] ③ ‘새로운 한미동맹’ 목소리 확산
“주민·전문가 등 협의체 통해 주한미군 시민사회 통제 필요”

“주한미군의 비용-편익 분석은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을 ‘공짜 돈’처럼 취급한다.”

2013년 4월 미국 상원 군사위원회가 펴낸 보고서 <미국의 해외 주둔군 지원 비용과 동맹국들의 분담>의 한 대목이다. 보고서는 2장 ‘주한미군 주둔 관련 비용’ 중 ‘한국 분담금의 의심스러운 사용’이란 절에서, 캠프 험프리(평택 미군기지)에 1040만달러(약 120억원)를 들여 군사박물관을 건립하고 500만달러(약 57억원)을 들여 제과·제빵 시설을 지으려는 계획을 비판하며 “군사건설비 분담금을 임무상 필수적인 곳에 사용하는 게 더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두 시설의 건립 계획은 나중에 철회됐다.

주한미군이 한국의 분담금을 헤프게 쓰는 행태는 미국 의회에서조차 도마 위에 오른다. 그러나 정작 한국 정부는 미군 앞에서 무능했고 시민사회의 힘은 미약하기만 했다. 2013년엔 시민단체 평화와통일을찾는사람들(평통사)이 감사원에 국방부와 외교부에 대한 ‘분담금 공익감사’를 청구했으나 기각된 바 있다. 한국은 연간 2조원에 가까운 직·간접 비용을 미국에 ‘안보 동맹’의 대가로 지원한다. 이와 별개로, 한국이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간 도입한 미국산 무기도 36조360억원어치로 단연 세계 1위다.

시민사회에선 현저하게 기울어진 한미 동맹이 냉전시대의 위계 구조에서 벗어나 시대 변화에 걸맞은 모델로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소파) 개정도 재론된다.

2013년 12월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상 회의실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2013년 12월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상 회의실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열린군대를위한시민연대의 박석진 활동가는 “우리 현대사에서 군부와 권위주의 정권들은 수십년간 국민을 폭력으로 지배했고 특히 주한미군은 한국군보다 성역이었다”며 “시민사회가 군을 민주적으로 통제하는 건 더 나은 사회를 위한 핵심 관건”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이 미국에 치르는 가장 큰 비용은 우리의 안보와 평화를 전적으로 미국에 의존하는 현실 그 자체”라며 “이젠 ‘미국이 동맹이고 우방이란 이유로 불평등한 관계가 지속돼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질 때가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가간 이해관계로 맺어진 동맹국 주둔군에 대한 시민 통제가 말처럼 쉬운 건 아니다. 특히 지구상 최후의 냉전 대결구도가 남아있는 한반도와, 평화헌법을 근거로 미국에 국가 안보를 기대온 일본은 더욱 그렇다.

미국 보스턴대에서 ‘한국과 일본의 미군기지 반대 운동’을 주제로 박사 논문을 준비 중인 김정현씨는 최근 <한겨레>와 한 이메일 인터뷰에서 “두 나라 모두 미국과 동맹, 그리고 미군의 주둔을 변수가 아닌 ‘상수’로 전제하고 있다”며 “그 때문에, 환경 오염이나 소음 등 생활 주변의 문제는 논의할 수 있지만, 미군 주둔의 정당성이나 그게 평화에 도움이 되는지 등 더 근본적 문제들은 논의하기 힘든 게 현실”이라고 진단했다. 한국과 일본에선 “미군 기지 문제에서만큼은 지방자치가 제대로 구현되지 않고 있으며 그게 당연히되는 게 현실”이라는 것이다.

2011년 10월 21일 한국진보연대, 전국여성연대, 민주노동당 등 정당,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경기도 의정부지법 앞에서 지난달 24일 발생한 동두천 미군의 10대 여학생 성폭행사건을 규탄하며 한미소파협정 개정을 촉구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2011년 10월 21일 한국진보연대, 전국여성연대, 민주노동당 등 정당,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경기도 의정부지법 앞에서 지난달 24일 발생한 동두천 미군의 10대 여학생 성폭행사건을 규탄하며 한미소파협정 개정을 촉구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김씨는 그러나 일본 미군기지가 있는 오키나와현과 가나가와현에는 주민권익 운동의 뿌리가 깊다며 그 선례들을 3가지 유형으로 정리해 소개했다. 첫째, 지방자치단체장의 권한 활용으로, 미군 공여지 제공 서명을 거부하거나 기지 공사를 불허하는 방식이다. 둘째, 기지 이전이나 재편 등에 반대하는 주민투표다. 셋째는 주민청원을 통한 중앙정부 압박이다. 그는 “한-미-일 세 나라의 최상위 엘리트 집단의 전략적, 지정학적, 정치적 결정으로 세계 최강 군대인 미군이 움직이지만, 그 결정에 실질적이고 직접적 영향을 받은 이들은 미군기지 주변의 지역 주민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예비역 해군 중령인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시민사회가 주한미군에 ‘건강한 감시자’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한미 관계는 특정 이념을 공유하는 ‘가치 동맹’이 아니라 공동 목적을 위해 협력하는 ‘동맹 정신’에 바탕해야 한다”며 “ 지금의 ‘불편하고 일방적인 동맹’이 ‘투명하고 당당한 동맹’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처음으로 주한미군 환경 조례 제정을 주도한 양근서 경기도 의원은 “군과 지역사회의 갈등 해결이 ‘군-관’ 협력에서 ‘민-관-군’ 협력으로 발전해야 한다”며 “정부와 군 당국 뿐 아니라 민간인 전문가, 시민단체, 주민 대표도 참여하는 협의체를 통해 주한미군에 대한 시민사회의 통제를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4월 서울에선 참여연대, 평화네트워크 등 10여개 민간단체가 ‘주한미군 평택 시대, 의미와 과제’라는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 미군문제연구위원인 김유정 변호사는 발제에서 “1966년 체결된 한미 소파는 국민 의식과 기본권이 향상되고 지방자치가 활발한 현실과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며 “소파 본 협정에 환경권·보건권 조항과 한국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의 미군 통제 규정을 신설하는 등 시대에 맞게 개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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