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347525


예비군 훈련 교관 "촛불집회, 동원령 가능 상황"
[단독] 교육 중 위서인 '환단고기' 적극 권유하기도... 육군 "몰랐다"
17.08.01 17:16 l 최종 업데이트 17.08.01 17:43 l 정현덕(y3k3501)

예비군 향방작계 훈련에서 교관이 예비군 동원령이 선포될 수 있는 예시로 5·18광주민주화운동과 박근혜 퇴진 촛불집회를 들었다. 교육 초반에는 위서인 환단고기를 읽어보라는 권유도 수차례 이뤄졌다. 

1일차 안보 특강 예비군은 잠들었고, 교관은 무의미한 설명만 한다.
▲ 예비군 교육이 진행중인 강당 위 사진은 본 기사의 내용과 무관합니다. ⓒ 김종훈

6년차 예비군인 기자는 향토방어를 위한 작전훈련인 향방작계훈련을 고향인 경남 거창의 육군부대에서 받았다. 서울 집을 이사하는 사이 고향 집으로 주소를 이전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21일 오전 실내 학과인 '예비군 동원 절차' 교육이 시작됐다. 동원령이 발령되면 예비군들이 어떤 절차를 거쳐 소집돼 군에 편입되고 예비군 각자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교육이다. 

"5·18, 촛불집회 상황에서 동원령 가능, 무장소지·과격시위니까"

예비군 30여명 앞에 선 교관은 "동원령이 언제 내려지는지 아느냐"고 물었다. 그는 이어 "5·18 민주화사태, 광화문 촛불집회 등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교관이 말한 '5·18 민주화사태'는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광화문 촛불집회'는 지난해 10월말부터 매주 이어진 비선측근 최순실씨의 국정농단의 책임을 물어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혹은 하야를 요구한 촛불시위를 일컫는 게 명백했다. 

교관이 빔프로젝터로 게시한 문구는 다음과 같다. 

동원령 선포가 가능한 예
- 적 또는 반국가단체의 지령을 받고 무기를 소지한 자를 소탕·경계하기 위해
- 경찰력만으로는 진압 또는 대처할 수 없는 무장소요의 경우

예정했던 교육이 진행되고 질문 시간에 기자는 손을 들어 문제를 제기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광화문 촛불집회를 동원령이 발령 가능한 예시로 들었는데, 두 사례에 참여한 시민들이 적 또는 반국가단체의 지령을 받은 자들에 해당되느냐'는 요지로 교관에게 물었다. 

교관은 단호히 "안 되죠"라고 답했다. 교관은 "경찰력만으로 진압 또는 대처할 수 없는 무장소요의 경우에 해당한다"고 답했다. 광주민주화운동과 광화문 촛불집회가 빔프로젝터로 게시한 두 번째 경우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교관은 이어 주머니에서 자동차 열쇠를 꺼내 들고는 "자동차 열쇠로 사람을 치면 '흉기소지'가 된다"며 "무장소지라는 것은 각목을 들고 이렇게 하는 것, 주로 무장시위 같은 걸 할 때 죽창을 들고 찌른다. 과격시위 같은 것을 의미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때는 동원령이 발령되지 않았다고 말씀드렸다"고 설명했다. 

교관의 설명에 기자는 '촛불집회에선 시민들이 무기를 소지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예로 든 사례에 해당하지 않는 게 아니냐'고 반문하며 예비군 교육을 하며 그 같은 사례를 든 것은 부적절했다는 의견을 밝혔다. 교관은 "그럴 것 같다. 예를 잘못 든 것 같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교관은 다시 "그런데 교관이 알기엔 일부는 과격시위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일단 부적절한 예시를 들었다고 인정을 했지만, 촛불시위가 과격했고 따라서 크게 틀린 예시는 아니었다고 항변한 셈이다. 

박근혜 퇴진 요구 촛불시위가 평화적이었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다. 100만명이 넘게 참가한 사례가 수차례 있었지만 별다른 안전사고도 일어나지 않아 세계적으로도 평화 시위 사례로 널리 인정받았다. 당시 <오마이TV> 생중계 보도 때문에 거의 매 주말 집회현장을 지킨 기자가 알기에도 교관이 말한 과격시위는 없었다. 

