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hani.co.kr/arti/society/area/811654.html

"남한강 바닥 토양오염 심각"…모래층이 오니층으로 바뀌어
등록 :2017-09-19 17:43 수정 :2017-09-19 17:56

환경연합, 3개 보 주변 9개 지점 현장 시료 채취
메탄가스 냄새도 새나와…“남한강 보도 개방해야”

19일 경기 여주시 남한강 이포보와 여주보 중간에 있는 찬우물나루터에서 오준오 가톨릭관동대학교 토목공학과 조교수팀이 강바닥 흙 시료를 채취하고 있다.
19일 경기 여주시 남한강 이포보와 여주보 중간에 있는 찬우물나루터에서 오준오 가톨릭관동대학교 토목공학과 조교수팀이 강바닥 흙 시료를 채취하고 있다.

“남한강 바닥에서 오니 토층이 확인됐다. 오염이 본격 시작됐다는 증거다.”

19일 오전 경기 여주시 남한강 이포보와 여주보 중간 지점에 있는 찬우물나루터. 강 바닥에서 퍼올린 흙 시료를 본 오준오 가톨릭관동대학교 토목공학과 조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지난 12일 올해 처음으로 이곳에서 녹조가 관찰된 데 이어 강 밑바닥에서도 오니(더러운 흙) 토층이 관찰된 것이다.

4대강 사업 준공 뒤 2015년부터 찬우물나루터를 포함해 남한강 6개 지점에서 수질과 토질을 모니터링해온 여주환경운동연합 김민서 사무국장은 "찬우물나루터는 원래 고운 모래층이 형성된 곳이었다. 지금은 오염된 토양에서 서식하는 실지렁이가 득실거린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이날은 지난 12일 관찰된 녹조나 실지렁이는 눈에 띄지 않았다.

경기환경운동운동연합·여주환경운동연합은 이날 오 교수와 함께 남한강에 설치된 보 3곳을 포함해 9곳에서 저질토(강바닥흙) 시료를 채취했다. 3개 보에선 한국수자원공사의 협조를 얻어 배를 타고 나가 샘플을 확보했고, 나머지 6곳은 직접 물속에 들어가 저질토를 채취했다. 이포보 상류를 제외한 대부분 지점에서 두꺼운 오니토층이 확인됐다. 특히 여주보 주변은 강바닥에 발이 닫자 공기방울이 떠오르며 매캐한 냄새까지 진동했다. 오 교수는 보 설치에 따라 유속이 느려져 유기물질이 쌓여 썩으면서 발생한 메탄가스라고 설명했다.

19일 경기 여주시 남한강 여주보 인근에서 오준오 가톨릭관동대학교 토목공학과 조교수팀이 채취한 강바닥 흙. 모래였던 강바닥이 시커먼 뻘흙으로 바뀌었다.
19일 경기 여주시 남한강 여주보 인근에서 오준오 가톨릭관동대학교 토목공학과 조교수팀이 채취한 강바닥 흙. 모래였던 강바닥이 시커먼 뻘흙으로 바뀌었다.

이날 현장에 동행한 환경운동가와 전문가 등 10여명은 물과 흙을 살리려면 수문을 개방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정부는 지난 6월 6개 보의 수문을 개방했지만, 남한강 3개 보는 모두 제외했다. 녹조 문제가 심각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신재현 여주환경운동연합 공동위원장은 “녹조와 퇴적 오니토, 실지렁이까지 관찰됐다. 오염이 심각하다. 더는 수문 개방을 미룰 명분이 없다”고 강조했다.

환경운동연합은 이날 채취한 시료 분석 결과를 2주 뒤께 발표할 계획이다. 신재은 환경운동연합 물하천팀장은 “최종적으로는 남한강 보를 철거하고, 재자연화하는 데 목적이 있다”며 “분석 결과를 토대로 다양한 논의를 전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현장 시료 채취에는 수자원공사 한강권역본부 이택수 차장도 동행했다. 이 차장은 “9개 지점에서 채취한 시료는 환경단체와 별도로 분석할 예정이다. 눈으로 봐선 오염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글·사진 이정하 기자 jungha98@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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