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신: 30일 오후 5시 48분]
말문 떼지 못한 손학규... 조정래 "우린 빨리 철 들어야"
 
▲ 고 김근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64세로 별세한 가운데,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를 찾은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가 고인의 영정사진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겨 있다. ⓒ 유성호

"음..... 아......"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는 가장 친한 벗을 잃은 슬픔에 쉬이 말문을 떼지 못했다. 기자들 앞에 섰지만 말을 내지 못한 채 뒤돌아 이마만 한참을 만지작거렸다. 그러다 꺼낸 첫 마디는 "김근태라는 친구를 가진 것이 참 자랑스러웠다, 친구였지만 그는 마음의 스승이었다"였다.
 
손 전 대표는 "그 올곧은 마음, 민주주의에 대한 뜨거운 열정, 항상 어려운 사람을 먼저 생각하고 남북이 하나 되는 것을 제일 먼저 생각한 김근태 의장, 우리는 너무 큰 사람을 잃었다"며 "(먼저 간 것이) 야속하다, 김 의장이 못다한 삶을 우리가 지고 이 나라 민주주의·남북평화·통일·함께 잘사는 나라를 이루겠다"고 스스로에게 다짐했다. 이어 그는 마지막 길을 가는 김 상임고문을 향해 "고문이 없고 억압 없는 세상에서 평화롭게 영면하길 빈다"는 말을 남겼다.
 
근거리에서 김 상임고문과 세월을 함께 한 이들은 "안타까움과 아까움"을 표했다.
 
▲ 김근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30일 오전 64세를 일기로 별세한 가운데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를 찾은 권양숙 여사와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유가족을 위로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권양숙 봉하재단 이사장과 함께 빈소를 찾은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우리나라 민주주의가 김근태 선배에게 크게 빚졌다"며 "2주 전 문병 갔을 때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여사가 통역해준 데 따르면 '야권 통합이 잘되길 바란다'는 뜻이었다, 쾌유를 기대했는데 안타깝고 슬프다"고 말했다.
 
문 이사장은 "(권 여사와 인 여사가) 금년 3월 권 여사가 봉하에서 혼자 외로우시다는 말씀을 듣고 김근태 선배 내외가 봉하를 방문했다. 노 전 대통령이 종로에서 당선될 때 김 선배가 자신 선거처럼 도왔었는데 그 추억을 회상하며 추모의 마음을 나눴다"고 전했다. 그는 "권 여사는 '김 상임고문이 하실 일이 많이 남았는데 돌아가셔서 안타깝다'는 마음으로 승용차를 타고 봉하에서부터 먼 길을 오셨다"고 말했다.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은 "2007년 대선 때 김 전 의장은 어렵게 대선 불출마 결정을 했고, 이를 통해 통합의 길이 열렸다"며 "그는 항상 대의를 위해 몸을 던졌다, (김 전 의장이) 힘들 때 봬서 마음에 맺힌다"며 비통해 했다. 김 상임고문과 고등학교 동문이라는 이회창 전 자유선진당 대표도 "정치인 중 처신이 가벼운 분이 많은데 그는 무겁고 조심스럽고 신중한 정치인으로 국민 뇌리에 남을 것이다, 참 아깝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그 밖에 임채정 전 국회의장과 김대중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한광옥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은 한화갑 평화민주당 대표도 빈소를 찾아 조문을 마쳤다.
 
▲ 고 김근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64세로 별세한 가운데,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를 찾은 임수경씨가 눈물을 흘리며 빈소를 나서고 있다. ⓒ 유성호

▲ 고 김근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64세로 별세한 가운데,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을 폭행했던 여성이 "김대중, 노무현 빨갱이는 물러가라"며 난동을 피우자, 빈소를 찾은 조문객들에게 저지되고 있다. ⓒ 유성호
 
종교계, 예술계, 정계 인사들 조문 이어져
 
▲ 김근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64세 일기로 타계했다. 소설가 조정래가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에서 헌화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정치권 밖 인사들의 조문도 이어졌다. 소설가 조정래씨는 "고인은 우리를 대신해 오늘의 민주화를 이루기 위해 고초를 겪었는데 우리가 그분에게 한 짓은 국회의원 선거에서 떨어트린 것"이라며 "이런 배신 때문에 빨리 가신 게 아닌가 한다, 우리는 빨리 철들어야 한다"고 충고했다.
 
자승 스님은 김 고문의 부인 인재근씨에게 "이 시대의 자유·민주주의를 이루기 위해 크게 노력하신 분인데 안타깝다"며 "조계종단도 슬픔을 같이 하겠다"며 위로의 말을 전했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도 빈소를 찾았다. 인씨와 막역한 사이인 현 회장은 인씨에게 "사모님께서 힘 내시고 우뚝 일어나셔야 한다"고 말했고, 인씨는 "북쪽 조문 다녀온 것을 잘 봤다, 수고하셨다"고 답했다. 평소 김 상임고문은 금강산 관광사업에 대한 애착을 바탕으로 이에 큰 역할을 하는 현 회장에게 고마운 마음을 갖고 의미 깊게 생각해 온 것으로 알려져있다.
 
큰 별이 진 데 대해 신영복 성공회대 교수가 먼저 마음을 내기도 했다. 직접 관을 덮을 '명정표'에 적을 글귀를 쓰겠다고 나선 것. 신 교수는 '민주주의자 김근태의 구'라는 글을 남겼다. 묘비명도 신 교수가 쓸 예정이다. 지역에서도 자발적인 분향소를 열겠다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광주민주동지회는 YMCA 무진관에 분향소를 따로 차렸고, 전남대 총학생회도 캠퍼스 내에 분향소를 차렸다. 온라인에도 공식 조문 사이트(www.facebook.com/forevergt)가 열렸다. 오전 10시부터 이어진 조문은 오후 3시까지 1200명의 조문객이 다녀가는 등 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한편, 박원순 서울시장을 폭행했던 한 중년여성이 김 상임고문의 빈소에 찾아와 "김대중·노무현 빨갱이는 물러가라"며 난동을 피우는 일이 발생했다. 그 여성은 관계자들에 의해 곧장 쫓겨났지만 마지막 순간까지도 "FTA를 왜 반대하냐, 북한으로 가라"며 끊임없이 소리를 지르며 행패를 부렸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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