 예비군 훈련을 앞두고 꺼낸 전역모와 벨트
▲  위 사진은 본 기사의 내용과 무관합니다. ⓒ 김민규

"환단고기, 집에 가서 꼭 읽어보세요"

해당 교관이 부적절한 내용으로 예비군 교육을 진행한 것은 동원령 발령 예시뿐만 아니었다. '예비군 동원 절차' 교과를 시작한 교관은 약 10분 간  예비군에게 '도리도리' '잼잼' '곤지곤지'가 내포한 '천지만물의 이치'를 설명했다. 

도리도리(道理道理)
동작 : 머리를 좌우로 돌리는 동작
- 천지의 만물이 무궁무진한 하늘의 도리(道理)로 생겨났듯이 너도 道理로 생겨났음을 잊지 말라는 뜻이며, 대자연의 섭리를 가르치는 뜻입니다.

이런 내용을 스크린에 비추며 '잼잼' '곤지곤지' 등 비슷한 내용 10가지를 상세히 설명한 교관은 "역사고서 '환단고기'에 나오는 내용"이라며 "배울 것이 많은 훌륭한 책이다. 여러분도 집에 가서 꼭 읽어보라"고 권했다. 환단고기를 읽어보라는 권유는 3~4차례 반복됐다. 

환단고기는 한국상고사를 서술한 책으로, 고조선 이전부터 고려까지의 역사를 서술했다. 역사학계에서는 현대에 와서 쓰여진 위서로 간주하며 사료의 가치는 없다고 본다. 증산도는 2011년에 환단고기를 교리화 했고 별도의 역본을 펴내 보급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실 교관이 예비군에게 소개한 내용은 환단고기에 실린 내용이 아니다. '단동10훈'이라 불리는 이 전통육아법은 구전되어 온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해당 교관은 이 같은 내용을 약 10분간, 예비군 동원과 관련된 내용을 약 30분간 진행했다. 학과를 진행할 때 강의 초반 교육생의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흥미를 끌 만한 이야기로 시작하는 것은 군에서 교안작성 요령으로 권장되는 일이다. 

하지만 해당 교관의 교육에서는 '환단고기 권유'가 반복됐고, 예비군 관련 내용에서도 광주민주화운동과 광화문 촛불집회를 동원령 발령 가능한 상황의 예시로 드는 등 부적절한 내용이 많았다. 또 개인이 동원령에 따라 군 부대로 입소하기 위해 반드시 알아야 할 '집결지 행동', '인도 인접 절차' 등에 대한 교육은 생략되다시피 했다. 이 같은 점에 기자가 문제를 제기하자 교관은 "앞으로 주의하겠다"고 말하고 자리를 떠났다.

이같이 부적절한 내용으로 교육을 진행한 박아무개 교관은 장교 전역 뒤 지난 2009년 예비군 교관으로 부임한 이 지역 예비군 면대장이다. 교육 직후 기자가 문제를 제기하자 부대에서는 박 교관이 이같은 내용으로 학과를 진행하는지 몰랐다고 밝혔다.

육군본부 "재발방지, 철저 점검"

육군본부 공보과는 지난달 26일 "이번 사안은 시스템의 문제가 아닌 개인적인 문제로 확인되었고 해당 인원도 본인의 과실임을 인정했다"고 밝혔다. 육군본부는 "재발방지를 위해 이번 사례를 육군의 전 예비군 훈련부대에 전파 및 교육하고 사전 교육준비상태를 철저히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부대와 육군본부 모두 예비군 교육에서 부적절·부실한 내용의 교육이 이뤄진 게 교관 개인 차원의 일이라 치부했다. 하지만 예비군 교육에서 '사고'는 끊이지 않았고, 그때마다 군은 교육 관리·감독체계를 강화해왔다. ▲ 대대장의 훈련장 순환 교육감독 ▲ 훈련 간 지역대장의 감독 ▲ 부적절한 교육 시 현장 조교의 보고 ▲ 일일 교육훈련결산시스템 ▲교육불만에 대한 대대장 현장 민원실 운영 ▲ 훈련생 인터넷 평가 등 여러 단계의 예방책이 마련돼 있는데, 하나라도 제대로 작동했다면 부적절한 내용의 예비군 교육은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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