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677904

[7신 보강 : 30일 오후 7시 50분]
안철수 "우리 모두 김근태에 빚졌다"
 
▲ 고 김근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64세로 별세한 가운데,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를 찾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조문을 마친 뒤 빈소를 나서고 있다. ⓒ 유성호

ⓒ 유성호

김근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빈소를 방문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이렇게 보내드리기에는 우리 모두 너무 많은 마음의 빚을 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참 안타깝고 슬픈 일"이라고 애도했다.
 
안 원장은 여느 조문객처럼 줄 서서 기다렸다가 조문했다. 기존 정치권이나 민주화 운동 진영 인사들의 조문은 충분히 예견된 것이었지만, 안 원장의 조문은 다소 이례적이었다. 생전에 김 상임고문과 안 원장이 어떤 인연을 갖고 있는지 알려진 바가 없기 때문이다.
 
김 상임고문이 '민주화 진영과 진보 진영의 유일한 가교'로 불릴 만큼 대표성을 띄고 있어, 대선 출마 가능성이 거론되는 안 원장이 김 상임고문에 대한 조문을 통해 민주·진보 진영과 접촉을 넓히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특히 안 원장은 최근 햇볕정책으로의 복귀를 주장하는 학자들과 접촉해 통일정책 구상을 다듬고 있다는 언론 보도도 이어진 상황이다.
 
그러나 안 원장은 영정 앞에서 헌화하고 유족을 위로한 것 외에는 침묵을 지켰다. 조문 뒤 접견실에서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유인태 전 의원 등과 인사를 나눴지만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취재진은 조문을 마친 안 원장에게 평소 고인과 어떤 인연이 있었는지, 안 원장의 조문이 어떤 정치적 의미가 있는지 등을 물었지만 안 원장은 30여 초 가량 묵묵부답하다가 "그런 이야기를 하기가 적절하지 않은 자리"라는 말만 남긴 채 차를 타고 현장을 떠났다.
 
▲ 고 김근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64세로 별세한 가운데,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를 찾은 '시골의사' 박경철 안동신세계연합클리닉 원장이 조문을 마친 뒤 빈소를 나서고 있다. ⓒ 유성호
 
안 원장뿐 아니라 박원순 서울시장과 박경철 신세계연합클리닉 원장도 연이어 빈소를 찾았다. 김 상임고문이 이사장으로 있던 한반도재단의 이사를 맡고 있던 박경철 원장은 울먹울먹한 목소리로 "오래전부터 존경하는 분이었다. 많은 분들이 족적을 기억할 것이고 그 분이 피우신 꽃을 계속 다듬고 기억하고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 원장은 "(고인은) 저희가 살지 못한 길을 가셨고, 평범한 우리들이 각자 자신의 길을 갈 수 있도록 초석을 놓아주신 분"이라며 "항상 마음에 부채의식을 갖고 있고, 이제는 한 시대의 상징으로 남았다"고 평가했다. 하루 전에도 투병 중인 김 상임의장을 찾아왔던 박 원장은 "지난 8월 말에 도봉구에 일이 있어 찾아 갔다가 뵀을 때는 건강하셨다"며 더욱 안타까워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김 상임고문은) 엄혹한 군사독재 시절 온몸을 바쳐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사회를 이상적인 상태로 돌리고 정의를 회복하는 일의 지도자"라며 "아직 할 일이 많으신데 아쉽게도 가셔서 너무 가슴이 아프다. 살아남은 우리들이 고인이 못 다 이룬 민주주의의 꿈을 이룩할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 김근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별세한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인의 빈소에 배우 박철민이 조문한 후 오열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연기자 박철민씨도 빈소를 찾았다. 정치인 유세에 나서지 않지만 김 상임고문한테만은 유일하게 선거 유세를 도와줬다는 박씨는 "아파트단지에서 유세를 할 때 '시끄럽게 하면 피해보는 분이 있을 수 있다'면서 (스피커를 쓰지 않고) '생목'으로 유세를 하시던 모습이 생각난다"며 "작은 것도 배려하고 약자를 위해 큰 목소리를 내신 분이 가셔서 굉장히 슬프다"고 말했다.
 
백기완 "이 늙은이가 죽어야 하는데 근태가 먼저 죽어"
 
▲ 고 김근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64세로 별세한 가운데,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를 찾은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이 조문을 마친 뒤 빈소를 나서고 있다. ⓒ 유성호

동지들이 먼저 가는 걸 하도 많이 봐서일까.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의 목소리는 평소와 다름 없이 걸걸했다. 그는 "이 늙은이가 죽어야 하는데 근태가 먼저 죽어 내가 부끄럽다"며 "신자유주의의 폐기를 위해 싸우다가 나도 쓰러지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김근태 상임고문이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고문을 당하고 돌아온 직후를 회상하며 "근태가 매 맞고 나왔는데, 나는 그 전에 매를 맞았거든. 내가 그 때 '매를 맞아보니, 매 맞아서 크는 키가 따로 있더라'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때 근태가 내 손을 잡고 눈시울을 붉혔던 일이 생각난다"고 했다.
 
백 선생은 다시 '매맞아 크는 키'에 대해 "연륜의 키가 아니라 역사의 키"라며 "역사적 진보의 축적을 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화운동의 투사들이 당한 고초가 결국 한 사회의 진보로 이어졌다는 얘기다.
 
이외에도 박희태 국회의장과 이부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이 빈소를 조문했고, 퇴근시간이 되면서 시민들의 조문이 늘어나 빈소 앞 행렬은 조금씩 길어지고 있다.


Posted by civ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